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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이루느냐, 허탈한 귀향이냐.'
이제 남은 시간은 이번 주말 뿐이다. 류현진은 오는 10일 오전 7시(한국시각)까지 LA 다저스와의 입단계약을 완료해야 한다.
포스팅 시스템 규정상 30일 독점협상에서 성공하지 못하면 모든 게 원점으로 돌아간다. 류현진은 다저스로부터 2573만달러(약 280억원)라는 거액 포스팅 금액을 제시받으며 기대 이상의 평가를 받은 것에만 만족할 수밖에 없다.
이제 미국 메이저리그의 윈터미팅도 7일을 기해 끝났다. 다저스도 당초 자신들이 예고한 입단 여부 결정시한(윈터미팅 종료후)을 끝냈으니 이틀간의 막판 줄다리기에서 판가름내야 한다.
이들 변수는 류현진이 입단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이기도 하다.
양측 양보의 여지가 남았다
보라스는 지난 5일 장기계약 조건을 제시한 다저스의 협상안을 단칼에 거절하면서 "류현진은 일본인 투수 마쓰자카가 2006년 보스턴과 계약할 때 받은 6년 5200만달러(약 563억원) 정도는 받아야 하고, 메이저리그 3선발 대우를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보라스의 이같은 발언에서 다저스가 어떤 조건을 제시했는지 가늠할 수 있다. 다저스가 마쓰자카 수준에 크게 못미치는 연봉과 함께 류현진을 4선발 자원 이하로 저평가했을 것이라는 게 국내 축구 에이전트들의 조언이다. 국내야구에서는 에이전트가 거의 없지만 축구에서는 정식 FIFA(국제축구연맹) 에이전트가 활성화 돼있다. 그만큼 축구 에이전트들은 협상의 법칙을 잘 안다. 한 관계자는 "보라스가 특정 선수와 3선발을 콕 집어 얘기한 것으로 봐서 다저스의 조건이 너무 기대 이하였기 때문에 몹시 불쾌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도 그럴것이 미국 언론들은 그동안 다저스의 류현진 영입 예산은 5000만달러(약 541억원)라고 여러차례 보도했다. 포스팅 금액을 빼고 나면 다년간 연봉 2500만달러(약 270억원) 정도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대해 다저스는 한 번도 부인한 적이 없었다. 다저스는 현재 이 기준대로 류현진 협상 테이블에 임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고집만 부릴 수 없는 상황이 엿보이고 있다. 다저스가 최우선 영입 대상으로 꼽았던 잭 그레인키, 아니발 산체스와의 협상에서 별다른 진척을 보지 못했다. 반면 재계약을 원했던 좌완 불펜투수 랜디 초트를 세인트루이스에 빼앗기면서 좌완에 대한 갈증이 더 심화됐다. 보라스 앞에서 마냥 뻣뻣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다저스와 계약안되면 류현진이 일본 진출을 모색하는 것으로 선회할 수 있다"며 초강경 자세였던 보라스도 단기계약 절충안을 제시하며 추가협상 여지를 남겼다. 장기계약에 맞서 단기계약 카드를 내민 보라스. 이제 남은 문제는 돈이다. 류현진 대체자원 확보에 자신감이 떨어진 다저스가 계약기간을 단축하는 대신 연봉으로 자존심을 더 챙겨준다면 큰 무리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 축구계 에이전트는 "보라스가 언급한 마쓰자카, 3선발은 원하는 조건의 상한선이지 이를 충족시켜주지 못하면 결렬이라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양보의 여지가 있다. 입단 협상이란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
두 얼굴 보라스 자기 함정 빠지나
미국 펜실베니아주의 지역지 더 머큐리는 6일(한국시각) 필라델피아 구단과 보라스의 스토브리그 줄다리기를 보도하면서 보라스에 대해 '화려한 경력(high-profile)에 대단한 골칫덩어리(high-headache) 인물'로 묘사했다. 보라스는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협상의 귀재'라는 칭호를 받았지만 '악마'라 불리기도 한다. 뛰어난 협상력으로 최대한 유리한 조건을 끌어내기 위해 구단을 몹시 괴롭히는 '두 얼굴의 사나이'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구단들은 보라스와의 협상을 불편해 한다. 일종의 상거래상 '물건(선수)'이 필요하기 때문에 보라스를 상대하는 것이지 속으로는 기피대상으로 여긴다는 것이다. 이같은 보라스의 이미지는 되레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보라스는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에이전트계의 큰손답게 가장 바쁜 인물이라는 게 현지 언론의 평가다. 류현진 뿐만 아니라 마이클 본, 애드윈 잭슨, 카일 로시, 라파엘 소리아노 등 대어급 FA(자유계약선수)들을 상당수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라스 입장에서는 이들 선수 모두가 소중한 고객인만큼 거래를 성사시켜야 할 의무가 있다. 이는 곧 보라스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다른 구단을 상대로 흥정해야 할 '매물'이 많은 상황에서 류현진 하나를 보고 강경노선만 고수하기란 현실적으로 무리다. 그렇지 않아도 악명이 높은데 류현진으로 인해 "여전하다"는 소리를 들으면 나머지 장사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사실을 무시할 수 없다. 결국 류현진은 협상 마감시한까지 큰 진통을 겪겠지만 최후에 웃을 것이란 예측이 가능하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