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 정대현, 친정팀 SK만 만나면 작아지는 이유

최종수정 2012-10-18 09:14

17일 오후 인천 문학구장에서 2012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2차전 롯데와 SK의 경기가 열렸다. 6회말 2사 1,2루서 SK 조인성에게 좌중간 적시타를 허용한 롯데 정대현이 아쉬워하고 있다.
 인천=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2.10.17.

롯데 정대현은 솔직했다. 준플레이오프 4차전 승리 후, 다시 말해 친정팀 SK와의 플레이오프 대결이 확정된 후 "정규시즌에서 SK에 약했다. 너무 안맞으려고 했던 것 같다. 내 공을 뿌리지 못했다"고 밝혔다. 보통 선수들이라면 특정 팀, 특정 선수에게 약했다는 사실에 대한 언급을 피하려고 하지만 정대현은 현실을 인정했고, 플레이오프에서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다짐했다.

기대가 컸다.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에서 보여준 정대현의 구위라면 SK, 메이저리그 최강이라는 뉴욕 양키스 타선이 와도 도저히 칠 수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랬던 정대현이 SK 타선을 만나자 또다시 힘을 쓰지 못하고 무너지고 말았다.

정대현은 17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SK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팀이 1-2로 뒤지던 6회 1사 1, 2루의 위기서 선발 송승준을 구원등판했다. 정대현은 김강민을 삼진으로 처리하며 위기를 넘기는 듯 했지만 이어 등장한 조인성에게 2타점 2루타를 허용하고 말았다. 이후 대타 이재원에게 또다시 볼넷을 허용한 뒤 이명우와 교체됐다.

투수가 경기를 치르다보면 안타를 맞을 수도 있다. 문제는 안타를 허용한게 아니었다. 투구 자체가 준플레이오프에서의 그 모습이 아니었다. 일단 공격적이지 못했다. 유리한 볼카운트를 잡아놓고도 적극적인 승부를 펼치지 못하고 조심스러운 투구를 했다. 조인성과의 대결에서 초구 파울로 스트라이크를 잡았지만 연속 2개의 볼을 던졌다. 결국 카운트를 잡기 위해 4구째 던진 공이 가운데로 몰렸다. 이재원과의 승부도 마찬가지. 0B2S 상황서 연속 2개의 볼이 들어오며 어려운 승부가 이어졌다. 평소 자로 잰 듯한 제구를 자랑하던 정대현이기에 더욱 아쉬웠던 순간이었다.

왜 SK만 만나면 정대현은 제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는 것일까. 정규시즌 SK와의 맞대결에서 부진했을 때는 정상적인 컨디션이 아니었음이 참작됐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는 몸상태도 크게 문제가 없었다. 결국 정대현이 스스로 반성했던 그 부분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정대현은 "너무 안맞으려고 했다"고 했다. 이 말은 즉슨, SK 선수들이 자신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어렵게 승부를 가져가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정대현을 지배하고 있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보자. 똑같은 볼카운트 1B2S 상황이다. 다른팀 타자들을 상대로는 허를 찌르는 몸쪽 싱커를 던지는 정대현이다. 하지만 SK 타자들을 상대로는 '내가 여기서 어떤 구종으로, 어떤 코스로 승부를 걸겠다는 것을 알고있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에 휩싸일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자신의 말대로 '자신의 공'을 뿌리지 못하게 된다. 정규시즌에 이어 이번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도 이 악순환이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롯데 양승호 감독은 2차전 승리 후 "앞으로도 정대현을 믿고 기용하겠다"고 밝혔다. 희망은 있다. 구위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정대현 스스로가 지금의 문제를 해결하는 해답을 잘 알고 있기도 하다. 문제는 그 풀가 쉽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천하의 정대현도 해결하기 힘든 문제가 있다니, 그래서 어려운게 야구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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