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몬스터' 푸이그 "류현진과 친해요"

기사입력 2013-06-09 12:45


야시엘 푸이그는 자신의 메이저리그 성공스토리를 듣고 고국 쿠바 국민들이 기뻐하고 있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다. 8일 류현진 등판 경기에 앞서 포즈를 취한 푸이그. LA=곽종완 통신원

7일(이하 한국시각) 애틀랜타를 상대로 LA 다저스가 1-0으로 불안한 리드를 지키고 있던 8회말.

1번타자 야시엘 푸이그(23)가 타석에 들어서자 돈 매팅리 감독은 "저 친구가 초구를 쳐서 그랜드슬램을 만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마치 짜놓은 각본처럼, 푸이그는 상대투수의 초구를 밀어쳐 다저스타디움 오른쪽 담장을 훌쩍 넘겼다. 푸이그의 만루홈런으로 다저스는 승리를 완벽하게 굳혔다.

이튿날(8일) 매팅리 감독은 "푸이그가 홈런을 치자마자 내가 한 말을 옆에서 들었던 아드리안 곤잘레스도 함께 박수를 치며 기뻐했다"며 자신의 '예고 홈런'이었음을 자랑하듯 이야기했다. 푸이그는 류현진이 선발등판한 이날 경기에서도 0-1로 뒤진 6회말 좌월 솔로홈런을 터뜨리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류현진의 호투와 푸이그의 동점홈런으로 다저스는 연장 끝에 2대1로 승리했다.

미국 전역에 '푸이그 신드롬'이 뜨겁게 불고 있다. 류현진의 동료라는 점에서 한국에서도 인기가 부쩍 많아졌다. 이날 현재 5경기에서 타율 4할2푼1리, 4홈런, 10타점을 기록했다. 메이저리그 데뷔 첫 5경기에서 4홈런을 때린 선수는 1900년 이후 푸이그가 두 번째다. 그는 쿠바 출신이다. 지난해 보트 한 척에 의지한 채 쿠바를 떠나 멕시코로 망명한 뒤 우여곡절 끝에 미국 입성에 성공했다. 20대 초반의 그에게 다저스는 7년 4200만달러라는 거액을 제시했다. 언론과 전문가들은 네드 콜네티 단장의 '무모한 투자'라며 많은 우려를 나타냈다. 그랬던 그가 연일 홈런포를 터뜨리며 침체된 타선을 살려내고 있으니, 다저스 프런트가 함박 웃음을 지을만도 하다. 푸이그가 만루포를 날리던 날, 그와의 계약 실무를 맡았던 부사장이자 스카우트 총책임자인 로간 화이트는 다저스타디움 기자실에서 "내가 뭐랬어. 그가 해냈잖아! (I told you. He made it)"라고 외치며 기자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기도 했다.

푸이그는 2011~2012시즌 쿠바 자국리그에서 타율 3할3푼, 17홈런, 47타점, 78득점을 기록하며 '5툴 플레이어'로 메이저리그 각 구단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푸이그는 여러 번의 망명을 시도하다 잡혀 쿠바리그 출전 금지 징계를 받기도 했다고 한다. 푸이그는 지난해 5월 보트 한 척에 의지한 채 쿠바를 탈출해 멕시코로 망명한 뒤 영주권을 얻어 메이저리그 진출 자격을 획득하며 다저스를 비롯한 여러 구단의 영입 대상에 포함됐다.

푸이그에 대해서는 미국 현지 언론의 인터뷰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그러나 푸이그는 쿠바나 망명 이야기가 나오면 인터뷰 도중 입을 닫는다고 한다. 오로지 야구에 대해서만 말을 한다고 한다. MLB.com의 켄 거닉 기자는 "나 역시 푸이그에게 물어볼 것이 많지만, 푸이그와 그의 통역이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질문을 하면 '야구 이야기만 해달라'고 말한다"고 귀띔했다. 또 푸이그는 영어가 굉장히 서툴다. 푸이그는 영어를 거의 못알아 듣고 말하지도 못한다. 그래서 스페인어 통역이 반드시 옆에 있어야 한다.

몇 차례 시도 끝에 푸이그와의 인터뷰 자리가 마련됐다. 이날 류현진 등판 경기를 앞두고 푸이그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류현진 통역을 맡고 있는 마틴 김과 다저스 구단의 스페인어 통역사인 팀 브라보, 그리고 멕시코 출신의 내야수 루이스 크루즈의 도움으로 무사히 인터뷰를 마칠 수 있었다.


다저스 구단에서 스페인어 통역을 맡고 있는 팀 브라보와 포즈를 취한 푸이그. LA=곽종완 통신원
-소개를 부탁합니다.


이름은 야시엘 푸이그, 1990년 12월7일에 쿠바의 시엔푸에고스(Cienfuegos)에서 태어났습니다.

-언제부터 야구를 시작했나요.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습니다. 여느 쿠바 사람들처럼 아주 어릴 때부터 했습니다.

-현재 미국에서 누구와 살고 있나요.

현재는 구단이 마련해준 호텔에서 혼자 지내고 있습니다.

-외롭지는 않은가요.

(웃으며)괜찮습니다. 요즘은 메이저리그에서 플레이하는 하루하루가 즐겁습니다.

-작년 다저스와 계약했을 때 기분은 어땠나요.

다저스 말고도 정말 많은 팀들이 저를 원했습니다. 다저스가 저를 선택해 기뻤습니다. (당시를 생각하는 듯한 표정으로)다저스는 어렸을 적부터 동경하던 팀이라 뛸듯이 기뻤습니다. 정말 행복했던 순간으로 기억합니다.

-올시즌을 앞두고 스프링캠프에서 엄청난 활약을 보였습니다. 그렇지만 시즌은 마이너리그에서 시작했습니다.

단장과 사장의 결정이니 선수로서 따라야만 했습니다. 실망도 컸지만 하루빨리 빅리그에 올라가서 내 가치를 증명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더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메이저리그에 콜업됐을 때 어떤 각오였습니까.

꿈을 이뤘기에 정말 기뻤습니다. 내 실력을 보여주자고 다짐했습니다.

-메이저리그 첫 타석(4일 샌디에이고전 1회말 중전안타)에 섰을 때 기분은 어땠나요.

큰 긴장없이 들어갔고, 팬들이 열정적으로 제 이름을 불러줘서 더 즐길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안타를 칠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긴장이 없었다니 의외입니다.

(가벼운 미소로)오랫동안 바라던 꿈을 이룬 자리니까 긴장보단 즐거움이 컸습니다.

-어제 만루홈런을 정말 큰 화제가 됐습니다. 당시 상황을 이야기 해 줄 수 있나요.

만루였기에 투수가 초구 스트라이크를 던질거라 생각했습니다. 생각대로 가운데로 볼이 왔고, (스윙하는 시늉을 하며)힘껏 볼을 때렸습니다.

-최근 4게임 동안 관중석에서 3번의 커튼콜이 나왔습니다.

(밝은표정으로)팬들에게 정말 감사할 따름입니다. 꿈만같은 상황들 같습니다.

-현재 다저스 외야에는 맷 캠프, 칼 크로포드, 안드레 이디어 등 좋은 선수들이 많습니다. 이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자신이 있나요.

매 게임 최선을 다한다면 당연히 좋은 결과가 있을 겁니다. 저는 제 자리를 차지할 자신이 있습니다.

-팀에서 친한 선수는 누가 있나요.

아드리안 곤잘레스, 루이스 크루즈, 그리고 (손가락으로 류현진을 가리키며)저기있는 '꼬레안 프렌드(Korean friend)'입니다. (이때 통역을 해주던 크루즈가 푸이그를 가리키며 "헛소리 입니다. 이 친구 나랑 안친해요. 우리 아버지가 멕시코에서 배팅볼도 던져줬는데, 이 친구는 기억도 못합니다"라고 끼어들자 주위는 웃음바다가 됐다. 크루즈와 푸이그는 서로 장난을 치며 잠시 스페인어로 대화를 했다)

-최근 류현진, 크루즈와 함께 한 수영세레모니가 큰 화제 입니다. 본인의 작품인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저의 꼬레안 프렌드(류현진)와 크루즈가 만들었고, 저에게 함께 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이 춤의 의미는 특별히 없고, 우리끼리 좋은 플레이를 펼칠 때마다 함께 축하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 몸이 야구선수라기보다 격투기 선수 같습니다.

(크루즈가 "벗어서 한국팬들에게 네 멋진 몸을 보여드려~!"라고 하자, 크루즈와 스페인어로 이야기한 뒤 웃으며)평소 웨이트를 열심히 합니다. 타격시 강한 파워가 필요하다 생각했어요.

-악수를 해보니 손바닥이 야구선수치고 상처하나 없이 깨끗한데요. 스윙 연습은 많이 하는지요.

스윙연습은 열심히 합니다. 다만 오른손이 공을 던지는 손이라 항상 관리를 열심히 합니다.

-오늘(8일)까지 5게임 출전입니다. 몇 게임 안되지만 충분히 신인왕도 노릴만한 활약인 것 같습니다.

팀이 저에게 기대하는 바가 큽니다.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아직 신인왕은 의식하지 않고 있습니다.


다저스 구단 숍에 진열된 66번이 적힌 푸이그의 저지. 왼쪽에 'RYU'라고 적힌 류현진의 저지도 보인다. LA=곽종완 통신원
-쿠바 시절의 삶은 어땠나요.

항상 메이저리거가 되겠다는 내 모습을 상상하며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리고 최고의 선수에 걸맞는 교양도 갖춘 사람(Educated person)이 되고 싶었습니다.

-쿠바리그에서 성적이 정말 좋았습니다. 당시에는 힘보다는 리그 최고수준의 빠른 선수로 유명했다고 들었습니다.

쿠바에서 첫 1년차였던 2010년엔 확실히 스피드가 저의 장점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스피드 뿐 아니라 파워도 갖춘 선수가 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웨이트에 신경을 썼습니다. 지금도 더 나아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리그는 수준이 높다고 들었습니다. 당신이 2년간 뛰었던 쿠바리그의 수준은 어떤가요.

매우 높은 수준입니다. 당장 메이저리그에서 뛰어도 손색없는 선수들이 즐비하지요. 만일 쿠바 선수들이 미국처럼 좋은 환경에서 야구를 할 수 있다면 쿠바리그도 충분히 메이저리그 레벨이 될 수 있습이다.

-좋지 않은 환경에도 쿠바에 좋은 선수들이 많은 이유가 뭘까요.

(통역이 스페인어로 묻기도 전에)음, 잘 모르겠어요(웃음). 다들 타고난 것 같아요.(푸이그는 영어로 "I don't know. Naturally born"이라고 말하며 크게 웃었다)

-평소 동경하던 선수가 있었나요.

(지나가는 팀 동료 라미레즈를 가리키며)저 친구. 핸리 라미레즈입니다. 농담이고요, 어릴 적부터 스즈키 이치로를 존경해 왔습니다.

-쿠바에서 미국으로 목숨을 건 망명을 시도한 이유는 뭘까요.

오직 하나만 생각했습니다. 바로 '메이저리거가 되자'라는 꿈입니다.(이후 푸이그의 통역 팀 브라보는 망명에 관한 이야기는 그만 물어봐 달라고 정중하게 요청했다)

-자신의 영어실력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나요.

부족하지요. 더 노력해야 합니다.

-몇 일전 한국에서도 당신의 이름이 인터넷에서 검색어 1위에 올랐을 정도로 화제가 됐습니다.

그 이야기를 마틴 김에게도 들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어제 만난 한 한국팬도 나에게 그런 이야기를 한 것 같네요(웃음). (밝은표정으로)제게 관심을 가져주시는 한국팬 여러분, 정말 감사합니다.

-최근 활약으로 많은 팬들이 여기저기서 사인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어제는 거의 10분 가까이 사인만 해주는 것 같던데요.

어릴 적부터 동경하던 메이저리거가 됐다는 점 뿐만 아니라, 나를 응원하는 팬들과 소통하는 것도 제 꿈이었습니다. 시간상 사인을 못해 준 나머지 팬들에게 미안할 따름입니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 있으시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쿠바 국민들께 해도 될까요. 저의 활약으로 인해 많은 쿠바인들도 행복해 한다고 들었습니다. 너무나도 감격스럽습니다. 비록 미국에 있지만, 저는 쿠바를 사랑하고 쿠바 사람들을 사랑합니다. 저를 지금처럼 항상 응원해 주십시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한국 팬들에게도 한말씀 해주세요.

(웃으며 '오케이'라고 말하며)멀리 한국에서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멋진 플레이로 보답하겠습니다.
LA=곽종완 통신원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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