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 기회 없었던 SK 채병용, 5차전의 '조커' 될까

최종수정 2012-10-22 06:20


SK의 플레이오프 엔트리 26명 중 유일하게 그라운드를 밟지 못한 선수가 있다. 바로 SK의 가을야구를 함께 하며 산전수전 다 겪은 채병용(30)이다.

포스트시즌 같은 큰 경기에선 '경험'이 바로 무기다. 정규시즌에서 펄펄 날던 선수도 긴장하고 실수하는 곳이 바로 포스트시즌 무대다.

채병용은 이런 면에 있어 강점을 가진 선수다. SK의 첫번째 가을잔치였던 2003년부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총 15경기에 등판해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58⅓이닝을 던졌다. 4승3패 3세이브에 평균자책점 2,78. 선발로 나와 긴 이닝을 책임지기도, 마무리로 나와 박빙의 점수차를 지켜내기도 했다.

2008년과 2009년엔 한국시리즈 마지막 순간을 지켰다. 한 번은 우승을 차지하는 순간의 짜릿함을 느꼈고, 한 번은 상대에게 우승을 헌납하며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2008년엔 두산 김현수를 투수-포수-1루수로 이어지는 병살타로 잡아내며 마운드에 주저앉았고, 2009년엔 최종 7차전에서 KIA 나지완의 끝내기홈런을 바라봐야만 했다.

그 해를 마지막으로 채병용은 공익근무요원으로 입대해 병역의 의무를 해결했다. 올시즌엔 소집해제 후 뒤늦게 팀에 합류해 7월 중순 처음 1군에 올라왔다.

올시즌 기록은 썩 만족스럽지 못하다. 14경기서 3승3패에 평균자책점 3.16. 하지만 마리오가 부상으로 빠졌을 때 성공적으로 선발로테이션을 메워주는 등 공헌도가 높았다. 시즌 막판에 2승을 연달아 수확하며 플레이오프 직행을 이끌기도 했다.

하지만 무슨 일인지 채병용은 플레이오프 마운드에 오르지 않았다. '채병용 실종사건'이란 말까지 나왔다. 채병용의 상태가 이만수 감독에게 확신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감독은 3차전을 앞두고 채병용의 활용도에 대해 묻자 "사실 채병용에게 기대를 많이 했다. 하지만 2년 반의 공백이 생각보다 큰 것 같다"며 "처음 1군에 올라왔을 땐 페이스가 좋았다. 스피드가 떨어져도 타석 앞에선 공이 빠르게 살아 들어갔다. 그런데 시즌 막판에 가니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고 답했다. 채병용의 공에 대한 믿음이 보이지 않았다.


이 감독은 "(채병용을) 중간에 선뜻 넣지 못하고 있다.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비밀병기가 될 수도 있었는데…"라며 아쉬워했다. 물론 가장 아쉬운 건 선수 본인일 터. 채병용은 "감독님이 그렇게 보셨다면, 내 공이 좋지 못한 것이다. 확신을 주지 못한 내 잘못"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채병용은 플레이오프 직전 경찰청과의 연습경기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플레이오프가 최종전까지 온 이상, 채병용이 '조커'로 투입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SK 코칭스태프 역시 채병용의 투입을 준비하고 있다.

긴 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채병용은 선발이 조기에 무너졌을 때 믿을 수 있는 카드 중 하나다. 에이스 김광현이 1차전에서 6이닝 1실점 역투로 승리를 이끌긴 했지만, 완벽하지 않은 어깨 상태가 관건이다. 5차전까지 회복이 100% 됐다면 다시 위력투를 재현할 수 있겠지만, 반대의 경우라면 '플랜 B'가 절실히 필요하다.

기회가 없던 데 대해 "언젠간 한 번 나가겠죠"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긴 채병용. 사실 2차전과 4차전에서 몸을 풀기도 했지만, 윤희상과 마리오가 6이닝씩을 책임지면서 등판할 기회가 없었다.

팔꿈치 수술 날짜까지 받아놓고도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에서 역투한 2009년. 채병용은 후회 없이 공을 던졌지만, 끝내 웃지 못했다. 3년 만에 가을잔치에 초대된 채병용이 활짝 웃을 수 있을까.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2008년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두산 김현수를 병살타로 잡아내며 우승을 확정한 뒤 마운드에 주저앉은 SK 채병용. 스포츠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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