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한기주, 2013년 '오뚝이'처럼 설 수 있을까

기사입력 2012-12-18 10:52




아무리 쓰러트려도 다시 몸을 우뚝 세우는 오뚝이. 올겨울 KIA 투수 한기주가 그리는 스스로의 이상적인 이미지는 바로 이런 '오뚝이'다. 실패하고 좌절하더라도 다시 툭툭 털고 일어서 환하게 웃어보이겠다는 각오로 힘든 재활을 이겨내고 있다. 한기주가 2013년 부활의 목표를 뚜렷이 세웠다.

전통적으로 KIA가 연고를 둔 광주·전남 지역에서는 대단히 뛰어난 유망주 투수들이 자주 출현하곤 했다. 과거 선동열 감독을 필두로 80~90년대 프로야구 대스타들이 즐비했었다. 2000년대 이후에도 이런 전통은 이어졌다. 2002년 광주 진흥고 출신의 김진우가 무려 7억원이라는 역대 최고액의 입단 계약금을 받으며 화려하게 KIA에 입성했다. 엄청난 입단계약금은 그러나 불과 4년 뒤에 깨지고 말았다. 2006년 신인드래프트에서 광주 동성고 에이스 한기주가 1차로 KIA에 지명됐고, 계약금으로 무려 10억원이라는 엄청난 액수를 받아버렸기 때문이다.

한기주가 10억원의 입단계약금을 받았다는 것은 그만큼 팀에서 엄청난 기대를 했다는 뜻이다. 다소 과하다는 평이 있었지만, 한기주는 입단 첫 시즌이었던 2006년에 전천후로 나서 10승11패 1세이브 8홀드, 평균자책점 3.26을 기록하며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스스로 입증했다.

하지만 한기주의 봄날은 딱 3년 만에 끝났다. 10승을 거둔 루키 시즌을 뒤로하고, 2007년부터 마무리로 변신한 한기주는 이듬해까지 팀의 소방수로서 뒷문을 잘 틀어막았다. 2007년에는 2승3패 25세이브에 평균자책점 2.43을 기록했고, 2008년에는 3승2패 26세이브 평균자책점 1.71을 남기며 성공시대를 여는 듯 했다. 입단 첫해부터 3년차 까지는 이렇듯 순조로운 프로 생활이 펼쳐지고 있었다.

그러나 2009년부터 한기주의 야구인생은 험난한 자갈밭 내리막길을 만나게 된다. 부상 때문이다. 수술만 벌써 세 번째 받았다. 가장 처음에는 공을 던지는 오른쪽 팔꿈치가 아팠다. 결국 2009시즌을 제대로 버티지 못한 한기주는 시즌 종료 후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고, 2년의 재활을 거친다. 2011년 후반기가 돼서야 다시 1군 무대에 올라섰지만, 이번에는 손가락이 말썽이었다. 공의 실밥을 강하게 채야 할 오른쪽 중지가 아팠다. 툭하면 퉁퉁 부었다.

결국 한기주는 2011시즌 종료 뒤 서울에서 오른손 중지 아랫부분의 건초염 증세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 투수로서는 매우 희귀한 수술이라고 했다. 그렇게 부진의 원인을 캐낸 줄 알았는데, 그게 또 아니었다. 올해에도 손가락은 여전히 말썽이었다. 결국 한기주는 세 번째 수술을 택했다. 이번에는 미국으로 건너갔다. 지난 10월말 미국 LA 조브 클리닉에서 손가락에 대한 수술을 다시 받았다. 다행히 손가락이 아팠던 것은 그렇게 심각한 부위가 아니었고, 수술도 성공적으로 끝났다.

잊을만 하면, 어느 새 다시 끈질기게 따라붙는 부상과 싸우느라 한기주는 지난 4년을 허비하고 말았다. 자신보다 적은 입단 계약금을 받았던 동기 류현진이 당당히 메이저리거가 되는 동안 한기주는 병원과 운동장을 왔다갔다 한 것이다. 올해 16경기 밖에 하지 못한 한기주는 연봉도 1억1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깎였다. 어쩌면 이 '1억원'은 한때 '10억팔'로 불렸던 한기주가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다는 상징적인 의미일 수도 있다.

한기주는 그래서 2013시즌을 새로운 부활의 한 해로 여기고 각오를 새롭게 다지는 중이다. 부상과는 이제 완전히 결별을 선언했다. 또 4년의 고생이 헛된 시간만은 아니었다. 한기주는 시련을 통해 좀 더 단단한 마음을 갖게됐고, 긍정적인 희망을 생각한다. 마치 무른 쇠가 뜨거운 불과 차가운 물, 그리고 망치로 얻어맞으며 단단해지듯 한기주도 시련을 통해 강해지고 있다. 한기주가 2013년에는 진정한 '오뚝이'가 되어 환하게 웃으며 일어설 수 있을 지 기대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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