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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아들이 ○○대학에 갈 수 있게 도와주세요."
천보성에서 양승호까지, 프로야구판과 맞닿은 입시비리
K씨와 두 대학 감독은 모두 프로선수 출신이다. 그리고 돈을 직접 주고 받은 K씨와 부산 D대학 감독에겐 지난 11월 징역 8개월과 징역 1년의 실형이 선고됐다. 검찰은 서울과 부산지역 대학 야구부 전·현직 감독 4명과 인천지역 고교 야구부 감독 2명, 대한야구협회 심판위원 1명, 학부모 4명 등 총 10명을 기소했다. 프로야구 선수 출신이 상당수 포함됐다.
이틀 간의 조사 끝에 13일 양 감독에겐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또한 2010년부터 연세대 감독으로 재직한 정진호 전 LG 코치(56) 역시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12일 오전 체포돼 조사중이다.
아마추어 야구판을 뒤흔들고 있는 입시비리 사건은 지난 4월 교육과학기술부에 천보성 전 한양대 감독에 대한 투서가 날아들면서 시작됐다. 체육특기생 입학을 대가로 학부모들에게 금품을 수수했다는 것. 학교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천 전 감독은 5월 말 해임됐다. 그리고 검찰 조사를 받던 중 부인이 투신 자살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양 전 감독과 정 전 코치 역시 프로에서 선수와 지도자로 뛴 프로 출신이다. 천 전 감독은 프로 원년인 1982년 개막전 첫 타석의 주인공이다. 올해 초 경기조작으로 얼룩진 프로야구판에 또다시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도대체 왜 '입시'비리가 프로야구판과 맞닿아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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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 관계자들은 시스템적인 문제를 꼽는다. 과거와 달라진 스카우트 관행이 결국 '검은 돈'의 유혹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80년대와 90년대만 해도 '초고교급 선수'가 프로행을 택하는 일은 흔치 않았다. 프로에 직행하는 대신 대학 진학을 선택했다. 대학은 좋은 선수 영입을 위해 스카우트비를 마음껏 썼다.
1996년 김병현은 고교 2학년 때 제50회 청룡기 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 23이닝 연속 무실점을 기록하며 광주일고에 우승을 안겼다. 이듬해 김병현은 프로행을 뿌리치고 아마추어 최고 스카우트 금액인 2억원을 받고 성균관대에 입학했다.
당시만 해도 대학들은 프로 만큼 돈을 써 학부모들을 설득했다. 스카우트 전쟁이었다. 게다가 대학에 가면 야구를 그만두더라도 써먹을 수 있는 졸업장이 생겼다. 초등학교 때부터 아들 뒷바라지에 돈을 쏟아 부은 학부모들에겐 대학 진학이 최우선 순위일 수밖에 없었다.
박찬호의 성공으로 프로나 대학 대신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는 선수들이 쏟아진 적도 있었다. 하지만 성공보다 실패가 많자 이마저도 시들해졌다. 게다가 FA(자유계약선수)제도 정착 후 '대박'을 터뜨리는 선배들의 모습을 보면서 하루라도 빨리 프로행을 택하는 게 낫다는 인식이 퍼졌다.
이제 대학은 프로에 진출하지 못한 선수들, 또는 대학 졸업장이 꼭 필요한 선수들이나 가는 곳이 됐다. 대학 진학이 필요한 이들은 '검은 돈'의 유혹에 빠졌다. 계약금을 주면서 선수를 영입하고, 거기에 동기들까지 껴서 데려갔던 과거와 상황이 역전돼 버린 것이다.
또한 대한야구협회는 2000년대 초부터 전국대회 4강 진출팀에게만 주어졌던 대학 특기자 자격을 폐지했다. 성적지상주의에 찌든 고교야구를 정화시키고자 하는 노력이었다. 덕분에 대학의 문은 넓어졌다. 하지만 동시에 금품을 이용한 비리가 가능해졌다.
여기에 큰 돈을 만져본 프로 출신 지도자들이 대학으로 오면서 사태는 더욱 심각해졌다. 선수 선발에 대한 전권은 대부분 감독이 쥐고 있다. 돈맛을 알아버린 프로 출신 감독 역시 쉽게 유혹에 넘어갔다. '성의 표시'와 '뇌물'의 기로에서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버린 것이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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