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만 없었더라면….
그러나 SK의 한국시리즈 준우승은 기적에 가깝다고 보는 게 맞다. SK는 올시즌 내내 상대 7개 팀과 싸우지 못하고 내부의 적과 치열하게 싸웠다. 바로 부상이었다.
지난해 감독대행으로 한국시리즈에 올라 정식 감독이 된 이만수 감독은 취임 일성으로 '우승'을 외쳤지만 그가 만난 선수들은 부상 투성이었다. 고효준 송은범 엄정욱 전병두는 수술대에 올랐고, 에이스 김광현도 어깨 부상으로 재활군에만 있었다. 게다가 불펜에서 큰 활약을 했던 이승호와 정대현이 FA로 팀을 떠났다. 주축 투수들이 떠나고 남은 선수들로는 선발진을 구성하기도 쉽지 않았다. 전문가들이 당초 SK를 4강 턱걸이를 겨우 노릴 팀으로 분류한 것도 전력누수가 컸기 때문이다.
박희수와 정우람이 빠졌던 7월초엔 8연패에 빠지며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6위까지 떨어지며 4강도 물건너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다. 이 감독의 지도력이 시험대에 올랐던 때. 8월부터 기적처럼 살아났다. 부진에 빠졌던 타선이 살아났고, 군제대후 돌아온 채병용이 무릎부상으로 빠진 마리오의 자리를 메워주며 선발이 안정됐다. 선수단이 안정을 찾자 8월과 9월 월간승률 1위의 무서운 기세를 올렸고, 롯데의 부진과 맞물려 2위까지 올랐다.
롯데와의 플레이오프에서 5차전의 혈투를 벌였던 선수들은 한국시리즈서 삼성을 상대로 역전 우승을 노렸지만 정상적인 몸이 아닌 상태로 팔팔한 삼성을 상대하기엔 힘들었다. 2연패 뒤 2연승을 했지만 가용 투수는 점점 줄어들었고 타자들도 계속된 경기에 체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지치고 힘든 선수들에게 힘을 불어넣기 위해 강한 제스처와 자신있는 말투를 쏟아냈던 이 감독은 끝내 승리의 세리머니를 또 내년으로 미루게 됐다. 그러나 PO와 한국시리즈에서 보여준 SK 선수들의 투혼은 'SK답다'는 말을 들을 만했다. SK선수들은 6차전서 4회에 사실상 승부가 갈렸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 땅볼 타구를 치고 끝까지 전력질주를 했고, 어느 플레이 하나 허투루 하지 않았다. 그들은 삼성 우승의 들러리가 아닌 떳떳한 '준우승팀'이었다.
잠실=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