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포수 마스크를 쓴 모습은 분명 이채로웠다. 많은 야구팬들의 향수를 자극하기도 했다. 하지만 추억은 추억이다. 그것으로 끝일 확률이 매우 높다.
롯데 홍성흔이 5년 만에 포수 마스크와 장비를 착용했다. 홍성흔은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을 하루 앞둔 10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훈련에 참가했다. 자율훈련이었지만 유일하게 양승호 감독에게 지시를 받은 선수가 홍성흔. 강민호가 불의의 부상으로 남은 준플레이오프 경기에 출전하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에 포수로 오래 뛰어온 홍성흔이 부랴부랴 준비를 하게 된 것이다.
벌써부터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홍성흔에게 모아지고 있다. 단 1초라도, 그가 포수로 정식 경기에 나서는 장면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해야 맞는 말. 넉살 좋은 홍성흔도 기대감을 높였다. 오랜만에 포수 훈련을 마친 홍성흔은 "역시 내가 포수이긴 했나보다. 처음엔 조금 어색했는데 금세 적응이 되는 느낌이었다"며 "외야수보다는 확실히 더 편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홍성흔이 포수로 나설 확률은 극히 미미하다. 수치로 따진다면 0.1%의 확률보다도 못하다. 홍성흔 본인도 "내가 포수로 나갈 확률보다 복권에 당첨될 확률이 더 높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홍성흔이 포수로 출전할 시나리오는 딱 하나다. 용덕한이 강민호와 같이 도저히 뛸 수 없는 큰 부상을 당하는 경우다. 정말 비상시 대책일 뿐이다. 일각에서는 경기 후반, 승부를 낼 수 있는 확실한 찬스에서 용덕한이 타석에 들어섰을 때 대타를 쓰고, 홍성흔이 짧은 이닝을 소화할 수 있지 않느냐는 얘기를 한다. 하지만 양 감독은 "그런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잘라말했다.
이유가 있다. 포수 자리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홍성흔이 한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포수였지만 5년의 공백은 너무 크다. 투수리드, 송구, 수비 등에서 포수로서의 감각이 떨어질대로 떨어져 있다. 다른 선수들보다 포수로서의 포구 능력이 조금 더 나은 정도다. 야구는 9회말 2아웃부터라는 말이 있듯이, 아무리 큰 점수차라도 한순간에 분위기가 바뀔 수 있는게 야구다. 굳이 모험을 할 필요가 없다.
또, 홍성흔에게도 부담이 될 수 있다. 홍성흔의 팀의 4번타자다. 포수만큼 중요한 역할을 해내고 있다. 롯데는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를 넘어 SK와의 플레이오프도 조금씩 대비해야 하는 상황. 홍성흔이 괜한 부상이라도 당한다면 롯데에는 치명타다.
아쉽지만 홍성흔이 포수로 투수의 공을 받는 모습은 이벤트 경기에서나 볼 수 있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