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야구, 참 희한하다. 삼성이 2연승을 했을 때만해도 일방통행 시리즈가 예상됐다. 너무 싱겁게 끝날 것 같아 걱정될 정도였다. 하지만 3차전에서 SK가 대역전승으로 반전의 발판을 마련하자 '느낌'이 확 달라졌다. 며느리도 모르는 '미궁 시리즈'로 돌변하기까지 딱 1게임이면 족했다.
김광현은 당초 3차전 선발 예정이었다. 하지만 대구에서 불펜 피칭 때 제동이 걸렸다. 어깨 상태가 썩 좋지 못했다. 3차전 선발이 부시로 급히 바뀌었다. 4차전으로 미뤘지만 SK 벤치로선 일말의 불안감이 있었다. 그 불안감을 비가 싹 거둬갔다. 27일 내린 비로 3차전이 하루 뒤로 밀렸다. 시간이 필요하던 김광현 입장에서는 반가운 단비였다.
22일 롯데와의 플레이오프 5차전 이후 일주일만의 등판. 1회가 중요했다. 김광현은 전형적인 슬로우 스타터. 가뜩이나 플레이오프 5차전 부진(1⅓이닝 6안타 3실점) 이후 첫 등판이라 시작이 더 중요했다. 삼성도 1회 공략의 중요성을 모를리가 없었다. 출발은 좋았다. 1회초 톱타자 배영섭이 끈질긴 승부 끝에 우중간에 떨어지는 안타로 출루했다. 희생번트로 1사 2루. 하지만 이승엽과 박석민이 각각 플라이와 삼진으로 물러났다. 이승엽은 시즌 내내 김광현을 상대(8타수무안타)로 너무 약했다. 시즌 중 김광현을 상대로 100% 출루(1타수1안타, 4사구 5개)했던 박석민은 공교롭게도 시리즈 들어 극심한 슬럼프였다. 1회 선취점에 실패하자 삼성의 초조함은 조금씩 커졌다. 0-0이던 4회초 무사 1,2루 찬스를 이승엽의 주루 미스로 무산시킨 뒤 결국 4회말 SK에 선취점을 내주면서 삼성은 심리적으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양 팀 타자들은 지고 있을 경우 추격의 심리적 마지노선이 있다. SK는 삼성 오승환이 등판하는 9회 이전까지다. 삼성은 조금 더 급하다. SK가 자랑하는 필승 계투조 박희수-정우람 조가 뜨는 7회 2사 혹은 8회 이전까지가 추격 가능 시기다.
사실 상대 불펜의 필승카드를 의식할 수록 스텝은 꼬인다. 과거 해태 왕조 시절 '선동열 효과'가 있었다. 해태가 리드를 잡고 있을 때 선동열이 불펜에서 몸만 풀어도 상대 팀 타자들이 초조함에 서두르다 자멸하며 추격전을 망치곤 했다.
삼성은 이날 '박희수-정우람 효과'에 당했다. 삼성은 0-3으로 뒤진 6회 무사 1,2루 찬스를 잡았다. 김광현은 송은범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박희수 등판 전인 6,7회 딱 2이닝이 삼성 역전의 마지막 기회였다. 마음만 앞섰던 삼성 타자들은 이 찬스를 적절히 살리지 못했다. 6회 송은범의 폭투가 겹쳐 무사 2,3루 찬스를 잡았지만 최형우의 희생플라이로 단 1점을 얻는데 그쳤다. 박석민의 스탠딩, 조동찬의 헛스윙 삼진이 결정적이었다. SK는 3-1로 앞선 7회 2사후 배영섭이 안타로 출루하자 좌타자 박한이 타석 때 박희수 카드를 빼들었다. 삼성이 가장 우려하던 순간. 박희수 등판 후 2점 차는 삼성 타자들에게 마치 암벽같은 느낌이었다.
인천=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