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홈런 우승과 40홈런 타자의 부재

기사입력 2013-07-21 11:44


넥센 박병호는 전반기에 19홈런을 치며 이 부문 선두로 나섰다. 박병호가 2년 연속 홈런왕에 오를 공산이 큰 가운데 올해도 40홈런 타자는 나오기 힘들 전망이다. 정재근기자 cjg@sportschosun.com

현재 미국과 일본은 독보적인 홈런 퍼레이드를 펼치고 있는 거포들 때문에 떠들썩하다.

메이저리그는 볼티모어 올리올스의 크리스 데이비스를 주목하고 있다. 그가 메이저리그 홈런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울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으로 가득차 있다. 올해 풀타임 메이저리그 4년차인 데이비스는 지난해 33홈런을 치며 거포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올해는 전반기에만 37홈런을 때렸다. 전반기 기록만 따지면 2001년 배리 본즈의 39홈런에 이어 역대 2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아메리칸리그 홈런 순위서도 2위인 디트로이트의 미구엘 카브레라보다 7개를 더 쳐 생애 첫 홈런왕 등극이 유력하다. 지금과 같은 페이스라면 산술적으로 62개의 홈런을 칠 수 있다. 2001년 본즈(73홈런) 이후 명맥이 끊긴 60홈런 타자가 배출될 가능성이 있다. 역대 메이저리그에서 60홈런 이상을 친 선수는 베이브 루스, 로저 매리스, 마크 맥과이어, 새미 소사, 배리 본즈 등 5명 뿐이다. 메이저리그는 본즈 이후 60홈런 타자가 11년 동안 탄생하지 않았던 터라 데이비스의 홈런 행진을 무척이나 반기는 분위기다.

팀당 144경기를 치르는 일본의 경우는 어떨까. 일본은 현재 야쿠르트의 외국인 선수 발렌타인이 양리그를 통틀어 홈런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다. 발렌타인은 2011년과 지난해 2년 연속 31개의 홈런을 쳤고, 올시즌에는 전반기에만 벌써 32개의 홈런을 날렸다. 이런 페이스라면 산술적으로 일본 프로야구 한시즌 최다 기록인 56홈런이 가능하다. 한 시즌 50홈런을 친 타자가 센트럴리그는 2002년 요미우리의 마쓰이(50홈런)가 마지막이고, 퍼시픽리그에서는 2003년 긴테쓰의 터피 로즈(51홈런)를 끝으로 명맥이 끊겼다. 1950년 양대리그가 시작된 이후 50홈런을 때린 선수는 고즈루 마코토, 노무라 가쓰야, 오 사다하루, 랜디 바스, 마쓰이 히데키, 오치아이 히로미스, 터피 로즈, 알렉스 카브레라 등 8명이다.

메이저리그가 60홈런, 일본이 50홈런 타자를 기다린다면 국내 프로야구는 40홈런 타자를 갈구하고 있다. 하지만 산술적 가능성을 따져 보면 올시즌에도 40홈런 타자는 나오기 힘들 전망이다. 후반기를 앞둔 시점, 홈런 순위는 넥센 박병호가 19개로 1위이고 SK 최 정이 18개로 2위, 16홈런을 친 삼성 최형우와 넥센 이성열이 공동 3위에 올라 있다. 올시즌 예상 홈런수는 박병호가 33개, 최 정이 31개다. 박병호가 지난해 홈런왕에 오를 때 기록한 31홈런과 비슷한 수준에서 올시즌에도 최다홈런 타자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 마지막으로 40홈런을 때린 선수는 2010년 롯데 이대호(오릭스)다. 당시 44홈런을 친 이대호는 9경기 연속 홈런을 날리는 등 강력한 포스를 뿜어내며 홈런 레이스를 이끌었다. 이대호 이전에는 삼성 이승엽이 홈런 역사의 주인공이었다. 2003년 한 시즌 최다홈런 아시아 신기록인 56개의 홈런을 친 것을 비롯해 40홈런 이상을 3시즌 기록했다. 역대 국내 프로야구서 한 시즌 40홈런 이상을 때린 타자는 장종훈, 우즈, 이승엽, 로마이어, 샌더스, 스미스, 박경완, 심정수, 페르난데스, 이대호 등 10명이다. 그러나 올해 박병호를 비롯한 홈런 선두권 타자들이 후반기에 아무리 힘을 내도 40홈런까지 이르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프로야구가 최근 10년 가까이 거포 부재 현상을 겪는 것은 여러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때문이다. 우선 아마추어 선수들 가운데 뛰어난 장타력을 지닌 선수들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야구를 좀 한다 싶으면 장래를 위해 주로 투수를 선택하는데다 최근에는 프로야구처럼 무조건 이기는 야구를 강조하다 보니 선수들이 스몰볼에 길들여져 있다. 또 지난 2004년부터 알루미늄배트가 사라지고 나무배트를 사용하게 함으로써 10대 어린 타자들은 홈런은 아예 꿈도 꾸기 어려워진게 현실이 됐다. 프로 스카우트들은 "고교 선수들 사이에 홈런 스윙은 사라지고 맞히는 스윙만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여기에 프로 각 구단들이 외국인 선수를 투수 일색으로 뽑는 탓에 화끈한 홈런 타자를 구경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지난 18일 열린 올스타전 홈런레이스에서 삼성 이승엽이 우승을 차지했다. 나이 마흔을 바라보는 프로 19년차 베테랑이 20대 젊은 타자들을 제쳤다는 점이 흥미롭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이러한 풍토가 1,2년 사이에 바뀔 수는 없다. 한국야구위원회와 대한야구협회, 각급 아마야구 책임자 등 야구계 전체가 나서서 문제의 심각성을 다각도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홈런없는 야구는 확실히 재미가 떨어진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