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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정대현은 솔직했다. 준플레이오프 4차전 승리 후, 다시 말해 친정팀 SK와의 플레이오프 대결이 확정된 후 "정규시즌에서 SK에 약했다. 너무 안맞으려고 했던 것 같다. 내 공을 뿌리지 못했다"고 밝혔다. 보통 선수들이라면 특정 팀, 특정 선수에게 약했다는 사실에 대한 언급을 피하려고 하지만 정대현은 현실을 인정했고, 플레이오프에서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다짐했다.
투수가 경기를 치르다보면 안타를 맞을 수도 있다. 문제는 안타를 허용한게 아니었다. 투구 자체가 준플레이오프에서의 그 모습이 아니었다. 일단 공격적이지 못했다. 유리한 볼카운트를 잡아놓고도 적극적인 승부를 펼치지 못하고 조심스러운 투구를 했다. 조인성과의 대결에서 초구 파울로 스트라이크를 잡았지만 연속 2개의 볼을 던졌다. 결국 카운트를 잡기 위해 4구째 던진 공이 가운데로 몰렸다. 이재원과의 승부도 마찬가지. 0B2S 상황서 연속 2개의 볼이 들어오며 어려운 승부가 이어졌다. 평소 자로 잰 듯한 제구를 자랑하던 정대현이기에 더욱 아쉬웠던 순간이었다.
왜 SK만 만나면 정대현은 제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는 것일까. 정규시즌 SK와의 맞대결에서 부진했을 때는 정상적인 컨디션이 아니었음이 참작됐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는 몸상태도 크게 문제가 없었다. 결국 정대현이 스스로 반성했던 그 부분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정대현은 "너무 안맞으려고 했다"고 했다. 이 말은 즉슨, SK 선수들이 자신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어렵게 승부를 가져가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정대현을 지배하고 있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보자. 똑같은 볼카운트 1B2S 상황이다. 다른팀 타자들을 상대로는 허를 찌르는 몸쪽 싱커를 던지는 정대현이다. 하지만 SK 타자들을 상대로는 '내가 여기서 어떤 구종으로, 어떤 코스로 승부를 걸겠다는 것을 알고있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에 휩싸일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자신의 말대로 '자신의 공'을 뿌리지 못하게 된다. 정규시즌에 이어 이번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도 이 악순환이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