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진 감독, 롯데표 '독이 든 성배' 받아들었다

기사입력 2012-11-05 16:21



롯데의 김시진 감독 선임, 김 감독은 독이 든 성배를 받아들었다.

2년 연속 팀을 플레이오프에 진출시킨 양승호 감독 카드를 과감하게 버린 롯데. 새로운 선택은 김시진 감독이었다. 롯데는 5일 김 감독과 계약기간 3년, 계약금 3억원, 연봉 3억원 등 총 12억원에 계약을 체결했다고 전격 발표했다.

롯데의 김 감독 선임에는 여러 의미가 담겨있다. 그 중 가장 중요한건 바로 성적이다. 롯데가 양 감독을 사실상 경질시킨 이유는 2위라는 성적에 만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롯데 수뇌부의 눈높이는 오직 우승에 맞춰져 있다. 파격적인 감독 선임을 해오던 롯데가 후보 1순위로 거론되던 '안정적 카드'인 김 감독을 선택한 것도 결국 우승에 대한 갈망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과 다름 없다.

보통 구단이 새 감독을 영입하면서 "첫 해부터 우승시켜 달라"고 하는 일은 드물다. 팀을 파악하고 만들어 2~3년 내에 우승에 도전해보자고 입을 모으는게 보통이다. 하지만 롯데는 이미 양 감독 경질 사태를 치르며 새로 올 감독에게 무언의 메시지를 전해놓은 상황. 때문에 김 감독으로서는 지휘봉을 잡기 시작한 순간부터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올해 플레이오프에서 드러났듯 롯데가 우승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다. 그렇다면 김 감독은 내년 시즌 우승을 위해 어떻게 팀을 변신시켜야 할까.

일단 국내 지도자 중 최고의 투수 조련가로 명성이 드높은 김 감독이다. 올시즌 롯데가 재미를 봤던 불펜 야구를 더욱 견고하게 만드는 것이 급선무다. 올시즌 롯데 불펜은 최강이라던 삼성 불펜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 성적이 내년에도 그대로 이어질지는 미지수. 불안 요소들이 많기 때문이다. 불펜투수 중 김성배, 최대성은 올시즌 처음으로 풀타임을 소화했다. 이명우도 1군 경험이 적다. 내년에도 꾸준한 모습을 보여줘야 확실한 투수로 믿음을 심어줄 수 있다. 정대현은 무릎이 불안하다. 마무리 김사율은 시즌 막판, 그리고 포스트시즌에서 자신감을 잃었다. 이들이 올해와 같은 투구를 해줘야 그나마 우승에 도전해볼 수 있다.

또 하나, 분위기에 휩쓸리는 팀이 되지 않게 만들어야 한다. 롯데는 분위기를 타는 팀이다. 좋을 때는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가 와도 이길 것 같은 모습을 보인다. 그러다가 한 번 추락하기 시작하면 고교팀보다 못한 경기를 할 때도 있다. 정규시즌엔 괜찮다. 하지만 큰 경기에서 치명적인 약점이 된다. SK와의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3점을 선취하고도 속절없이 무너지는 모습이 이를 대변한다. 결국 우승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선수들이 냉철한 판단과 플레이를 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조용하고 차분한 스타일을 유지하면서도 카리스마가 있는 김 감독에게 기대해볼 수 있는 부분.

냉정히 평가해보자. SK와의 플레이오프에서 패했지만 5차전까지 간 것만으로도 많은 박수를 받았다. 현재 롯데는 우승 전력이 아니라는 뜻이다. 내년에도 마찬가지다. 현재 전력이 유지될지도 미지수다. FA인 홍성흔, 김주찬, 강영식을 모두 잡는다는 보장이 없다. 군복무를 마치는 조정훈과 박기혁 정도를 제외하고는 특별한 전력보강도 없다. 뛰어난 선수 한두명이 영입된다고 치자. 그렇게 해서 팀이 바뀌지는 않는게 야구다.


김 감독은 야구 전문가다. 이 사실을 모를리 없다. 하지만 우승시켜야 한다. 그야말로 '독이 든 성배'라는 표현이 딱 맞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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