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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에서 가장 숨막히는 순간은 승부차기다. 선수와 코칭스태프 그리고 팬들의 애간장이 모두 녹는다. 오죽했으면 '11m 러시안 룰렛'이라고 표현할까.
키커는 공을 던지는 투수, 타자는 공을 기다리는 골키퍼로 치환할 수 있다. 타자가 출루할 확률은 3할 안팎이다. 7할은 투수가 이긴다는 의미. 그래도 투수가 더 언다. 축구의 승부차기에서 확률이 훨씬 높은 키커가 더 어는 것과 같은 경우다.
큰 부담 홍상삼, 1할대 대타 황성용
롯데 양승호 감독은 고심 끝에 정 훈 대신 황성용을 대타로 내세웠다. 페넌트레이스에서 황성용의 타율은 1할7푼2리. 홍상삼과의 정상적인 맞대결에서 승리할 확률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커다란 변수가 있었다.
반면 홍상삼은 1, 2차전 결정적인 홈런을 맞고 고개를 숙인 아픈 기억이 있었다. 상황 자체도 홍상삼에게 극도로 불리했다. '홈런 트라우마'가 가시지 않은 심리적인 부담감. 게다가 2만명이 넘는 인원의 함성이 넘치는 적지(부산 사직구장)였다.
정 훈이나 황성용이나 홍상삼과 정상적으로 대결해서 이길 가능성은 적었다. 하지만 황성용은 발이 빠르고 선구안이 좋은 선수. 게다가 매우 침착하다. 따라서 병살타를 미연에 방지하고 홍상삼의 심리에 최대한 압박을 가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는 롯데의 대타작전이었다.
결국 더 초조한 홍상삼이 졌다
홍상삼의 흔들리는 마음은 초구부터 나타났다. 투수 입장에서 초구는 스트라이크를 무조건 잡았어야 했다. 하지만 131㎞ 낮은 슬라이더. 여기까지도 괜찮았다. 2구째 작심한 듯 바깥쪽 낮은 148㎞ 패스트볼을 찔러 넣었다. 하지만 스트라이크존을 살짝 빗나갔다. 마운드에서 홍상삼은 너무나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한숨을 지었다.
3구째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한 147㎞ 빠른 공. 하지만 여전히 불안했다.
유리한 볼카운트를 가져가야 할 길목인 4구째 150㎞ 높은 패스트볼이 들어왔다. 황성용이 꿈쩍도 하지 않을만큼 스트라이크존에서 벗어난 공이었다. 마지막 공은 낮았다. 황성용은 번트 시늉을 했지만, 칠 의도가 아니라 제구를 흔들기 위한 동작이었다. 밀어내기 볼넷. 롯데는 승리로 가는 귀중한 2점째를 획득했다.
황성용이 한 것은 타석에서 꾹 참는 것 뿐이었다. 결국 홍상삼이 스스로 무너졌다. 밀어내기 상황, 투수에게는 너무나 잔인한 게임이다. 부산=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