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후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2013 프로야구 한화와 넥센의 경기가 열렸다. 4회말 무사 1,2루서 넥센 박병호에게 볼넷을 허용한 한화 선발투수 조지훈이 마운드에 올라온 정민철 코치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목동=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3.08.01.
나이가 실력과 반드시 비례하는 것은 아니지만, 프로야구 팀의 주축 선수들은 주로 베테랑이다. 최근 몇 년 간 입단 첫 해에 두각을 나타낸 선수가 드물었다. 루키 시즌에 주전으로 자리잡는 경우도 보기 어려워졌다. 신인 선수에게 프로의 벽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만큼 프로야구 수준이 높아진 것이다.
넥센 히어로즈와 한화 이글스전이 벌어진 1일 서울 목동구장에 재미있는 장면이 펼쳐졌다. 장충고를 졸업하고 올해 입단한 조지훈이 한화 선발투수로 나섰고, 천안북일고 출신 고졸 2년차 엄태용이 안방을 지켰다. 두 선수 모두 1994년 생이니, 만으로 19세, 합쳐 38세다.
보통 젊은 투수가 등판하면 베테랑 포수가 리드를 하는 경우가 많다. 특수 포지션인 포수를 제대로 키우려면 4~5년이 걸린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런데 엄태용은 7월 30일 주중 3연전 첫 경기에 이어 올시즌 두번째 선발 출전이었다. 이날 8번째로 포수 마스크를 썼다.
물론, 조지훈도 경험이 부족한 건 마찬가지다. 7월 25일 대전 롯데 자이언츠전이 첫 선발 등판 경기였다. 이 경기에서 조지훈은 5⅓이닝 2실점을 기록했다. 패전투수가 됐지만 김응용 감독은 "조지훈을 보고 다른 투수들이 배워야 한다"고 뼈있는 말을 했다. 조지훈을 치켜세우면서, 선배 투수들을 질책하고, 분발을 촉구한 것이다.
투타 모두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게 없는 한화다. 이런 답답한 상황에서 김 감독은 젊은 투수, 포수를 기용해 분위기를 바꿔보고 싶었던 것 같다. 김 감독은 감독 통산 1500승에 1승을 남겨놓고 있었다.
김 감독은 경기 전에 두 선수의 나이 이야기가 나오자 "나는 20세 때 대표팀에서 4번을 쳤다. 그 때는 무서운 것 없이 야구를 했다"고 했다. '조지훈-엄태용 카드'는 김 감독의 희망, 기대, 소망이 담긴 파격적인 카드였다. 리빌딩을 위한 준비 차원으로 해석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김 감독의 실험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조지훈은 4회 무사 만루에서 히어로즈 5번 타자 김민성에게 만루홈런을 맞고 강판됐다. 3이닝 3안타 3볼넷 5실점. 58개의 공을 전졌는데, 볼이 31개였다. 경기 전에 "제구력이 들쭉날쭉한 게 걱정된다"고 했던 김 감독의 우려가 현실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