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기'였던 LG 마운드, 정현욱으로 새 판 짠다

최종수정 2012-11-19 11:58


LG가 박명환 이후 6년 만에 투수 FA를 영입했다. 4년 최대 28억6000만원이란 거액에 중간계투 정현욱을 잡았다. 순수 불펜투수 사상 최고액이다. 정현욱에게 이런 거액을 안긴 이유는 분명하다. '마운드 새 판 짜기'의 중심에 그가 있기 때문이다.

올시즌 LG 마운드의 화두는 '뒷문 불안 해소'였다. LG는 김용수 이상훈 이후 이렇다 할 마무리투수가 없었다. 2002년 준우승 이후 가을잔치에 초대받지 못한 결정적 이유였다. 그렇게 쌍둥이의 마무리 계보는 끊겼다.

고질병 '뒷문 불안'에 경기조작 파문까지… LG 마운드의 과도기

시즌 전 김기태 감독은 마무리투수로 외국인선수 리즈를 점찍는 초강수를 뒀다. 160㎞의 강속구를 던지는 마무리투수. 이상적인 그림이었다. 사실 리즈는 경기조작으로 선발투수 2명을 잃은 LG의 분위기 전환 카드에 가까웠다. 순식간에 핵심 전력 둘을 뺏긴 뒤 마운드 구상을 다시 하다 나온 대안일 뿐이었다.

하지만 리즈는 마무리란 보직에 대한 압박감을 못 이기고, 제 풀에 나가떨어졌다. 새로 마무리로 등장한 봉중근의 1이닝 재활등판이 조금만 더 늦었다면, 시즌 초반 선전도 불가능했다. 또한 올시즌 미운오리에서 백조가 된 유원상을 셋업맨, 혹은 유사시 마무리로 쓰면서 봉중근의 구위를 끌어올려갔다. 그렇게 LG의 새 소방수, 봉중근이 탄생했다.

이처럼 올시즌은 LG 마운드 대변혁의 과도기와 같았다. 부족한 선발진은 새 얼굴을 꾸준히 기용했다. 기존 선발투수인 주키치, 리즈, 김광삼을 제외하곤 사실상 '기회의 장'이었다. 무려 12명의 투수가 한 차례 이상 선발등판했다.

그 결과 왼손 신재웅 이승우 등과 2년차 우완 임찬규 임정우가 가능성을 봤다. 하지만 아직 물음표 투성이다. 내년 시즌 LG 마운드는 여전히 계산이 서지 않았다.


지난 5월 광주구장 불펜에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LG 투수들. 스포츠조선DB
정현욱 영입으로 새 판 짠다, 우규민 2년만에 선발 꿈 이룰까


이런 상황에서 LG 김기태 감독의 마음엔 'FA 정현욱'이 있었다. 내년 시즌 구상의 핵심이었다. 올시즌 유원상-봉중근의 'YB 듀오'에 정현욱이 가세하면, 두터운 필승조가 구축될 수 있었다. 하지만 단순한 불펜 강화 차원이 아니었다.

LG는 FA(자유계약선수) 우선협상기간이 시작되자마자 발빠르게 내부 FA인 이진영과 정성훈을 잔류시켰다. 재계약이 확정되자 김기태 감독은 백순길 단장에게 "우선협상 결과가 어떻게 될 지는 모르지만, 시장에 나온다면 정현욱을 무조건 잡아주십쇼"라고 요청했다.

정현욱이 온다면, 현재 불펜투수 중 최소 1명을 선발로 돌릴 수 있다. 계산이 안 서는 선발진에 칼을 댈 필요가 있었다. 그 적임자는 바로 우규민이다. 전지훈련 때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확인해야 하지만, 일단 올겨울엔 무조건 선발로 던질 몸상태를 만들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경찰청에서 15승무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2.34라는 놀라운 성적을 올린 우규민은 제대 후 LG 마운드의 중심으로 떠오를 것만 같았다. 하지만 올시즌 4승4패 1세이브 9홀드 평균자책점 3.30이라는 평범하지도 못한 성적을 남겼다.

이유는 분명했다. 시즌 전 보직 확정이 늦어졌다. 경기조작 파문 탓이었다. 뒤늦게 마무리로 몸을 만들었지만, 구위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았다. 결국 불펜투수로 어설프게 시즌을 시작해 선발과 중간계투를 오갔다.

우규민은 지난 6월16일 군산 KIA전에서 데뷔 첫 선발등판 기회를 잡았다. 줄곧 선발로 던진 경찰청 시절을 떠올리며 쉽게 경기를 풀어간 우규민은 7이닝 1실점(비자책)으로 데뷔 첫 선발승의 감격을 누렸다. 하지만 세 경기만에 선발 기회는 사라졌다. 팀엔 '불펜투수' 우규민이 필요했다.

이제 그는 정현욱 덕에 2년만에 '선발투수 우규민'으로 돌아갈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나태해서는 안된다. 선발로 던질 몸이 안된다고 판단되면, 또다시 불펜에 머무르게 될 것이다. LG 마운드의 새 판 짜기, 정현욱과 우규민에게 달렸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지난 6월16일 군산 KIA전에서 데뷔 첫 선발등판에 선발승을 올린 LG 우규민. 스포츠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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