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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화 마무리 송창식은 8일 현재 9개팀 불펜투수들 가운데 가장 많은 이닝을 던졌다. 조병관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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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정현욱은 지난 2009년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참가해 '국민 노예' 즉, '국노(國奴)'라는 별명을 얻었다. 필요할 때마다 마운드에 올라 역투를 펼치자, 이러한 영광스러운 별명이 붙은 것이다. 당시 프로 입단후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단 정현욱은 구원투수로 5경기에 등판해 10⅓이닝을 던지며 1승, 1홀드, 평균자책점 1.74로 한국의 준우승에 크게 기여했다.
정현욱은 지난 겨울 FA 계약을 통해 정든 삼성을 떠났다. LG에서도 정현욱의 역할은 중간계투.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등판해 마무리 투수에게 마운드를 넘기는 것이 정현욱의 보직이다. 정현욱은 8일 현재 16경기에 나가 16⅓이닝을 던지면서 1승2패, 5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3.31을 기록했다. 여전히 불펜에서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국제대회가 아닌 까닭으로 '국노'라고 부를 수는 없어도, LG 마운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런데 이러한 '국노급' 등판을 하는 또다른 투수가 눈에 띈다. 한화 마무리 투수 송창식이다. 송창식은 이날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NC와의 경기에서 3-4로 뒤진 8회말 2사후 등판해 9회까지 1이닝 동안 무안타 무실점의 호투를 펼쳤다. 팀이 9회초 3점을 뽑아내며 6대4로 역전승을 거둬 송창식에게 구원승이 주어졌다. 전날(7일) 경기에 이은 이틀 연속 등판이었다.
송창식은 이날까지 17경기에 등판해 24⅓이닝을 던지면서 1승2패, 4세이브, 평균자책점 2.22의 특급 성적을 올렸다. 출전경기수와 투구이닝이 전체 구원투수들 가운데 가장 많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순수 불펜 투수 가운데 올시즌 이날까지 20이닝 이상을 던진 선수는 송창식 말고도 두산 오현택(21이닝)이 있다. 송창식이 상대적으로 많은 이닝을 소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송창식은 이틀 연속 뿐만 아니라 3일 연속 마운드에 오른 적도 있다. 지난달 16~18일 NC와의 대전 3연전에 모두 등판해 연속해서 세이브를 기록하기도 했다. 물론 투구수도 377개로 전체 불펜 투수들 가운데 가장 많다.
송창식의 등판 회수가 많은 것은 한화 마운드 사정상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 불펜진 가운데 믿을만한 투수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김응용 감독은 경기수와 투구이닝을 감안해 최대한 송창식의 부담을 덜어주려 한다. 그러나 승부처에서는 다른 투수를 낼 수 있는 상황이 못된다. 송창식에 대한 의존도가 클 수 밖에 없다. 지난 7일 NC전에서는 팀이 9회초 8-4로 전세를 뒤집자 9회말 세이브 상황이 아니었음에도 송창식이 마운드에 올랐다. 올시즌 무너지는 마운드를 바라보며 "7점차로 이기고 있지 않으면 안심이 안된다"고 했던 김 감독으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송창식은 오른손 검지에 혈행장애를 앓고 있다. 피가 잘 통하지 않는 증세로 많은 공을 던질 경우 통증이 생긴다고 한다. 2004년 데뷔한 송창식은 혈행장애 때문에 한 동안 그라운드를 떠났던 적도 있다. 완치가 되지 않는 병이다. 지금은 경기하는데 지장이 없지만 항상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 송창식은 지난해 47경기에 등판해 74⅓이닝을 던져 4승3패, 12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2.91을 기록하며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혈행장애를 극복하고 올시즌에도 한화의 주축 투수로 활약하고 있는 것이다. 필요할 때마다 투혼을 불사르며 마운드에 오르는 그의 투구가 더욱 빛나 보이는 이유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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