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코칭스태프 '코드인사' 부작용 많다

기사입력 2012-11-15 17:14


프로야구에서 사령탑이 새로 선임될 때마다 비슷한 일이 되풀이된다. 전임자와 손발을 맞췄던 코치들이 라커를 비우고 새 감독과 인연이 깊은 코치가 그 자리를 채운다. 구단은 보통 새 감독에게 코칭스태프 구성에 관한 권한을 상당 부분 준다. 1982년 프로야구가 출범한 후 반복되는 패턴이다. 물론 예외는 있다. 구단은 소속팀의 레전드나 장기적으로 지도자를 키울만한 지도자를 챙긴다. 팀의 정체성을 지켜야하고, 연고지 팬을 의식해서다.

그러나 코칭스태프 구성은 어디까지나 감독이 주도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벌어지는 '코드인사'처럼 야구판에서도 '코드인사'가 이뤄진다. 성향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같은 목표를 추구하는 것을 일방적으로 탓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패거리 정치가 여러가지 문제로 이어지듯 야구판의 코드 인사도 폐해가 적지 않다.

끼리끼리 '코드인사' 어느 정도인가

야구판에는 'OOO 사단'이라는 말이 종종 등장한다. 특정 감독이 움직일 때 함께 이동하는 코치군을 지칭하는 말이다.

올해 사령탑을 교체한 팀은 한화 롯데 넥센. 이들 세 팀 중 코치진 교체 폭이 가장 적은 팀이 염경엽 감독의 히어로즈였다. 염 감독이 내부 승진하면서 기존 틀을 유지했다. 이강철 수석코치와 최만호 코치가 팀에 합류한 정도다. 이 수석코치는 염 감독의 광주일고 선배다.

이에 비해 롯데와 한화는 변화의 폭이 컸다. 김시진 롯데 감독은 히어로즈 시절 호흡을 맞췄던 정민태 투수코치와 함께 하게 됐고, 일본에서 마무리 훈련 중이던 박흥식 타격코치를 불러들였다. 또 삼성에서 선수로 뛸 때 가깝게 지냈던 권영호 삼성 스카우트를 수석코치에 앉혔다. 김응국 2군 타격코치도 히어로즈와 히어로즈의 전신인 현대 유니콘스에서 코치생활을 하면서 김시진 감독과 인연을 쌓았다. 김 감독과 정 코치, 박 코치는 한양대 동문이기도 하다.

8년 만에 사령탑에 복귀한 김응용 한화 감독은 해태 타이거즈 시절 선수, 타격코치로 함께 했던 김성한 전 KIA 감독을 수석코치에 앉혔다. 김 수석코치 외에 해태 시절 멤버인 이종범 이대진을 코치로 영입했다.

코드인사 무엇이 문제인가


선수단 운영의 전권을 쥔 감독이 자신의 생각을 잘 읽고 마음이 잘 맞는 코치로 코칭스태프를 구성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부정적인 면도 적지 않다.

한 구단의 주전급 포수의 경험담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포수는 경기 내내 앉았다가 일어났다가를 반복하면서 주자를 견제하고, 경기를 리드해야 하는 고단한 포지션이다. 마스크와 각종 프로텍터를 착용하고 있기에 선발투수 못지않게 체력적으로 부담이 크다. 특히 한여름 경기가 길어지면 감내하기 어려운 고통이 따라온다. 한 번은 한 여름 경기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지쳐 교체해 달라고 덕아웃의 배터리코치와 수석코치에게 사인을 냈는데도 외면을 하더라고 증언했다. 코치가 포수 교체를 감독에게 건의하기 어려울 정도로 분위기가 경직돼 있었기 때문이다.

'코드인사'는 학연, 지연, 선후배를 기본으로 한다. 위계질서가 분명한 상하관계다. 유연한 사고를 방해하고 커뮤니케이션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한 구단 단장은 "사령탑을 중심으로 수직적인 관계가 형성되다보니 수석코치나 코치가 감독에게 편하게 이야기를 하지 못한다. 선수단 분위기를 제대로 전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비판했다.

순혈주의가 강한 한화에 새 체제가 들어서면서 자연스럽게 한화 출신 코치들의 입지가 줄어들었다. 아무래도 새 감독이 외부에서 영입한 코치들은 강한 결속력을 보일 수밖에 없다. 구단이 감독을 바꾸고 코칭스태프에 변화는 주는 건 선수단에 새로운 분위기를 불어넣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런 체제 개편이 구단 내에 파벌을 조성할 수 있다.

수석코치는 감독과 공동운명체

감독과 수석코치는 팀의 아버지, 어머니나 마찬가지다. 감독이 성적부진을 이유로 경질될 경우 당연히 수석코치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감독이 물러날 경우 사의를 표하거나 함께 떠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어찌보면 이게 인간적인 도리라고 할 수 있다.

김시진 감독 시절 히어로즈 수석코치로 있던 김성갑 코치는 감독대행을 거쳐 염 감독 체제가 들어선 후 2군 감독으로 물러났다. 김 코치는 감독대행을 맡자 "감독님을 제대로 모시지 못해 죄송하다"며 김시진 감독에 대한 미안함을 수차례 나타냈다.

그런데 양승호 감독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고도 경질된 롯데의 경우 조금 상황이 달랐다. 권두조 수석코치가 감독대행으로 아시아시리즈를 치렀는데, 양 감독에게 경질 사유가 있었다면 당연히 권 수석코치도 책임이 있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권 수석코치는 전임 감독에 대해 입을 다물었다. 물론 팀을 떠난 것도 아니다. 김시진 감독이 취임한 후 구단 방침에 따라 2군 감독을 맡았다.

프로팀 감독을 역임한 한 야구인은 "수석코치는 가장 가까운 곳에서 감독에게 조언을 하고 함께 결정을 내리는 자리다. 감독에게 문제가 있다면 일반 코치는 논외로 하더라도 수석코치는 당연히 책임을 함께 져야 한다. 그러나 일부 팀에서는 이런 상식이 통하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권 코치가 양 감독의 뜻에 따라 임명된 사람이 아니라, 구단의 특정 인사가 심어놓았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나돈다. 수석코치가 감독과 뜻을 같이 하는 지도자가 아니라면, 차기 감독직에 마음이 쏠려 오히려 팀에 해가 될 수도 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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