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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강 싸움이 점입가경이다. 삼성과 LG가 벌이는 선두 다툼도 볼만 하지만, 어느 팀이 가을잔치에 초대받느냐가 초미의 관심사다. 순위표는 여전히 빈틈이 없다. 1위 삼성과 2위 LG는 1경기차로 접전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 3위 두산이 LG에 5경기 뒤져있다. 1,2위와 4강권 그룹이 나뉘어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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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면에서 4강 싸움에 불을 붙이고 있는 롯데나 마지막 희망을 살리기 위해 몸부림 치고 있는 KIA로서는 타격이 크다. 롯데는 외야수 이승화가 지난 10일 인천 SK전에서 주루플레이 도중 무릎이 돌아가는 부상을 입었다. 인대 미세 손상으로 복귀까지는 4주가 소요될 전망이다. 수비가 좋은 이승화의 대체요원이 마땅치 않다는 점에서 뼈아픈 공백이다.
KIA는 대형 FA(자유계약선수) 김주찬이 빠졌다. 이미 불의의 사구로 인한 왼 손목 골절로 시즌 초반 자리를 비웠던 김주찬은 지난 10일 광주 삼성전에서 수비 도중 허벅지 햄스트링 부상을 입었다. 2주 가량 휴식이 필요하고, 최소 3주 뒤에나 복귀가 가능할 전망이다. 이용규의 어깨 상태가 완전치 않고, 나지완의 체력이 떨어져가는 와중에 외야에 큰 공백이 생겼다.
물론 부상은 모든 팀이 안고 있다. 이미 '시즌 아웃' 판정을 받고 전력에서 이탈한 경우도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이들 없이 4강 싸움을 해온 팀들과 롯데나 KIA처럼 또다른 공백이 생긴 경우는 하늘과 땅 차이다. 원동력을 잃고, 갑자기 힘이 뚝 떨어질 수 있다. 훌륭한 대체자가 나타나거나 나머지 선수들의 결집을 기대할 순 있지만, 그보단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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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은 변수다. 라인업에서 빼거나 지명타자로 출전시켜 체력관리를 해줄 수는 있어도, 경기 도중 입는 불의의 부상은 통제가 불가능한 변인이다. 하지만 두번째 키워드의 경우, 벤치와 선수들이 컨트롤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바로 '흐름'이다.
넥센은 올시즌 가장 먼저 40승 고지를 밟았다. 역대 40승 선착팀의 한국시리즈 우승 확률은 50%이다.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하지만 넥센은 안팎의 악재로 6월 초 8연패를 하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후 시즌 초반의 놀라운 페이스를 재현하지 못하면서 추락이 시작됐다. 벌어둔 승수가 많아 여전히 상위권에 있지만, 최근엔 이기는 경기보다 지는 경기가 많은 게 사실이다.
넥센 염경엽 감독은 이에 대해 "아직 터닝포인트가 오지 않았다"고 했다. 분명 좋지 않은 흐름으로 가고 있지만, 아직 반등의 기회가 오지 않았다는 얘기다. 사실 넥센은 좋았던 흐름이 다른 팀에 비해 길었다. 기나긴 페넌트레이스,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는 그래프의 흐름은 가운데로 수렴하기 마련이다. 좋은 흐름이 길었기에, 나쁜 흐름 역시 길어질 수 있다. '사이클'이란 건 참으로 묘하다.
나쁜 흐름일 땐, 패배를 최소화하는 게 정답이다. 잡을 수 있는 게임은 잡으면서 때를 기다려야 한다. 절대 무리해선 안 된다.
지난주, 넥센은 그 흐름을 놓쳤다. 흐름을 잡으려다 무리수를 뒀다. 4연승을 눈앞에 둔 4일 광주 KIA전에서 나이트와 강윤구 2명의 선발투수를 모두 투입했다. 경기 전부터 선발 운용에 고민하던 차에 4연승을 위해 강수를 둔 것이다. 하지만 나이트의 조기강판 이후 강윤구마저 무너지면서 흐름을 놓쳤다. 이후 4연패가 계속 됐다. 나이트는 3일만에 등판한 7일 잠실 두산전에서 1⅓이닝 7실점으로 와르르 무너졌다.
염 감독은 패착을 인정했다. 그동안 조바심 내지 않고 팀을 운영하다, 무리수에 첫 실패를 겪었다. 그만큼 페넌트레이스에서 '흐름'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 장면이었다. 한 차례 시행착오를 겪은 염 감독은 "지금 페이스로 무리하지 않겠다. 잘 지키고 가다 보면, 다시 달릴 수 있는 분위기가 온다"고 말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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