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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시즌에서만 볼 수 있는 또 다른 진풍경.
오재원부터 출발했다
준플레이오프 3차전. 3회 두산 오재원이 박종윤의 중전안타성 타구를 환상적인 글러브 토스로 병살처리했다. 적장 롯데 양승호 감독도 "메이저리그가 배워야 할 수비"라고 했다.
그러자 롯데 손아섭이 곧바로 응수했다. 4차전 직전 "(오)재원이 형이 더 이상 그 춤을 못 추게 하겠다. 내가 똑같이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 결국 현실에서 실현됐다.
4차전 4회 선두타자로 나서 중월 2루타를 터뜨린 뒤 2루 베이스에서 세리머니의 주인공 오재원에게 같은 제스처로 장난을 걸었다. 8회 홈을 밟은 뒤 또 다시 오재원의 '말춤 세리머니'를 작렬시켰다. 되로 주고 말로 받은 셈.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는 김광현의 세리머니가 눈길을 끌었다. 올 시즌 내내 잔부상과 부진으로 마음고생이 심했던 그의 역투. 자연스럽게 표출된 제스처였다. 이번에도 손아섭은 "김광현의 세리머니는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일종의 기싸움이다. 질 수 없다. 나도 기회가 되면 할 것"이라고 했다.
여기에 사령탑들이 기름을 부었다. 올해 '오버 세리머니'로 LG전에서 홍역을 치렀던 이 감독은 최근 주춤했던 세리머니 내공을 회복한 상태. 1차전 1대2로 아깝게 패하자, 롯데 양승호 감독이 칼을 빼 들었다. 그는 "나도 이제 상황이 오면 세리머니를 할 것"이라고 했다. 기싸움의 전면전을 선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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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는 살아있는 유기체같다. '수많은 변수들이 유기적으로 결합돼 그라운드에서 나온 결과물'이라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단기전은 모든 변수를 좀 더 유리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 변수들 중 기싸움, 즉 신경전은 매우 중요한 요소다. 경기 전 SK 박진만은 "4강에 올라온 팀들의 실력은 종이 한 장 차이"라고 했다. 양팀의 분위기에 가장 커다란 파괴력을 가지는 것은 역시 승부처에서의 세리머니다. 1차전 김광현의 세리머니는 자연스럽게 롯데의 분위기를 위축시키고 팀동료들의 투지를 불타게 만드는 효과를 가져왔다.
사실 정규리그에 빈번하게 나오는 '오버 세리머니를 한 선수에게 빈볼을 던진다'는 야구의 불문율 역시 팽팽한 기싸움에서 출발한다. 상대팀을 자극하는 오버 액션이 나왔을 때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는 것은 신경전에서 백기를 든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즉 과격한 세리머니 자체가 상대의 신경을 어떤 식으로든 긁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더욱 팽팽하게 당겨진 양 팀의 치열한 기싸움. 그런데 세리머니의 허용범위는 페넌트레이스보다 커지는 역현상이 일어나는 단기전.
아슬아슬한 줄타기와 같은 '오버 세리머니'를 어떻게 활용하고 대응하느냐는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 인천=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