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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더위가 한창이던 지난 8월 말. 고양 원더스 김성근 감독은 작심한 듯 '프로야구는 최악의 위기'라며 쓴소리를 쏟아냈다. "겨우내 훈련 부족으로 제 공을 던지지 못하는 윤석민과 류현진은 투수도 아니다"라며 꾸짖었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순위 싸움은 하향평준화에 의한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그 근거로 노 감독은 신인급 선수들의 활약을 꼽았다. "올해만큼 신인들이 올라온 해가 없다. 페넌트레이스와 프로야구 수준 자체를 한참 낮춰 놨다. 의식도 낮춰놨고, 실력도 낮춰놨다. 30년 역사상 최악의 시즌이다."
하향평준화. 스포츠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무서운 단어다. 농구가 대표적이다. 90년대 절정의 인기를 누리던 농구는 바로 이 하향평준화 속에 빛을 잃었다. KBL은 오직 리그 평준화에만 골몰했다. 샐러리캡(연봉 총액 상한제)과 외국인 트라이아웃 제도 등이 대표적이다. 슈퍼스타 배출 길이 꽉 막혔다. '(왕년의 인기스타 출신) 감독, 코치는 알아도 선수들 이름은 모른다'는 올드팬들의 푸념이 들릴 정도다. 특정 팀의 독주를 막고 고르게 우승의 혜택을 맛봤지만 KBL은 서서히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하고 있었다. 한번 인기의 끈을 놓친 프로스포츠. 많은 노력에도 불구, 다시 예전의 인기를 찾기 어렵다. 최고 인기를 누리고 있는 프로야구로선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문제다.
프로야구는 한국에서 가장 야구를 잘 하는 선수들이 활약하는 최고의 무대이다. 프로선수라면 자긍심을 갖고 최고의 플레이를 보여주기 위해 끊임없이 뛰어야하고, 약점을 줄이기 위해 부단히 노력을 해야 한다. 그게 프로의 기본이다. 연봉이 올랐다고, 알아보는 사람이 많다고, 우쭐대다가는 된서리를 맞을 수 있다.
2015년에는 10구단이 합류한다. 구단은 2개나 늘었는데 아마추어 저변은 은박지처럼 얇다. 고사 직전이다. 선수 가뭄 속에 고교 야구부는 줄어들대로 줄었다. 최근 몇년간 아마야구 저변 확대를 강조했는데도 별다른 성과가 없다. 수요는 커졌는데 공급은 줄어드는 과수요 시장이 본격화한지 오래다. 장기적 대책이 없다면 프로야구 수준 저하는 불가피하다.
프로야구 흥행을 이끌던 빅스타의 해외진출 재러시도 리그 위기를 부추기는 요소다. LA 다저스에 진출한 류현진를 시작으로 윤석민 등 빅스타의 해외진출이 다시 이어질 전망이다. 이미 임창용도 건너갔다. 상황에 따라 이대호, 오승환, 최 정 등도 메이저리그에 합류할 가능성이 있다. 선발 투수 류현진이 성공할 경우 잠잠했던 메이저리그에 대한 국내 팬들의 관심이 크게 폭발할 것이다.
경기력이 저하된 국내 프로야구는 외면받기 딱 좋은 컨텐츠다. 당장 수준높은 메이저리그와 비교되기 딱 좋다. 국내야구와 해외야구에 대한 팬들의 관심은 제로섬 게임이다. 기억하자. '다저맨' 박찬호의 최전성기는 한국프로야구 최악의 침체기였음을….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