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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많이 받고 싶어요."
채태인은 7월 31일 열린 KIA전에서 마침내 타자 개인기록 순위에 정식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날 경기에서 채태인은 4타석을 소화하며 규정타석(251)을 채웠고, 3타수 2안타를 추가해 3할7푼4리로 타격 선두자리를 차지했다.
다행히 헬맷의 도움으로 큰부상을 하지 않은 채태인은 "덕아웃에 들어와서 윤성환 형이 내 머리를 한 번 더 때려주더라고요. 그래서 정신이 바로 돌아왔어요"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채태인은 잠깐이라도 타격 선두에 올라선 게 2년 만에 처음이라 기쁘다면서도 굳이 타율을 의식하지 않고 앞으로 공을 제대로 맞히는데 집중하겠다고 의례적인 소감을 밝혔다.
그랬던 채태인이 인터뷰 마지막에 슬쩍 던진 말이 "연봉 많이 받고 싶어요"였다. 물론 농담성으로 던진 말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깊은 뜻이 숨어있다.
명예회복을 벼르고 있다는 의미인 것이다. 채태인은 지난해까지 2년 연속으로 극심한 타격 부진에 시달렸다.
지난 2007년 해외파 특별 지명을 받아 계약금 1억원, 연봉 5000만원의 조건으로 삼성에 입단하면서 투수에서 타자로 전격 전향했다.
부산상고 시절 화랑대기 우승 당시 타점상을 받는 등 헌칠한 체구에서 뿜어나오는 장타력과 정교함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2009년 타율 2할9푼3리에 홈런 17개, 72타점 58득점을 기록한 채태인은 2010년에도 2할9푼2리 14홈런 54타점 48득점으로 성공적인 타자 전향의 모범을 보였다.
그러나 2011년 시련이 찾아 왔다. 뇌진탕 트라우마와 허리 통증 때문이었다.
2011시즌 타율은 2할2푼으로 뚝 떨어졌고 지난 시즌에는 같은 포지션을 맡는 이승엽이 돌아와 팀 내 입지까지 위태로워졌다. 타율도 2할7리로 바닥을 쳤다.
눈물겨운 2시즌 연속 부진을 거친 뒤 그에게 돌아온 것은 냉혹한 평가였다. 연봉이 대폭 삭감됐다.
2013년 연봉협상에서 억대 연봉을 받던 채태인은 무려 6000만원(54.5%)이 깎인 5000만원에 재계약했다. 팀의 1차 전지훈련 명단에서 제외되기까지 했다.
하지만 채태인에게 이런 대우는 수모가 아니라 자극제였다. 채태인은 올시즌을 시작한 뒤 "가족만 빼고 전부 바꿨다"는 각오를 입에 달고 다녔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20년전 신경영을 선언할 때 했던 유명한 말이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였다. 채태인은 구단 모기업의 총수인 이 회장의 뜻을 받들어 스스로 혁신을 단행한 것이다.
큰 것 한방을 노리는데 치중했던 타격 자세를 배트 중앙에 맞히는 간결함으로 바꿨고, 한때 너무 자신감만 넘쳤더 마음자세도 모조리 개조했단다.
그 결과 주어진 것이 천신만고의 타격 선두였다. 이제 서서히 명예회복을 얘기할 때가 됐다.
그가 대폭 깎인 연봉을 되찾고 싶다고 한 것은 그런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남은 시즌 동안 더욱 열심히 달려가겠다는 다짐이기도 했다.
이는 연봉 삭감 자극으로 채태인의 부활을 기대했던 구단의 바람이기도 하다.
광주=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