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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이만수 감독은 평소 '야구일기'를 쓴다. 매일 밤 경기를 복기하면서 한가득 글을 채운다. 지난 17일 밤, 이 감독의 일기장은 까맣게 채워졌다. '반성'이다.
단기전에서 사령탑들은 순간순간 수많은 생각을 한다. 그리고 그 순간의 판단에 경기 승패가 갈린다. 이 감독도 사람인데 점수차가 벌어지자 2연승을 떠올릴 수 밖에 없었다. 승리가 눈앞에 있다면, 현재 SK 불펜진에서 대체 불가능한 카드인 박희수는 아끼고 아껴야만 했다. 한국시리즈까지 과부하가 걸릴 게 뻔하니 미리 아껴둬야 했다.
준플레이오프 4차전을 보자. 3차전에서 반격에 성공한 두산이 또다시 승기를 잡았다. 3-0 리드. 니퍼트가 8회 깜짝 등판하며 이대로 승리를 지키나 싶었지만, 믿었던 니퍼트가 불을 지르고 말았다. 김 감독은 경기 후 "3-0이 되자 5차전을 생각했다. 방심한 게 패인이다. 모두 내 책임"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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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면에서 보면 이만수 감독에겐 2차전 패배가 약이 될 수 있다. 일찍 매를 맞으면서 같은 상황이 왔을 때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는 판단력이 생겼을 것이다. 일단 엄정욱에 대한 믿음이 계속 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 이 감독은 엄정욱의 활용 문제에 대해 "3차전에 가서 생각할 일"이라며 선을 그었다.
SK는 1,2차전 때 선발투수가 6이닝씩을 소화했다. 그리고 공식처럼 엄정욱-박희수-정우람이 등판했다. 2차전서 주춤하긴 했지만, 박희수-정우람은 누가 봐도 부정할 수 없는 SK의 필승카드다. 문제는 선발과 이 필승조 사이에 던져줄 투수가 부족하다는 것. 4차전 선발이 예상되는 마리오를 제외하면, 남은 불펜투수는 박정배 최영필 채병용 이재영 뿐이다. 박정배와 최영필은 선발이 무너졌을 때 롱릴리프 역할을 해야 한다.
모두 우완투수지만 크게 문제될 건 없다. 중요한 건 이재영 채병용의 활용이다. 올시즌 고질적 문제였던 제구가 다소 안정된 이재영은 시즌 내내 SK 불펜의 한 축을 담당했다. 48경기서 6승3패 1세이브 10홀드를 기록했다. 엄정욱을 대체할 수 있는 카드다.
시즌 중 공익근무를 마치고 복귀한 채병용의 경우 선발까지 검토됐지만, 4선발 운용에 의해 가운데서 나서게 됐다. 올시즌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14경기서 3승3패 평균자책점 3.16을 기록했다.
올시즌 기록보다 중요한 건 채병용의 경험이다. SK의 창단 첫 포스트시즌 무대였던 2003년부터 채병용은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선발이면 선발, 마무리면 마무리 어디든 나왔다. 2009년 한국시리즈 7차전에서 끝내기 홈런을 맞은 아픔이 있긴 하지만, 2008년 2세이브 2009년 1승1패 1세이브를 올릴 만큼 SK의 필승카드였다.
이만수 감독의 3차전 투수 운용따라 플레이오프 결과는 물론,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을 상대할 SK 마운드의 밑그림이 그려지게 된다. 2차전서 미리 매를 맞은 이 감독이 어떤 용병술을 보여줄까.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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