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년 연속, 통산 6번째지만 우승은 역시 몇 번을 해도 좋았던 모양이다.
이미 승리를 확신한 듯 '최강 삼성'이란 가사로 도배된 팀 응원가를 잠실구장이 떠나갈 듯 불러대며 분위기를 띄웠다.
마지막 타자 최 정이 볼카운트 1B1S로 버티고 있는 동안에도 응원가는 그칠 줄 몰랐고, 최 정은 그 기세에 눌린 듯 3구째 승부에서 타구를 높게 띄우고 말았다.
우승을 확정하는 플라이를 잡는 순간 박한이는 그 자리에서 드러누웠고 그제서야 수백발의 축포와 흰색 종이 꽃가루가 잠실벌 밤하늘을 수놓았다.
삼성 프런트들로 바빠졌다. 혹시나 부정탈까봐 경기장 밖에 꼭꼭 감춰뒀던 우승 기념 티셔츠와 모자, 샴페인을 빛의 속도로 덕아웃으로 배달했다.
그러자 우승 복장을 갖춰입던 박석민은 "어휴, 살았다. 기분 최고"라고 소리쳤고, 이승엽 등 선수들은 서로 부둥켜 안으며 "우리가 해냈다"며 괴성을 질렀다.
우승을 밥 먹듯이 했기 때문인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샴페인 1병씩 챙겨들고 실시하는 샴페인 분사 세리머니는 기본이었다. 1상자에 6병씩 담긴 샴페인 상자 30여개는 눈 깜짝할 사이에 동이 났다.
그 사이 잠실구장은 3루석 푸른물결만 넘쳐흘렀다. 아쉬움을 곱씹은 SK의 붉은 응원단들은 일찌감치 자리를 비웠다. 본격적인 시상식이 시작되자 이 때부터 진짜 삼성팬가 어우러진 그들 만의 잔치가 됐다.
감독상을 받은 류중일 감독의 인삿말에 이어 MVP로 뽑힌 이승엽이 호명되자 삼성 관중석은 다시 흥분의 도가니로 빠져들었다. 동료 선수들이 이승엽을 곱게 놔둘리 없었다.
우승 트로피를 받으러 단상 앞으로 나오자 벌떼처럼 달려들어 이승엽의 머리와 얼굴에 샴페인을 뿌렸다. 투수조와 타자조가 교묘하게 조를 나눠 짜여진 공격을 했다. 뿌리는 게 아니라 숫제 들이붓는 수준이었다. 특히 장난꾸러기 박석민은 샴페인을 한가득 입에 머금었다가 이승엽의 얼굴에 가차없이 뿜어댔다.
이승엽은 행복한 괴로움을 호소했지만 팬들의 쾌감도는 빛의 속도로 올라갔고, 이승엽을 괴롭히는(?) 동료 선수들에 대한 박수 소리는 더 커졌다.
선수들만 축하를 받은 게 아니었다. 이수빈 구단주와 김 인 사장 등 구단 수뇌부와 최지성 미래전략실장, 안덕기 전 구단주 대행, 김흥민 전 사장 등 삼성그룹 임원, 그리고 특별손님 김범일 대구시장 등은 자축 헹가래를 피해갈 수 없었다.
여기까지는 맛봬기에 불과했다. 시상식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선수들의 댄스파티가 기다리고 있었다. 시상식이 끝나기 무섭게 3루석 앞쪽으로 집합하라는 팬들의 부름을 받은 선수들은 미리 준비를 한듯 차례로 춤솜씨를 발휘했다. 지난해 우승때 대세였던 '셔플댄스'가 여전히 주를 이뤘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진갑용의 '말춤'이 주요 관심사였다. 진갑용은 한국시리즈를 시작하기 전 미디어데이에서 "싸이의 말춤을 모르면 간첩이다. 우승하면 그까이꺼 못추겠냐"고 공약했다.
기대했던 진갑용의 '말춤' 공연은 약간의 우여곡절이 있었다. 당초 진갑용이 호명됐을 때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아닌 엉뚱한 댄스곡이 울려퍼진 것이다. 약속대로 '말춤' 자세를 취하던 진갑용은 이 음악이 아니라며 손사래를 쳤다. 이것으로 진갑용은 공약은 무산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이벤트 진행의 깜짝 의도가 숨어있었다.
댄스파티 마지막 순서로 진갑용을 비롯한 삼성 선수단 전원을 모으더니 관중과 함께 '말춤'을 추자며 '강남스타일'을 울려퍼지게 하는 게 아닌다. 2000여명의 삼성 팬들은 선수들과 함께 '말춤'을 추며 이날 최고의 즐거운 순간을 만끽했다.
잠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