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1년 더뛸듯...필요조건 갖췄다

기사입력 2012-10-11 10:02


한화의 올시즌 마지막 경기가 허무한 무승부로 끝났다. 4일 대전구장에서 2012 프로야구 넥센과 한화의 경기가 열렸다. 연장 12회 1-1무승부로 경기가 끝난 가운데 한화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나와 인사를 하고 있다. 박찬호가 환호하는 관중을 향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대전=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2.10.04/



돌아온 '코리안 특급' 박찬호(39)가 한 시즌 더 뛸 것으로 보인다.

박찬호가 현역생활을 연장하기 위한 필수조건 3박자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우선이 구단이 보호선수로 지목했고, 신임 김응용 감독이 팔을 벌렸다. 여기에 가장 중요한 박찬호 본인의 의지까지 굳혀져 가고 있다.

올해 19년의 해외생활을 접고 한국 무대로 복귀한 박찬호는 페넌트레이스 종료 시점부터 비상한 관심대상이었다.

일단 한화와 1년 계약을 한 데다, 내년이면 불혹을 넘기는 나이이기 때문에 선수생활을 계속할지 여부가 뜨거운 감자였기 때문이다.

올시즌을 5승10패, 평균자책점 5.06으로 마감한 박찬호는 경미한 팔꿈치, 허리부상 말고는 체력적으로 큰 문제는 없어보였다. 다소 아쉬운 성적도 취약한 팀 전력 사정을 고려해야 할 부분이었다.

하지만 박찬호는 자신의 거취에 대해 확답을 내리지 않고 휴식기에 들어갔다. 이런 가운데 청신호가 감지된 것이다.

한화, 20인 보호선수에 넣었다


박찬호가 한화맨으로 계속 남아 현역을 지속할지 여부를 판가름짓는 최우선 요소는 20인 보호선수였다. 한국시리즈 종료 후 진행되는 신생팀 NC의 보호선수외 특별지명을 위해 보호선수 20명을 추려야 하기 때문이다. 한화 구단은 페넌트레이스 종료 직전 보호선수 20명의 명단을 작성하면서 박찬호를 포함시킨 것으로 최근 확인됐다. NC에 빼앗기지 않겠다는 의지 표현이자, 박찬호를 내년 시즌에도 전력감으로 활용하겠다는 의미다. 한화는 "박찬호를 고향팀에 영입하기 위해 특례조항까지 관철시키면서 갖은 노력을 했는데 보호선수에서 뺀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한화 구단은 박찬호가 은퇴하는 팀도 한화가 돼야 한다는 구상까지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찬호는 1년 계약기간이 끝났다고 해서 FA(자유계약선수)로 풀리는 게 아니라 신인 자격으로 입단했기 때문에 향후 8년간 임의탈퇴시키지 않는 한 한화의 선수로 남아야 한다. 특히 한화는 올시즌 박찬호를 관찰한 결과 그의 기량을 떠나서 후배들에게 행동으로 가르쳐주는 부분이 훨씬 크다고 판단해 박찬호를 필요로 하고 있다. 노재덕 단장은 "박찬호가 선수생활을 더 하고 싶어하면 환영할 일"이라고 말했다.

김응용 감독도 가슴을 열었다

신임 김 감독은 박찬호의 거취에 대해 "구단이 구성해 주는 선수를 수용해서 팀을 꾸려가겠다"면서 구단의 결정에 따르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한화 감독으로 발탁된 초기 박찬호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었던 그는 최근 내년시즌 활용계획에 대한 구상까지 밝히는 등 박찬호에 대해 진일보된 자세를 보였다. 김 감독은 "박찬호가 투구수 50개 이상 넘어가면 컨트롤이나 스피드에서 힘들어 하는 것 같다"고 진단을 내린 뒤 "내년에는 선발보다 마무리쪽으로 전환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찬호가 노장 선수로 살아남기 위해 마무리 전환 가능성은 이전에도 제기돼왔다. 한화의 시즌 막바지를 꾸려나간 투수코치 출신 한용덕 감독대행은 "박찬호가 올해는 선발 체제만 준비해서 그렇지 내년에는 1∼2이닝 강력하게 막아줄 수 있는 불펜자원으로 뛰어도 위력은 여전할 것"이라고 진단한 바 있다. 새롭게 판을 짜야 하는 천하의 김 감독이 구단과 장단을 맞춰 박찬호에게 길을 열어준 것이다.

"박찬호, 1년 더 하고 싶어한다"

박찬호는 올시즌 최종전 인터뷰에서 "여러가지 방면으로 심사숙고를 하겠다"며 자신의 거취에 대해 물음표만 남긴 채 대전구장을 떠났다. 당시 박찬호는 부모님의 반대, 미국 샌디에이고에서의 경영자 수업 등을 거론하며 은퇴쪽으로 기울진 게 아니냐는 추측을 낳게 했다. 하지만 박찬호의 최측근 인사는 11일 "박찬호가 1년 더 뛰고 싶다는 쪽으로 마음을 굳힌 것 같다"고 전했다. 이 측근에 따르면 박찬호는 지난달 10일 팔꿈치 부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빠진 뒤 허리통증을 얻었을 때 가장 동요했다고 한다. 감기몸살로 인해 허리통증이 악화된 것인데도 "아무래도 나이도 많이 들었고 그동안 허리를 너무 많이 써서 닳아빠진 것 같다"며 은퇴를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것. 하지만 박찬호는 지난 3일 KIA전 마지막 등판에서 감기몸살을 무릅쓰고 5⅔이닝 92개의 피칭으로 전력을 쏟았다. 감기몸살 외에는 다른 부상 걱정은 없었다. 더구나 이종범 주루코치가 합류하면서 박찬호에게 새로운 힘이 된다. 이 코치는 박찬호와 개인적으로 친분이 무척 두터울 뿐아니라 정신적 멘토다. 이 코치는 41세이던 작년까지 현역을 지켰다. 김 감독 역시 박찬호의 롤모델이 될 수 있다. 박찬호는 언젠가 은퇴하면 샌디에이고에서 구단 경영 공부를 하고 싶다고 했다. 박찬호의 양아버지라 불리는 피터 오말리 전 LA 다저스 구단주가 최근 인수한 팀이 샌디에이고이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삼성 사장을 역임하며 구단 경영자로서도 성공한 최초의 야구인이다. 박찬호가 김 감독 스타일과 궁합이 맞겠느냐는 우려가 있지만 중요한 변수는 안될 전망이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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