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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류중일 감독은 2012시즌 페넌트레이스 하반기에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감독은 현역 프로팀 사령탑에게 맡기는 것보다 전임 감독제를 통해 외부의 훌륭한 분을 모시는 게 낫다"는 소신발언을 한 적이 있다.
류 감독이 이같은 발언을 한 것은 다른 8개 프로팀 감독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말이었다. 프로팀 감독은 성적과 결과로 평가받아야 하는 파리목숨이나 다름없다. WBC에 집중하면 어쩔 수 없이 소속팀 관리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한시즌 성적이 저조해지면 결국 감독이 구단으로부터 저평가를 받게 될 공산이 크다. 따라서 현역 감독들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기 보다 재야에 많은 실력있는 지도자들을 활용하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류 감독의 말은 공허한 메아리에 그쳤고,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하면서 정해진 규정에 따라 자연스럽게 WBC 감독의 중책을 맡았다.
이와 대표팀 감독을 맡았으니 국가를 위해 좋은 결과를 내고 마음이 간절해졌다. 국내 프로야구에서 2년 연속 통합우승을 이끌어 낼 정도로 승부근성이라고 하면 둘째 가라고 해도 서러워 할 류 감독이기 때문이다.
타선의 핵심 추신수(신시내티)도 소속팀에서 WBC 참가를 허락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부담스러운 자리이면 대표팀 선발작업이라도 순탄해야 그나마 위안이 될텐데 시작부터 난관뿐이니 머리만 쥐어뜯을 노릇이다.
류 감독이 각종 시상식, 워크숍 등에 불려다니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다가 비활동기를 맞아 모처럼 휴식시간을 맞았는데도 목소리에는 힘이 푹 빠져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듯하다.
설상가상으로 그런 류 감독의 어깨를 더욱 짓누르는 일이 생기기 시작했다. 우려했던 일이 현실화되는 것이다. 이제 12월 말까지 정해진 비활동기가 끝나면 새로운 시즌 준비를 위한 전지훈련 시즌이 열린다.
내년 봄까지 이어진다고 해서 스프링캠프라 불리는 전지훈련 시즌은 프로 스포츠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다. 전지훈련에서 어떻게 준비를 했느냐에 따라 한 해 농사의 성패가 좌우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은 전쟁터에 나가기 위해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부터 사령관이 빠지고, 일당백의 특전사 요원을 잃은 상태을 맞아야 한다. 이른바 '우승 후유증'인 것이다.
류 감독은 내년 2월 13일 대만에서 시작되는 WBC 예선경기에 참가하기 위해 소속팀을 떠나야 한다. 삼성 전지훈련 스케줄과 WBC 경기일정의 중복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삼성은 내년 1월 20일부터 2월 5일까지 미국 괌에서 1차 전지훈련을 갖고, 곧바로 2차 전지훈련지인 일본 오키나와로 이동한다. 오키나와에서 1개월 동안 스프링캠프의 마무리 담금질 과정을 거치는 삼성은 3월초 귀국해 3연패가 걸린 2013년 시즌을 맞이하게 된다.
이 스케줄대로라면 류 감독은 2차 오키나와 전지훈련에 참가할 수 없게 된다. 선수들의 컨디션을 시즌 개막에 맞춰나가고, 작전과 전술 완성도를 완성시켜야 하는 가장 중요한 시기에 사령관이 빠지는 것이다.
어디 류 감독만 빠지는가. 이미 대표팀에 선발된 김한수 코치를 비롯해 진갑용 이승엽 오승환 장원삼 김상수 차우찬 등 주전 멤버들이 대거 소속팀을 이탈해야 한다. 막강한 통합우승팀이니 차출된 '병사'가 상대적으로 많을 수밖에 없다.
선수간 몸싸움이 없고 개인기량의 비중이 높은 프로야구였기에 망정이지 조직력 비중이 월등한 축구나 농구같은 종목이었으면 벌써 1년 농사 망쳤다는 '곡소리'가 나올 뻔한 상황이다.
대표팀에 차출돼서 노는 것도 아니고, 꾸준히 훈련을 하기 때문에 선수들의 컨디션 관리에 커다란 지장은 없을 것이란 주장도 있다. 하지만 소식팀에서 호흡을 맞추며 소속팀의 특성에 따라 시즌을 준비하는 것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특히 류 감독의 경우 선수들의 몸상태를 직접 체크해야 내년시즌 선수운용 구상을 할 수 있는데 그럴 기회를 놓치게 된다.
삼성 구단은 류 감독과 주요선수들의 부재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각종 보완책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한다. 말 그대로 보완책이지 해결책은 아니다.
삼성이 통합우승팀답지 않게 내년시즌 다소 고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통합우승의 명장 류 감독과 조직관리 전문팀 삼성이 현실화되는 우려감을 어떻게 극복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