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의 변형과 넥센의 역이용, 100% 수비의 미학

최종수정 2013-08-08 06:17

두산과 넥센은 100% 수비의 변형인 75% 수비로 보이지 않는 공방전을 벌였다. 두산 선수들이 승리한 뒤 기뻐하는 장면. 조병관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

허도환의 페이크 번트 앤 슬러시나, 넥센의 75% 수비를 역이용한 피치아웃 전술은 인상적이었다. 김민성이 5회 투런홈런을 날린 뒤 기뻐하는 넥센 선수단의 모습.
조병관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

7일 잠실 두산과 넥센전은 난타전이었다. 11대7로 두산이 이겼다.

선발진이 완전히 무너졌다. 하지만 6회까지 치열한 접전이었다. 넥센은 3-7로 뒤진 상황에서 4, 5회 2득점씩을 하며 7-7 동점을 만들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두 팀은 100% 수비를 놓고 정밀한 '수비 시프트' 대결을 했다. 두산의 변형과 넥센의 역이용은 흥미진진했다.

두산의 자유자재 100% 수비 변형

100% 수비는 절체절명의 순간 많이 쓴다. 때문에 페넌트레이스보다는 포스트 시즌에 많이 나온다.

1점을 꼭 지켜야 하는 순간 사용되는 수비 시프트. 무사 혹은 1사 1, 2루 상황에서 희생번트가 나오는 순간, 2루 주자의 3루 진입을 반드시 저지하기 위해 사용하는 시프트.

1, 3루수는 극단적으로 전진, 압박수비를 펼치고 유격수는 3루, 2루수는 1루 베이스로 커버를 들어간다. 2루 주자를 3루로 보내는 희생번트의 성공확률을 최저치로 떨어뜨리는 '배수의 진'이다.

하지만 '양날의 칼'이다. 100% 수비를 사용하는 순간, 내야수비 전 지역이 순간적으로 텅 비어버린다. 따라서 '페이크 번트 앤 슬래시(번트를 대는 척 하다 정상타격으로 전환하는 기술)'가장 취약하다. 그 약점을 메운 수비가 75% 수비다.(1, 2루 상황에서 1루수만 극단적인 전진을 하고 3루수는 정상수비를 하는 시프트를 50% 수비라고 한다. 75% 수비는 100%와 50% 수비 시프트의 중간지점이라는 의미)


75% 수비의 기본 시프트는 100% 수비와 똑같다. 하지만 100% 수비가 극단적인 압박을 펼친다면, 75% 수비는 투구를 한 뒤 타자의 움직임에 따라 변화한다. 번트자세를 계속 취하면 순간적으로 압박을 가하고, 페이크 번트 앤 슬래시를 하면 정상수비를 한다. 두산 김민재 수비코치는 "100% 수비는 투수가 와인드업을 하기 직전 1, 3루수가 곧바로 압박을 가하는 반면, 75% 수비는 투수가 던지기 직전 타자의 변화를 보고 순간적으로 압박을 가할 것인지, 그대로 정상수비를 할 것인지 결정하는 약속된 플레이"라고 했다.

두산은 전반기 '75% 수비'를 거의 쓰지 않았다. 하지만 7일 잠실 넥센전 결정적인 순간 나왔다. 7-4로 추격당하던 두산의 4회말 수비. 무사 1, 2루 상황이었다.

두산은 넥센 허도환이 희생번트 자세를 취하자 곧바로 100% 수비를 했다. 하지만 볼이 들어왔고, 허도환은 번트를 대지 못했다. 넥센 염경엽 감독은 "우린 75% 수비를 많이 연습했다. 당연히 상대의 100% 수비에도 대응하기 위해 모든 선수들이 페이크 번트 앤 슬래시 능력도 훈련을 통해 장착했다"고 했다.

2구가 스트라이크 존으로 들어왔다. 두산 내야진은 수비 시프트를 서는 척 하다 정상수비로 돌아왔다. 허도환이 갑자기 번트 자세를 바꿔 타격을 했기 때문. 타구는 2루수 오재원의 정면으로 흘렀다. 만약 100% 수비를 썼다면 그대로 빠지는 타구. 하지만 두산은 무난히 허도환을 1루에서 아웃시켰다.

또 다른 변형 넥센의 75% 수비 역이용

5회초 넥센의 수비. 두산의 방망이는 뜨거웠다. 오재원의 몸에 맞는 볼, 이원석의 내야안타로 무사 1, 2루. 7-7 동점을 만든 넥센은 또 다시 위기에 빠졌다.

후속 타자는 양의지. 초구 번트를 댔지만, 실패했다. 승부처에서 넥센 역시 75% 수비 시프트를 재빨리 가동했다.

그러자 넥센은 변형된 약속된 플레이를 했다. 타자가 불리한 볼 카운트. 양의지는 계속해서 희생번트를 하려고 시도했다. 갑자기 넥센의 배터리는 피치아웃을 했다. 그와 동시에 75% 수비를 위해 1루 베이스로 커버를 들어가야 하는 넥센 2루수 서동욱은 오히려 2루 베이스로 재빨리 이동했다.

넥센의 75% 수비가 제대로 가동될 경우 3루로 가야하는 2루 주자 손시헌의 부담이 큰 상황. 당연히 리드폭이 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계산, 75% 수비를 역이용한 넥센 벤치의 작전이었다. 피치아웃을 한 허도환은 곧바로 2루로 송구했다. 하지만 노련한 손시헌은 넥센의 이런 움직임을 재빨리 포착, 신속하게 2루로 귀루했다.

결국 양의지의 3루 선상 절묘한 희생번트로 넥센의 75% 수비 시프트는 성공하지 못했다. 타자 주자 양의지만 1루에서 아웃시켰고, 나머지 주자를 모두 살려줬다.

두 팀 모두 상대의 변화무쌍한 움직임에 적절한 대응으로 수준높은 야구를 했다. 결과적으로 헛심만을 썼지만, 75% 수비의 미학을 절묘하게 보여준 두 장면이었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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