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오프는 '박진만 시리즈'였다. 박진만이 호수비를 선보이면 SK는 승리했고, 박진만이 없거나 실수를 저지르면 SK는 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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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오프를 다시 돌이켜보자. 1차전에서 박진만은 1-1 동점이 된 6회 1사 1,3루서 그림 같은 다이빙캐치로 팀을 구했다. 롯데 박준서의 타구는 3루수와 유격수 사이에 절묘하게 떨어져 안타가 될 것 같이 보였다. 빠르진 않았지만 코스가 좋았다. 하지만 몸을 날린 박진만은 땅에 닿기 전 공을 낚아냈다. 이미 2루로 와버린 1루주자 홍성흔마저 잡아내는 더블플레이. 동점이 되자마자 역전의 위기를 맞았지만, 그림같은 이 수비 하나로 롯데의 흐름을 끊어놨다. SK는 6회말 곧바로 점수를 내며 2대1로 승리했다.
3차전에선 박진만 스스로 실책을 저질러 패배를 자초했다. 0-2로 뒤진 3회 1사 후 롯데 홍성흔의 평범한 유격수 땅볼 타구를 처리하지 못했다. 이렇게 내보낸 홍성흔은 득점까지 해냈다. 쐐기점이었다. 선발 송은범의 난조와 타선 침묵, 갈길 바쁜 SK에게 뼈아픈 실수였다.
1승2패로 코너에 몰리자 SK의 '가을 DNA'와 함께 박진만의 '수비 본능'도 되살아났다. 투수전 속에서 선취점을 만든 5회, 1사 후 롯데 문규현의 깊은 타구를 몸을 날려 낚아내 1루에서 아웃시켰다. 박진만의 위치와 다소 먼 곳으로 향해 중전안타가 될 것으로 보였지만, 어김없이 박진만의 글러브에 들어갔다. 다시 한 번 '살아있네!'라는 말이 나올 법한 수비였다.
5차전에선 공수 모두 폭발했다. 3-3 동점이 된 5회 선두타자 전준우의 깊숙한 타구를 백핸드로 잡아 부드럽게 1루로 송구했다. 4차전까지 10타수 1안타로 침묵하던 방망이도 뜨겁게 달아올랐다. 선두타자로 나선 5회와 7회 깔끔한 안타로 출루해 두 차례 모두 득점에 성공했다. 상위타순에 찬스를 만들어주는, 전형적인 '공포의 9번타자'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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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만은 이번 포스트시즌에 앞서 "3회 연속 준우승을 할 수는 없다"며 우승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삼성에서 마지막으로 뛰었던 2010년엔 SK에 4패로 무릎을 꿇었다. 방출된 뒤 고향팀으로 돌아온 지난해엔 반대로 삼성에 1승4패로 당했다. 이제 다시 삼성과 만난다.
포스트시즌에서 박진만은 독보적인 기록을 갖고 있다. 포스트시즌 최다경기 출전 기록을 매일 새로 쓰고 있다. 지난해까지 93경기에서 뛰었고,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5경기를 추가해 어느새 98경기에 나섰다. 한국시리즈에서 자연스레 100경기를 돌파하게 된다.
많이 나선 만큼, 불명예 기록도 있다. 3차전 실책으로 인해 두산 김동주, LG 박종호 코치와 함께 11개의 실책을 기록, 포스트시즌 최다 실책기록도 갖고 있다. 하지만 이는 워낙 많은 경기에 나선 결과이기도 하다.
박진만은 현역선수 최다인 6개의 우승반지를 갖고 있다. 98년과 2000년 현대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2003년부터 2006년까지는 현대와 삼성에서 2년씩 총 4년 연속 우승의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SK는 박진만에게 세 번째 소속팀이다. 고향팀인데다 삼성에서 방출된 그를 받아준 곳이다. 박진만은 "3개 팀에서 우승반지를 끼는 기록을 쓰고 싶다. 7번째 우승은 SK에서 하겠다"며 의지를 다졌다.
과연 그의 바람대로 SK가 우승할 수 있을까. 이번 플레이오프는 물론, 포스트시즌 마다 안정된 수비의 중요성은 강조돼 왔다. 한국시리즈가 또다시 '박진만 시리즈'가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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