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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었던 삼성 불펜이 무너졌다.
사실 삼성의 마운드는 강력하다. 승리를 위한 공식이 있을 정도다. 5인 선발을 넘어 많게는 6명의 선발투수가 최소 5이닝에서 최대 7이닝 정도를 막는다. 그리고 필승조가 나선다. 경기 상황과 상대 타자에 따라 우완 정통파 안지만과 사이드암스로 권오준, 좌완 정통파 권 혁이 등판한다. 그리고 마지막은 '끝판대장' 오승환. 1이닝 마무리를 넘어 올시즌엔 8회 도중 등판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불펜진이 주는 안정감은 상상 이상이다. 게다가 지난해부터 한국시리즈에서 '1+1' 전략으로 재미를 보고 있다. 선발투수는 굳이 5회를 버틸 이유도 없다. 뒤에 또다른 선발투수가 대기하고 있기에 두 명이 한 명 몫만 해주면 된다. 선발투수 평가 지표 중 하나인 퀄리티스타트 기준으로 보면, 한 명이 3이닝씩만 잘 막아도 된다는 말이 된다. 이후엔 필승계투조가 있다.
장원삼은 올시즌 삼성 필승조의 덕을 가장 많이 본 투수다. 27경기 중 25경기에 선발등판해 무려 17승(구원승 1승 포함)을 챙겼다. 언제나 그의 뒤에는 든든한 지원군이 있었다. 그런 그에게도 페이스 조절은 필수적이다. 장원삼이 선발등판해 소화한 평균 이닝은 6⅓이닝 정도. 아무리 뒤가 좋다 해도 6회까지 책임지려면 강약조절을 해가면서 던질 수 밖에 없다.
선발투수의 힘 분배는 보통 상·하위 타순, 그리고 주자 및 경기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힘 분배를 잘 할 수록 긴 이닝을 소화할 수 있다. 경험이 쌓일 수록 체력 안배를 잘 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시리즈 때 삼성 선발투수들에게 페이스 조절은 '불필요한' 일이다. 장원삼은 "마운드에 오를 때 3~4이닝 정도 생각하고 오른다. 길어야 5회다. 당연히 평소보다 전력 투구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굳이 자신이 선발투수로 게임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은 할 필요도 없었다. 그저 초반 기선을 제압해줄 정도만 해주면 되는 것이다.
문제는 4차전부터다. 무너진 투수들 뿐만 아니라, 선발투수들에게도 심리적 데미지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그들이 가진 불펜에 대한 믿음이 흔들린다면, 마운드에서 자신의 능력을 100% 못 보여줄 가능성이 있다. 지금껏 삼성 마운드를 감싸고 있던 '후광 효과'가 사라진다? 자칫 3차전 뿐만 아니라 시리즈 전체 분위기가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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