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홈런이 늦게 나와 스트레스 많이 받았죠."
이대호는 "사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용병이다 보니 빨리 홈런을 쳐야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자꾸 첫 홈런이 안 나오다보니 스윙이 커져버렸다. 배트스피드도 느려지고, 계속 안 좋아질 뿐이었다"라고 털어놨다.
이대호는 지난 4월21일 니혼햄과의 홈경기에서 첫 홈런포를 터뜨렸다. 개막 후 17경기, 69타석 만이었다. 홈런을 기점으로 타격 밸런스가 돌아오기 시작했고, 데뷔 첫 해 퍼시픽리그 홈런 공동 2위(24개), 타점 1위(91타점)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대호는 올시즌 144경기 전 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8푼6리 24홈런 91타점을 기록했다.
성적이 나기 시작하자 팀 적응에도 속도를 냈다. 일본프로야구에선 첫 시즌이었지만, 프로에서만 11년을 뛴 그였다. 팀에선 베테랑 역할까지 해냈다. 이대호는 "비록 용병이지만, 12년째 프로 생활을 하면서 쌓은 경험이나 노하우를 최대한 많이 얘기해줬다. 코치가 기술적인 부분은 가르치지만, 어린 선수들은 작은 부분을 놓치고 갈 때가 많다"고 말했다.
신인 가와바타와의 일화도 소개했다. 가와바타는 올해 입단했지만, 첫 시즌부터 주전으로 풀타임을 소화했다. 이대호는 "초반에 잘 맞다가 체력이 떨어지면서 갑자기 슬럼프가 오더라. 신인인데 많이 힘들어했다. 그래서 방망이 무게를 10~20g 줄인다거나, 안 맞을 땐 어떤 운동이 필요하단 얘길 해줬다"고 했다.
방망이 무게를 줄이는 등의 작은 변화는 경험이 없는 선수들이 쉽게 알 수 없는 부분이다. 이대호는 "선수는 웨이트를 했기 때문에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안 맞기 시작해도 컨디션이 안 좋다고 생각하지, 배트나 체력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상태로 계속 몰고 가면, 악화되기만 할 뿐"이라고 했다.
이어 "젊다 보니 맞기 시작하면 자신감이 있으니 타율이 잘 올라간다. 하지만 하루 이틀 안 맞기 시작하면 또 급해진다. 다른 이유는 없다. 멘탈 문제다"라고 덧붙였다. 이대호는 고민하는 가와바타에게 "팀은 네가 1군에서 뛰는 것 만으로도 고마워한다. 타율 떨어지는 것에 대해 뭐라고 할 사람 한 명도 없다. 첫 해부터 팀 성적 때문에 부담 느낄 필요도 없다"고 조언을 건넸다.
이대호는 외국인선수지만, 언어소통 등 여건만 허락된다면 주장을 할 수도 있다고 했다. 중학교 때 한 번 주장을 맡아본 그는 성적도 내고 선수들이 필요한 걸 구단에 얘기할 수 있는, 그런 주장이 되고 싶다고 했다.
이대호는 내년 3월 열리는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 선발된 상태다. 그는 "대표팀은 무조건 가는 것 아닌가. 대표팀에 뽑히게 되면 꼭 참가하겠다고 구단과 감독에게 얘기하고 왔다"며 활짝 웃었다.
부산=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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