WBC 일본대표팀 아키야마-하라 두톱 체제안 왜 나왔나

최종수정 2012-09-24 08:23

WBC 일본대표팀 감독으로 부상한 아키야마 고지 소프트뱅크 감독. 사진캡처=스포츠닛폰 홈페이지

내년 3월에 열리는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은 세계 최고의 스타 선수들이 대거 참가해 야구 최강국을 가리는 국제대회다. 축구로 치면 4년 마다 지구촌을 들썩이게 만드는 월드컵이다. 하지만 2013시즌 프로야구 개막을 앞두고 대회가 열리다보니, 프로팀 지도자들이 대표팀 사령탑 취임에 큰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대표팀 지휘봉을 잡게 되면 스프링캠프를 거쳐 시범경기를 치르면서 개막을 준비해야하는 시기에 오랫동안 팀을 떠나 있어야 한다. 그렇다고 대표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다는 보장도 없다. 또 대표팀 성적과 소속팀 성적은 별개다. 대표팀 성적이 좋더라도 소속팀이 부진하면 책임을 져야 한다. 대표팀 감독직은 영광스러운 자리이자 동시에 '독이 든 성배'이기도 하다. 2009년 2회 대회 때 대표팀을 준우승으로 이끌었던 김인식 감독은 그해 한화 이글스 지휘봉을 놓아야 했다.

소속팀에서 지도력을 인정받은 지도자가 대표팀을 이끌고 국제대회에서 나갔다가 망신을 당한 적도 있다. 현역 프로팀 감독에게 부담을 주지 말고 현직에서 물러난 지도자가 대표팀 지휘봉을 잡아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내에서는 얼마전 류중일 삼성 라이온즈 감독이 '대표팀 전임 감독제' 도입을 주장해 논란이 됐다. 축구대표팀 감독처럼 프로야구 현역 감독이 아닌 지도자에게 일정기간 동안 대표팀을 전담하게 하자는 게 요지였다. 류 감독은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는 오해를 받을 만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사회는 국제대회가 열릴 때마다 사령탑 선임문제로 논란이 일자 대회 직전 우승팀 감독이 대표팀을 지휘하도록 하는 규정을 만들었다.

국내 감독들이 '전임 감독제'를 주장하면서 예를 든 게 일본이었다. 미국, 대만에 이어 한때 일본도 현직 감독이 아닌 재야 야구인에게 감독을 맡기는 쪽으로 분위기가 흘러갔다. 오치아이 히로미쓰 전 주니치 드래곤즈 감독, 야마모토 고지 전 히로시마 카프 감독 등이 물망에 올랐다. 하라 다쓰노리 요미우리 자이언츠 감독 등 현직 감독들이 대표팀 사령탑에 대해 난색을 표하면서 자연스럽게 현직을 떠난 지도자가 후보로 부상한 것이다.

그러나 현재 다시 현직 감독으로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전직 감독의 경우 현장감각이 떨어지고, 선수 파악이 어려우며, 지도력을 원활하게 발휘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앞선 두 대회에서 일본은 현직 감독이 대표팀을 지휘해 우승했다. 2006년 1회 대회 때는 오사다하루(왕정치) 당시 소프트뱅크 호크스 감독이 이끌었고, 2009년 2회 대회 때는 하라 감독이 지휘했다.

현재 가장 곤욕스러운 상황에 처한 게 오사다하루 소프트뱅크 호크스 회장이다. 가토 료조 일본야구기구(NPB) 커미셔너의 특별고문인 오사다하루 회장은 대표팀 감독 선임에 관한 전권을 위임받았다. 오사다하루 회장은 23일 일본의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번 달 안에 현역 감독 중에서 대표팀 감독을 선임하겠다"고 밝혔다.

일본언론들은 오사다하루 회장이 아키야마 고지 소프트뱅크 감독을 설득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2009년 소프트뱅크 1군 감독에 취임한 아키야마 감독은 사령탑으로서 충분한 검증을 거쳤다. 감독 2년차였던 2010년 소프트뱅크를 퍼시픽리그 우승으로 이끈 아키야마 감독은 지난해 센트럴리그의 주니치를 꺾고 일본시리즈 우승까지 차지했다.


2010년 2월 미야자키 스프링캠프에서 이승엽의 훈련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하라 요미우리 감독.스포츠조선 DB

그러나 아키야마 감독 또한 다른 프로팀 감독과 마찬가지로 시즌 개막을 앞두고 중요한 시기에 팀을 비워야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고사를 해왔다. 대표팀 감독 선임작업을 지휘하고 있는 오사다하루 회장으로선 2008년 시즌이 끝나고 감독직을 물려준 아키야마 감독을 설득해야할 입장이다. 2006년 이미 경험을 했기에 어려움을 잘 알면서도 짐을 맡겨야 하는 처지다.

일본은 과거에도 대표팀 감독을 선임을 놓고 적지 않은 논란이 있었다. 2009년 대회 때는 현역 감독을 후보에서 제외한 상태에서 호시노 센이치 전 주니치 감독(현 라쿠텐 이글스 감독)이 유력한 후보였다. 하지만 호시노 감독이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 메달을 따내지 못한 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재검토 작업이 이뤄졌고, 결국 하라 감독이 지휘봉을 잡게 됐다.

이런 가운데 아키야마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하라 감독이 대표팀을 지원하는 자문역을 맡는 방안이 떠오르고 있다. 대회 3연패와 겸임에 대한 부담을 덜기 위해 아키야마 감독과 하라 감독을 함께 대표팀에서 활용하자는 방안이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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