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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프로야구의 살아있는 전설이 된 거포 삼성 이승엽. 지금까지 그의 야구 인생에는 잊을 수 없는 특별한 타석이 많았을 것이다. 95년 삼성 입단 후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해 때린 첫 홈런도 의미가 컸을 것이고, 2003년 56개의 홈런을 터트려 아시아 신기록을 세운 타석도 특별했을 것이다. 그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일본과의 준결승전과 쿠바와의 결승전에서 연속 투런포를 때려내며 국민들에게 감동을 안겼다. 또 20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SK전에서 3회초 윤희상의 바깥쪽 직구를 밀어쳐 3점 홈런으로 만들었다. 통산 352호 홈런. 마침내 1324경기 만에 양준혁이 보유하고 있던 한국 프로야구 개인 최다 홈런 기록을 경신한 것이다. 이승엽은 352홈런에 일본 프로야구에서 터트린 159홈런을 합해 총 511홈런을 기록했다. 이런 이승엽이 평생 잊지 못할 타석에 들어선다. 모두가 한국 프로야구 개인 통산 최다 홈런 기록인 352번째 홈런을 쳐낼 타석을 예상하겠지만, 그보다 이승엽을 더욱 가슴뭉클하게 할 특별한 타석이 기다리고 있다.
아버지가 네 딸을 낳은 후 45세 늦은 나이에 본 늦둥이. 민석씨는 아버지 속을 썩이는 철없는 아들이었다고 한다. 그렇게 철이 들 나이가 되니 아버지가 큰 병을 얻어 기력이 쇠약해지고 말았다. 평생 제대로 아버지를 모시지 못한 후회가 커 이제는 아버지 곁을 지키겠다고 마음먹은 민석씨는 아버지가 활력을 찾을 만한 일을 찾아나섰다. 가을에 하려던 결혼식도 급히 서둘러 지난 15일 치렀다. 그러던 중 눈에 띈게 삼성의 야구였다. 아버지는 암 선고를 받은 이후에도 평생 시청해오던 삼성 야구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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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행사 내용이 변경됐다. 시구는 아버지 최장옥씨가 그대로 나서지만 시타자가 바뀌었다. 시타자는 아들 민석씨가 아닌 삼성의 스타 이승엽이 나서기로 한 것이다. 무슨 사연일까.
민석씨는 구단에 사연을 보내며 '아버지가 이승엽 선수의 열성팬'이라고 소개했다. 민석씨는 "야구를 좋아하시는 어르신들이 다 그렇지 않나. 이승엽 선수가 신인으로 나왔을 때부터 '승엽아, 승엽아' 하셨다. 대구를 넘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타자라며 매우 좋아하셨다"고 설명했다.
이 사연을 우연히 들은 이승엽이 시타를 자청했다. 아들 민석씨 역시 흔쾌히 OK 사인을 했다. 자신은 대신 포수 자리에 앉아 공을 받는다. 민석씨는 "이승엽 선수가 시타를 해주신다면 당연히 자리를 내드려야 하는 것 아닌가. 너무 감사하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 아버지께는 이승엽 선수가 타석에 선다는 걸 아직 비밀로 하고 있는데 매우 좋아하실 것"이라고 밝혔다.
이승엽은 "프로에 데뷔해 시타는 처음인 것 같다. 모든 아들이 최민석씨의 지금 심정을 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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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은 2002년 삼성에 한국시리즈 첫 우승을 안겼을 때도, 이듬해 개인통산 300호 홈런, 시즌 56호 홈런포를 터뜨렸을 때도 인터뷰를 통해 먼저 어머니의 건강회복을 기원했다. 홈런을 때릴 때마다 막내 이승엽은 대구 본가로 전화를 걸어 의식이 없는 어머니에게 소식을 전했다. 그리고 2007년 1월 어머니를 여의었다. 이승엽은 2007 시즌 요미우리 소속으로 홈런을 칠 때마다 왼 집게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며 어머니를 추모하는 세리머니를 했다.
이승엽과 최씨 부자의 감동적인 시구, 시타 행사는 23일 대구구장에서 열리는 삼성과 LG의 경기를 앞두고 진행된다.
한편, 이승엽은 20일 통산 최다홈런 기록을 경신한 뒤 인터뷰에서 "내가 좋았을 때의 스윙으로 홈런이 나와서 기분이 좋았다. 그만둘 때까지 400호를 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