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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어떻게 참았나 싶다.
준PO 내내 입 다문 최준석, 조용히 칼을 갈다
재밌는 건 이번 포스트시즌 내내 둘의 모습이 완전히 상반돼 있었다는 것. 최준석은 최근 수년간 두산 타선의 중심이었다. 김현수-김동주-최준석으로 이뤄진 두산의 클린업트리오는 언제나 막강한 화력을 뽐냈다. 5번타자로 누상에 남은 주자를 불러들이는 대포를 쏘아올리는 역할, 최준석에게 잘 어울리는 그림이었다.
최준석은 올시즌 89경기에 나와 타율 2할5푼 6홈런 30타점을 기록했다. 지난 2008년 이후 최악의 부진이었다. 1,2군을 오가며 제대로 된 활약을 하지 못했다. 자연스레 포스트시즌에서도 뒤로 밀려나는 신세가 됐다.
최준석은 말이 없었다. 홈에서 열린 1,2차전 때 많은 두산 선수들이 미디어의 관심에 신이 난 것과 달랐다. 평소와 달리 인터뷰도 피했다. 포스트시즌 땐 경기 전 덕아웃과 라커룸 앞 복도에서 선수 한 명당 수십 명의 기자가 몰려 대화를 나누곤 한다. 하지만 최준석은 그 자리에 없었다. 언제나 훈련이 끝나면 조용히 라커룸으로 들어갔다. 인터뷰하는 다른 선수에게 "잘 해라" 혹은 "완전 슈퍼스타네" 등의 짧은 농담만 건네고 사라졌다.
조용히 출전을 준비한 결과였을까. 최준석은 11일 부산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1회 벼락 같은 2점홈런으로 기선을 제압했다.
1-0으로 앞선 1회초 2사 1루 상황. 볼카운트 2B1S에서 들어온 4구째 몸쪽 높은 커브를 잡아당겼다. 이번 포스트시즌 두산의 첫 홈런. 개인으로서는 지난 2009년 SK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 이후 3년 만에 나온 홈런포였다. 참았던 거포 본능이 한 순간에 폭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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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 변진수의 깜짝 활약도 눈에 띄었다. 사이드암스로 변진수는 3-2로 아슬아슬하게 앞선 5회말 2사 1,3루서 등판해 2⅓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고 승리투수가 됐다. 안타는 하나도 없었고, 몸에 맞는 볼 하나만이 있었다. 신인이라고 볼 수 없는 배짱투였다. 2차전에서 ⅔이닝 무실점하긴 했지만, 사실상 승부가 넘어간 상황이었다. 3차전 등판은 '임팩트'가 있었다.
사실 변진수는 준비된 신인이다. 지난해 황금사자기 때 5연속 완투승으로 충암고의 우승을 이끌었다. 충암고엔 변진수 밖에 없냐는 볼멘소리가 나왔을 정도. 한 명의 투수만으로 전국대회 우승을 했기에 혹사 논란도 들끓었다. 왜소한 체구(1m78/78㎏)에 고교 때 혹사 논란으로 지명 순위는 2라운드로 밀렸다.
고교야구를 '씹어먹던' 변진수는 올시즌 1군에서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였다. 곧장 1군 중간계투로 쓸 수 있을 것이라는 두산 스카우트진의 혜안이 통한 것이다. 변진수는 올시즌 31경기서 4승 1세이브 2홀드에 평균자책점 1.71을 기록했다. 지고 있을 때 나오는 일이 더 많았지만, 불펜B조에서 가장 믿음직한 모습을 보여줬다.
1차전에 앞서 만난 변진수는 신인 답지 않게 긴장을 전혀 하지 않고 있었다. 큰 경기였던 지난해 황금사자기 얘길 꺼내자 "작년 황금사자기 땐 결승전까지도 TV중계가 없어서 좀 그랬다. 그런데 이번엔 정말 큰 경기 분위기가 난다"며 예상 외의 답변을 내놓았다. 당황하는 기색 하나 없이 큰 경기에 나서는 '무대 체질'이었던 것이다.
사실 이번 시리즈에서 두산의 고민은 롯데에 비해 질적, 양적 미달을 보이는 불펜진이었다. 특히 홍상삼-프록터의 셋업맨-마무리 조합 앞에 나설 투수가 없는 게 큰 고민이었다. 선발진이 강했지만, 포스트시즌에선 긴 이닝을 소화하기 힘든 법. 결국 유일하게 믿었던 홍상삼을 길게 끌고 가다 1,2차전 모두 패하고 말았다.
강력한 변진수의 등장은 두산의 4,5차전 반격을 기대케 하는 새로운 희망이다. 올시즌 변진수는 롯데전 5경기에 등판해 3⅔이닝을 던졌고. 1승 평균자책점 2.45를 기록했다. 안타는 하나도 허용하지 않았다. 변진수의 공은 롯데 우타자들에게 충분히 통한다. 생소함이란 최고의 무기까지 있다. 변진수가 2007년 김광현처럼 '미친 신인'이 될 수 있을까.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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