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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시즌 때는 안 믿는 게 서로 좋더군요."
롯데 양승호 감독은 생애 두 번째 포스트시즌을 치르며 이런 '변화'의 순간을 직감했다. 평소 양 감독은 '덕장' 스타일로 분류된다. 특유의 온화하고, 재치있는 화법으로 선수들을 다독이며 실력을 이끌어내는 편이다. 물론 늘 '당근'만 주는 것은 아니다. 선수가 게으름을 피우거나 하면 과감히 '채찍'을 들기도 한다. 그러대 대부분의 경우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선수들을 대한다. 선수들이 잘 해줄 것이라고 믿는 편이다.
그런데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양 감독은 스스로 "믿음을 버렸다"고 선언했다. 무슨 뜻일까. 액면 그대로 선수들에 대한 '신뢰'를 포기했다는 뜻일까. 그렇다면 롯데에 혹여 '불신풍조'가 생긴 것일까.
장기간에 걸쳐 열리는 페넌트레이스라면 사실 벤치가 모든 디테일을 일일히 지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언제까지나 벤치가 선수들을 이끌 수는 없다. 때로는 지더라도 선수들이 스스로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일때 발전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시행착오를 통한 깨달음은 순도 100% 짜리다.
그러나 단기전 승부는 조금 다르다. 시행착오도 좋지만 자칫 패배가 곧 탈락으로 이어지는 순간이 찾아올 수도 있다. 게다가 이렇게 큰 경기에서의 실수나 패착은 깨달음으로 이어지기보다는 상처 혹은 트라우마로 남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플레이오프의 실패를 경험한 양 감독은 이번 포스트시즌에서는 이런 '믿음의 함정'을 깨달은 것으로 보인다. 양 감독은 "선수들이 너무 이기려고 하다보니 부담감을 느끼는 모습이 보인다. 그럴 때는 벤치에서 나서 지시를 해주는 편이 낫다"면서 "바뀐 투수의 공략법이나 볼카운트의 유불리에 따른 웨이팅 사인과 공격 사인 등 벤치가 먼저 나설 때 선수들이 더 편안해하는 모습을 확인했다"고 털어놨다.
사실 SK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롯데가 세 차례 모두 역전승을 거둘 수 있던 배경도 이러한 양 감독의 '스타일 변화'가 상당한 역할을 차지했다. 해결은 선수들이 해줬지만, 그런 환경을 만들어낸 것은 롯데 벤치의 적절한 개입이었다. 포스트시즌 4연속 1라운드 탈락을 딛고 5번째 도전만에 두 번째 관문앞에 선 롯데가 과연 '새로운 벤치스타일'로 한국시리즈 대권까지 오를 지 주목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