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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 없는 계약은 없다.
'검증된' 용병 듀오, 느긋해진 시장환경
주키치와 리즈의 재계약. 쉬울리가 없다. 그들은 '검증된 용병'이다. 내년까지 뛰면 벌써 3시즌째. 이미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입증했다. 협상 테이블에서 조바심을 낼 상황이 아니다.
주키치는 시작부터 꾸준한 활약을 했으나 여름 이후 체력 저하로 주춤했다. 하지만 그 사실이 협상에 있어 커다란 흠이 되지는 않는다. 주키치는 희소성이 있는 카드. 국내 거의 모든 팀이 잡고 싶어하는 제구력과 경기 운영능력을 갖춘 검증된 왼손 투수다. 1m95의 장신을 활용한 높은 타점에 투구 발사 각도가 특이해 연타 허용 확률이 적다. 최대 장점이다.
한껏 과열된 외국인 투수 시장 구조도 이들의 계약 시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수준급 외국인 투수에 대한 수요가 최고조다. 일단 NC 가세로 물리적 수요가 늘었다. 게다가 9개 구단 19명(NC는 3명)의 외국인 선수는 전원 투수다. 좌완은 더 희귀하다. 시장을 지배하는 수요-공급의 원리 상 몸값이 오른다. 사문화된지 오래인 외국인 선수 몸값 상한선(30만달러)은 한화가 새로 영입한 대나 이브랜드의 다운계약서 파문으로 망신거리만 됐다. 외신 보도에서 이브랜드는 구단 발표 금액보다 3배 많은 최대 90만달러에 계약한 것으로 밝혀져 파문을 일으켰다.
이런 유리한 환경 속에 주키치와 리즈는 서두를 리도, 그럴 이유도 없다. 타 팀 외국인 투수들의 몸값을 지켜본 뒤 협상의 기준을 삼을 공산이 크다. 외국인 선수들 간 정보 공유 시스템은 비교적 잘 갖춰져 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일본 진출 가능성보다는 유리해진 시장 상황 속에 몸값 올리기 과정일 공산이 크다.
두 투수에 대한 합리적 몸값 기준을 세워놓았을 LG 구단 입장은 선수와 대척점에 있다. 당연히 그들이 원하는 만큼 다 줄수 없다. LG도 최후의 무기가 있다. 한국에서 뛰고 싶다면 선택은 없다. LG 뿐이다. 상반된 입장의 양 측 간 접점 어딘가에 타협점이 있다.
류제국 미국행, 협상 과정의 일부?
류제국은 올겨울 LG 마운드 변화에 있어 큰 기대주였다. 시간의 문제일 뿐 그의 입단은 기정사실처럼 보였다. LG 2군이 있는 구리에 합류, 몸을 만들어 왔다. LG도 낙관적이었다. "조금만 기다리면 된다"며 연말 내 협상 타결을 시사했다. 하지만 변수가 생겼다. 16일 돌연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미국에 머물며 운동하고 상황에 따라 현지 구단의 테스트도 받을 예정이란 말이 지인들을 통해 흘러나왔다.
류제국의 돌발 행동에 LG는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미국행에 대해 "지금은 LG선수가 아니라 언급하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협상 타결이 지연된 이유가 단지 금액 차이 때문만인지를 묻자 확답을 피했다. 류제국은 LG와의 협상과정에서 입단 의사를 접은 것일까.
당사자의 속마음. 속단하기 힘들다. 하지만 여러가지 정황상 이 또한 협상 과정의 일부로 해석된다. 미국 출국 전까지 류제국의 방향은 비교적 분명했다. 일관되게 LG 입단이었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재기하고 성공하기를 원했다. 지인들을 통해 "LG에 입단하면…"이란 가정법이 그의 입에서 종종 흘러나왔다. 다만, 갑작스러운 미국행은 LG와의 협상이 순조롭지 않다는 방증이다. 쉽지는 않은 협상 조건. 평가 기준이 다르다. LG는 2009년 이후 실전 공백과 수술 경력으로 인한 불확실성에 주목한다. 류제국은 아마 시절부터 이미 대형 투수로서의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고 미국에 진출했던 자신의 잠재력에 대한 인정과 안정된 대우를 원한다.
갑작스러운 돌발 변수. 양 측의 줄다리기 과정이라면 큰 문제는 없다. 협상은 양측이 가장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신경전을 포함한 개념. 다만, 딜이 예상보다 다소 길어질 뿐이다. 다만, 중요한 사실은 물밑 협상 창구만은 열려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협상의 파국은 종종 비이성적이고 사소한 감정 문제로 찾아온다. 양측 모두 원치 않는 방향으로 일이 꼬일 수 있다. 양측 모두 상대적으로 예민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단절은 협상 파국의 가장 큰 이유다. 합리적 협상의 끈을 유지한다면 류제국은 결국 LG 유니폼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 여러가지 중 가장 높은 확률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