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비판을 통해 '대호'로 커가는 KIA 안치홍

최종수정 2012-12-05 10:56

5일 광주구장에서 2012 프로야구 삼성과 KIA의 경기가 열렸다. 5회초 1사 1루 삼성 우동균의 유격수 병살타 때 KIA 2루수 안치홍이 1루주자 손주인을 포스아웃 시킨 후 1루로 공을 던지고 있다.
광주=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2.10.05/

뼈아픈 자기반성, 달갑지는 않지만 피할 수만은 없는 자아비판. '아이'가 '어른'이 되기 위해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들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아이는 어른이 되고, 루키는 거물로 성장하는 법이다. '아기 호랑이'라는 친근하고 귀여운 별명을 갖고 있는 KIA 주전 2루수 안치홍도 지금 이 과정에 서 있다. 조만간 그의 별명에서 '아기'라는 수식어가 사라질 것 같다.

2009년 2차 1라운드 1순위로 KIA 유니폼을 입은 안치홍은 단박에 팀의 주전 2루수 자리를 꿰차며 쉬지 않고 성장해왔다. 지난해에는 드디어 골든글러브 2루수 부문의 타이틀 홀더가 되는 영예를 품에 안기도 했다. 생애 첫 3할대 타율(0.315) 등극에 골든글러브까지 거머쥐었으니 3년차 치고는 대단한 성공이라고 할 수 있다.

프로 4년차가 된 올해 역시 이런 성장 페이스는 줄어들지 않았다. 안치홍은 지난해(115경기)보다 17경기나 많은 132경기에 출전했다. 전경기 출전에서 딱 1경기가 모자른 기록이다. 그러면서도 타율 2할8푼8리에 3홈런 20도루 64타점을 기록하면서 여전히 팀의 2루를 굳게 지켰다. 이런 활약 덕분에 안치홍은 올해에도 골든글러브 2루수 부문 후보에 올라있는 상태다. 경쟁상대들인 정근우(SK)나 서건창(넥센)에 비하면 여러 기록적인 측면에서 상당히 앞선다. 그래서 안치홍의 '골든글러브 2연패'를 전망하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자기 반성 1. 좋은 수비가 아니었다

하지만 안치홍은 오히려 스스로를 반성하고 있었다. 여러가지 측면, 특히나 수비에서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고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골든글러브 2연패'가 유력한 선수가 자신의 수비에 대해 반성했다는 대목이 선뜻 믿기지 않는다. 실책도 겨우 11개(2011년 9개)를 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안치홍은 정색하며 말했다. "11개의 실책은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닌데다가 또 실책으로 기록되지 않았지만, 나쁜 수비도 많았다. 그래서 시즌 내내 수비가 불안하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다. 나 스스로도 그런 점에 대해 불만족스러웠고, 반성했다".

이러한 자기반성은 철저한 훈련으로 이어졌다. 수비력은 결국 투자한 시간과 땀에 비례한다는 진리를 안치홍은 알고 있었다. 그는 "마무리 캠프에서 수비력 보강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매일 반복 훈련을 했다. 그 덕분에 이제는 어느 정도 자신감이 붙었다. 내년에 다시는 '수비가 불안하다'는 소리를 듣지 않겠다"고 투지넘치는 대답을 했다.

자기 반성 2. 슬럼프가 길었다

안치홍의 자아비판은 계속 이어졌다. 부족했던 수비력에 이어 두 번째로 나온 것은 바로 '슬럼프를 짧게 끝내지 못했다'는 것. 어떤 뜻일까. 안치홍의 설명은 이랬다. "올해 공격력 측면에서는 그리 아쉬운 게 없다. 비록 3할 타율은 지키지 못했지만 안타수나 타점, 2루타, 도루 등 세부적인 면에서는 2011년보다 다 늘어났기 때문이다. 다만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바로 슬럼프에 빠졌을 때 금세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슬럼프란 선수라면 누구나 경험하는 것이다. 개인에 따라 짧게는 며칠에서 끝나기도 하고 길게는 거의 한 시즌 내내 슬럼프에서 벗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 슬럼프를 벗어나는 방법은 딱히 정해져있지 않다. 그러나 대부분은 긍정적인 생각과 적극성이 좋다고들 한다. 안치홍은 올해 5월부터 6월까지 한 동안 타격 슬럼프에 빠진 적이 있다. 또 시즌 막판인 9월에도 월간 타율이 2할5푼6리일 정도로 부진했다. 슬럼프 기간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를 짧게 끊어내지 못했다는 게 안치홍의 생각이다.

안치홍은 "올해의 경험을 바탕으로 내년에는 조금 더 안정된 수비와 짧은 슬럼프를 가진 선수가 되고 싶다"고 다짐하고 있다. 그런 안치홍에게서 더 이상은 '아기 호랑이'의 귀염성을 찾아볼 수 없다. 그는 이미 큰 호랑이, '대호'로 커가고 있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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