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제언]뻔한 드라마 한국시리즈 바꿔라

기사입력 2012-11-02 18:01


삼성 선수들이 2012 팔도프로야구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SK 와이번스를 7대0으로 눌러 우승을 확정짓고 환호하고 있다. 잠실=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2.11.01/

올 해 관중 700만명을 돌파한 프로야구는 한국 프로스포츠 최고의 콘텐츠로 인정받고 있다. 다른 종목이 범접할 수 없는 독보적인 위상을 자랑한다. 정규시즌 순위 경쟁도 흥미롭지만, 그해 최고의 팀을 가리는 포스트시즌, 그중에서도 한국시리즈가 백미다.

올해 정규시즌 우승팀 삼성이 롯데를 꺾고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SK에 4승2패를 기록하며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사령탑에 올라 두 번의 한국시리즈에서 모두 우승한 류중일 삼성 감독에게는 축하를, 아깝게 2년 연속 준우승에 그친 이만수 SK 감독에게는 위로를 보낸다. 또 하나의 야구시즌이 끝났다. 매년 그래왔던 것처럼 야구팬들은 내년 3월을 손꼽아 기다릴 것이다.

이쯤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고 싶은 문제가 있다. 프로야구의 스페셜 이벤트 한국시리즈가 맥이 빠진다는 이야기가 자꾸 나온다. 숫자를 대입하면 금방 답이 나오는 수학공식처럼 정규시즌 1위 팀이 플레이오프를 거쳐 올라온 팀을 꺾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일이 되풀이됐다. 2002년 정규시즌 1위팀 삼성이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를 거쳐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LG를 제압하고 우승한 이후 11년 연속으로 정규시즌 1위팀이 정상에 올랐다. 물론, 강팀이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다. 그러나 스포츠의 매력은 극적인 반전, 예상을 불허하는 의외성에 있다. '11년 연속'이라면 이제 예측이 가능한 뻔한 스토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같은 포스트시즌 시스템에서는 '하극상 우승'은 불가능에 가깝다. 정규시즌 1위 팀이 페넌트레이스가 종료된 후 2주 이상 체력을 비축한 반면, 상대팀은 준플레이오프나 플레이오프를 거치면서 누더기가 돼 올라온다. 물론 정규시즌 1위 팀에게 메리트를 주기 위한 시스템인데, 그렇다 해도 지나치게 1위 팀에게 유리해 보인다. 물론 '하극상 우승'이 나왔을 땐 1위팀의 메리트가 없다는 논란이 일부 일기도 했다. 이후 11년간 페넌트레이스 1위가 우승을 하면서 논란은 사그라들었다. 하지만 흥분도 함께 사라졌다.


삼성 선수들이 2012 팔도프로야구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SK 와이번스를 7대0으로 눌러 우승을 확정짓고 환호하고 있다. 최우수 감독상을 수상한 류중일 감독이 선수들에게 샴페인 세례를 받고 있다.잠실=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2.11.01/
정규시즌 3위로 가을잔치에 올라 삼성, 해태, 빙그레를 꺾고 우승한 1992년 롯데를 다시 볼 수 없는 걸까. 2001년 정규시즌 3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우승까지 차지한 두산의 그것처럼 극적인 드라마도 가끔은 나와야 한다. 그게 스포츠의 매력이다.

이제 대안을 모색해야 할 때다. 여기서 좀더 역동적이고 흥미진진한 한국시리즈를 위해 두가지 방안을 제시한다.

첫째 정규시즌 1위와 4위, 2위와 3위가 플레이오프를 치르게 하는 것이다. 7전4선승제의 플레이오프에서 이긴 팀끼리 7전4선승제의 한국시리즈를 치르게 하는 방안이다.

물론, 이런 식으로 진행할 경우 허점이 생길 수 있다. 일찌감치 4위를 확정한 팀이 주전급 선수들의 체력관리에 들어갈 경우 시즌 막판까지 치열한 순위싸움 끝에 1위가 된 팀보다 체력적인 면에서 유리할 수 있다. 또 1~2위 팀에게 메리트가 없다면, 정규시즌 후반 경기에 맥이 빠질 수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1위 팀에게 어드밴티지 1승을 주고, 1위와 2위 팀이 플레이오프 전 경기를 홈에서 치르게 해 제도의 허점을 보완할 수 있다. 1위 팀은 홈팬의 열광적인 응원을 등에 업고 3번만 이기면 한국시리즈에 진출할 수 있다. 2위 팀은 4승을 해야 하는 것은 3위와 같지만 홈에서 전 경기를 할 수 있다. 내년 시즌에는 NC 다이노스까지 9개 팀으로 정규시즌이 운영된다. 5위 팀이 4위와 단판승부를 벌여 승리팀이 1위 팀과 플레이오프를 하는 방안도 고려할 만하다.


현재의 제도를 유지하면서 보완하는 방법도 있다. 현재는 준PO, PO, 한국시리즈까지 일정이 모두 확정된 상태에서 포스트시즌에 들어간다. 준PO가 5차전까지 가면 하루 휴식 후 바로 PO를 시작한다. PO도 마찬가지로 5차전까지 치르면 하루만 쉬고 곧장 한국시리즈에 들어간다. PO를 치른 팀이 휴식없이 경기를 하다보니 2주 넘게 쉰 1위 팀과 힘의 대결에서 상대가 되지 않는다.

PO 승리팀에게 조금 더 휴식을 주는 건 어떨까. PO 최종전과 한국시리즈 1차전의 간격을 3일 혹은 4일로 못박는 것이다. 이번 PO의 예를 들어 보자. SK가 롯데를 꺾고 한국시리즈 진출을 확정한 5차전이 10월 22일 열렸다. 한국시리즈 1차전은 10월 24일 에 열렸는데, 3일 휴식일이 주어졌다면 10월 26일에 1차전이 열렸을 것이다. 만일 SK가 3일 휴식을 취하고 한국시리즈에 올랐다면 더욱 흥미진진한 상황이 벌어졌을 것이다.

그동안 포스트시즌 방식은 여러차례 변화가 있었다. 원년부터 전-후기리그 우승팀끼리 한국시리즈를 치렀다. 1985년 삼성이 전-후기 통합우승을 해 한국시리즈가 없어지자, 1986년 플레이오프가 도입됐다. 준플레이오프가 추가된 것은 1989년이다. 1999년과 2000년에는 매직-드림의 양대리그가 시행됐고, 2001년 다시 준플레이오프 제도를 도입했다.

프로야구는 그동안 팬의 관심, 저변 확대, 흥행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끊임없이 제도를 보완해 왔다. 11년이면 '정규시즌 우승=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고정관념이 팬들의 뇌리에 못박히기 충분한 시간이다. 이제 새로운 변신이 필요한 순간이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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