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대표팀인 퍼스 히트 소속으로 2012 아시아시리즈에 참가한 구대성이 오랜만에 일본 타자들을 상대했다. 2006년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이후니까 6년 여 만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일본 킬러'의 위용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했다. 마운드에서 상체를 거의 2루 베이스쪽을 향하게 꼬았다가 몸을 힘차게 비틀며 던지는 특유의 투구폼은 여전했다. 그러나 43세의 베테랑 투수가 전력으로 던진 공의 스피드는 130㎞ 중반에 그쳤고, 변화구의 각은 밋밋했다. 더 이상 일본타자들은 구대성의 공에 당하지 않았다.
구대성은 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요미우리와의 2012 아시아시리즈에 중간계투로 등판했다. 원래 전날 한국대표인 롯데전부터 등판이 예상됐으나 퍼스 히트의 피쉬 감독은 구대성을 아꼈다. 국내에서 현역시절 구대성이 '일본 킬러'라고 불리며 일본 팀을 상대로 잘 던졌다는 것을 알았는지, 피쉬 감독은 "요미우리전에는 꼭 투입하겠다"며 구대성에게 기대감을 보였다.
그리고 결국 퍼스가 1-4로 뒤지던 8회말, 구대성이 마운드에 올랐다. 사직구장을 찾은 한국 관중들은 구대성이 나타나자 큰 박수와 환호로 '대성불패'를 반겼다. 구대성이 사직구장 마운드에 선 것은 한화에서 현역 마지막 시즌이었던 지난 2010년 4월 9일 이후 처음이다. 정확히 2년 7개월만에 다시 사직 마운드에 오른 셈이다. 게다가 이번에는 일본 최고 명문구단 요미우리 타자들 상대하는 무대다. '대성불패' 그리고 '일본킬러'라는 명예로운 별명을 갖고 있는 구대성이 어떤 모습을 보일 지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하지만, 막상 마운드에 선 구대성은 예전의 날카로움은 갖고 있지 못했다. 아무래도 43세의 나이로 인해 힘이 떨어진 듯 했다. 구대성은 첫 상대인 초노에게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았으나 볼카운트 1B1S에서 던진 3구째를 얻어맞아 좌전안타를 허용했다. 이어 6번타자 오오타에게는 초구에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내줬다.
나오자마자 무사 2, 3루의 위기에 빠진 것. 예전의 구대성은 이런 위기가 되면 오히려 더 강한 집중력을 보이곤 했다. 마치 주자를 일부러 모아놓고 스릴을 즐기는 듯한 모습을 보일 때도 있었다. 이번에도 위기를 잘 넘기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들었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구대성은 다음타자 야노를 볼넷으로 내보내 무사 만루를 허용한 뒤 이어 내야 땅볼과 3루수의 연속 실책 2개로 2점을 허용했다. 그리고 상황은 여전히 1사 만루. 구대성은 여기서 또 마츠모토에게 우전 적시타를 맞아 1점을 더 내준 뒤 케넬리와 교체돼 마운드를 내려갔다.
구대성의 요미우리전 공식 기록은 ⅓이닝 3안타 1볼넷 3실점(1자책). '일본 킬러'답지 않은 모습이었다. 구대성은 2년 7개월 만의 사직구장 등판이 긴장됐던 듯 "마운드에 올라가기 전에 마음이 좀 떨렸다"면서 "더 열심히 잘 던졌어야 하는데 죄송한 마음이다"라며 퍼스의 피쉬 감독에게 미안함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