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첫 한국 개최 아시아시리즈, '요미우리의 잔치'로 전락했다

기사입력 2012-11-11 17:06


11일 부산구장에서 2012 아시아시리즈 결승전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라미고 몽키즈의 경기가 열렸다. 2회초 무사 2,3루 요미우리 이시이가 2타점 우중간 2루타를 치고 있다.
부산=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2.11.11/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야심차게 국내에 유치한 '2012 아시아시리즈'는 결국 요미우리를 위한 잔치로 전락하고 말았다.

야구를 통해 한국과 일본, 대만, 중국, 호주 등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의 우위를 다지고, 진정한 챔피언을 가리는 아시아시리즈는 2005년을 시작으로 올해로 6회째를 맞이했다. 2009년에는 '한·일 클럽챔피언십'으로 대회 성격이 잠깐 바뀌었고, 2010년에도 '한·일 클럽챔피언십'과 '한국-대만 클럽챔피언십' 등으로 나뉘어 대회가 열렸다. 그래서 '아시아시리즈'라는 오리지널 타이틀로 대회가 치러진 것은 올해까지 총 6번이다. 그러나 앞선 5번의 대회는 각각 일본(4회)과 대만(1회)에서만 치러졌다.

하지만 올해 대회는 KBO가 사상 처음으로 국내에 유치해 부산에서 열렸다. '안방'에서 열리는 대회인데다 KBO가 처음으로 유치하는 국제대회라 준비는 철저했다. 대회 우승상금 5억원 등 총 10억원의 상금규모를 포함해 이번 대회 예산만 30억원이었다.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의 참여와 완벽에 가까운 자료의 준비, 깔끔한 대회 진행으로 일본과 대만 취재진은 연신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런 철저한 준비에는 지난해 삼성의 아시아시리즈 첫 우승에 이어 올해에는 '안방'에서 대회 2연패를 달성하고 명실상부한 아시아의 야구맹주'로 굳건히 서겠다는 KBO의 포부가 담겨있었다.

하지만 이런 목표는 예상치 못한 저조한 성적과 흥행부진 때문에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일단 근본적으로 삼성과 롯데가 좋은 경기력을 펼치지 못했다. 개최국의 메리트를 살려 한국시리즈 우승팀 삼성과 대회가 열리는 부산 사직구장을 홈으로 쓰는 롯데 등 무려 2개 팀을 출전시켰지만, 두 팀 모두 결승진출이 좌절된 것이다. 삼성은 지난 9일 대만 챔피언 라미고에 완봉패를 당하면서 체면을 구겼고, 롯데는 10일 요미우리에 영봉패를 당해 결승행에 실패했다.

그러면서 대회 마지막날인 11일의 결승전은 완벽하게 '남의 잔치'가 되고 말았다. 이날 결승에서 요미우리와 라미고가 맞붙었기 때문이다. '결승전' 매치가 이렇게 다른 나라 대표들끼리의 전쟁으로 퇴색되자 공중파 중계 계획마저 하루 전 취소되는 '촌극'도 빚어졌다. 원래 11일 낮 2시의 결승전 중계는 공중파인 MBC에서 할 예정이었다. MBC측은 삼성이나 롯데 중 적어도 한 팀은 결승전에 오를 것으로 보고 이 경기의 중계권을 샀었다. 그러나 지난 10일 롯데가 요미우리에 지며 결국 한국팀이 모두 결승행에 실패하자 KBO측에 '중계 취소'를 알려왔다.

이같은 참담한 결과가 빚어진 가장 큰 원인은 결국 삼성과 롯데가 너무 안일한 자세로 대회에 참가했기 때문이다. 삼성은 한국시리즈 우승 후 너무 마음을 놓았다. 그러다보니 경기력이 쉽게 회복되지 못했다. 반면 삼성을 꺾은 라미고는 대회 나흘전인 지난 4일에 일찌감치 입국해 5일에는 NC다이노스와 연습경기를 치르며 경기 감각을 날카롭게 다져놓았다. 이런 준비의 차이는 결국 승패를 가르는 요인이 됐다.

삼성이 '우승후유증'의 영향을 받았다면, 롯데는 갑작스러운 감독 교체로 인해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다. 지난 10월 30일 롯데는 팀을 플레이오프로 이끌었던 양승호 전 감독을 경질했다. 너무나 갑작스러운 감독 경질 소식에 선수들은 크게 동요했다. 사실상 이 시점에서 롯데 구단수뇌부는 이미 아시안시리즈를 포기했다고 봐야 한다. 자신들의 홈구장에서 치러지는 국제대회인데도 '나 몰라라' 한 셈이다. 자칫 좋지 못한 경기력으로 국제적인 망신을 당할 수도 있고, 대회 자체의 의미가 퇴색될 수도 있다는 점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결국 수준이 떨어지는 호주 퍼스팀은 어렵지 않게 이겼지만, 일본 최고 명문구단인 요미우리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이런 식으로 한국팀들이 모두 맥빠진 경기를 하면서 이번 대회의 흥행 성적도 '낙제점'을 피할 수 없었다. 대회의 사전 준비와 운영 면에서는 만점 가까이 줄 수 있을 만큼 훌륭했다. 그러나 정작 '메인 콘텐츠'는 뒷받침되지 못했다. 삼성, 롯데가 부진했고, 또 대만이나 중국, 호주, 일본의 대표 프로팀은 국내 팬에게는 생소했다.


이로 인해 이번 대회 기간에 치러진 총 7경기에는 고작 3만2198명의 관중이 입장했을 뿐이다. 경기당 평균 4599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 저조한 수치다. 대부분의 경기가 4000명 이하였고, 지난 10일 롯데-요미우리전에 1만168명이 들어와 최다관중을 기록했다. '국제대회'라는 타이틀이 부끄러울 정도로 관중석을 늘 썰렁했다.

한편, 11일에 열린 요미우리와 라미고의 결승전에서는 2회초 사네마츠의 좌중월 2점 홈런 등을 앞세운 요미우리의 6대3 승리로 끝났다. 요미우리는 '한·일 클럽챔피언십' 형식으로 치러졌던 지난 2009년 대회 이후 두 번째 아시아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요미우리 주전유격수 사카모토는 13타수 4안타(타율 0.308) 4타점으로 이번대회 MVP가 됐다.


부산=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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