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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를 잡아야 내가 산다. 참 얄궂은 운명이다.
하지만 승부의 세계는 냉혹하다. 이 말을 인정한다해도 둘 사이에 승부는 유독 가혹하다. 이기는 순간, 지는 순간이 예사롭지 않다.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린다. 결정적인 순간마다 넘어야 할 상대가 친구가 이끄는 팀. 상황이 이렇다보니 본의 아니게 사생결단의 승부가 이어진다. 승부의 결과는 양 팀에 늘 중요한 분수령이 됐기에 누구 탓도 할 수 없다. 팀 사이클도 엇갈렸다. 시즌 초 넥센이 승승장구할 때는 LG가 주춤했고, 시즌 중반 이후 LG가 치고 나갔을 때 넥센은 하향 곡선을 그렸다.
20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LG 전. 이날도 어김 없는 총력전이 펼쳐졌다. 롯데, SK로부터 거센 추격을 받고 있는 4위 넥센. 요즘 매 경기가 중요하다. 이날 경기 전 넥센 염경엽 감독의 표정은 다소 비장했다. "죽기살기로 (시즌을) 잘 마무리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여러모로 힘든 팀 사정. 시즌 초 선두에 오를만큼 승승장구했지만 이제는 4강 수성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에 몰렸다. 근본적으로 두텁지 못한 선수층. 긴 호흡의 장기 레이스를 베스트 멤버만으로 기복 없이 꾸려나가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염 감독은 "야구는 지키는 것이 우선이지만 현재 우리 팀 상태가 썩 좋은 편은 아니다. 안정이 안 돼 있어 지키는 야구를 바탕으로 한 계획을 세울 수 없다. 당장 이길 수 있는 경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LG는 2점 차 리드를 지키던 8회말, 실책으로 내준 1사 만루의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마무리 봉중근을 한 템포 빨리 쓰는 승부수를 띄웠다. 병살타란 최선의 결과로 더 이상의 실점을 막고 승리를 챙겼다. 만에 하나 뒤집혀 졌다면 LG로선 지난 18일 군산 KIA전에 이어 2경기 연속 후반 대역전패를 당할 뻔 한 상황. 아무리 분위기가 좋은 LG라도 타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힘겨운 승리. 달콤한 보너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늦게 끝난 인천경기에서 삼성이 SK에 4대8로 지면서 LG는 1995년9월19일 이후 무려 18년만에 8월 중 시즌 1위에 올랐다. 인터뷰를 위해 팬들 앞에 선 김기태 감독에게 기립박수가 쏟아졌다.
LG 선수단과 팬들로선 잊을 수 없는 짜릿한 환희의 날. 넥센은 악몽이었다. 염경엽 감독은 힘든 순간을 보냈다. 선발 요원 두명을 투입했지만 패한 경기. 8회 송지만의 강한 타구가 1루수 김용의의 글러브를 피했다면 역전까지 가능했던 경기였다. 공교롭게도 이날 롯데와 SK가 나란히 이기며 넥센을 더욱 압박했다.
올시즌도 두 팀은 유독 중요한 순간마다 짜릿한 승리와 뼈아픈 패배를 나누고 있다. LG는 5월 7,8일 넥센전에 모두 지며 앞선 두산전부터 내리 4연패를 당했다. 'LG의 4강은 올해도 어렵지 않느냐'는 섣부른 평가가 터져 나오기 시작한 시점.
6월15일 잠실 경기에서 나온 2루 오심 사건도 LG-넥센 전이었다. 승승장구하던 넥센은 그날 경기를 포함, 21일 목동 NC전까지 올시즌 최다인 8연패를 당해야 했다. 연패 후 넥센은 시즌 초의 강렬함을 더 이상 끌고 가지 못했다.
반대로 5월 말 이후 승승장구하며 치고 나가던 LG에게 각성제를 던진 팀은 넥센이었다. 10연속 위닝 시리즈를 펼치며 거침 없어 보이던 LG. 7월5~7일 목동 3연전에서 스윕패를 당했다. 첫 날부터 8-4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후반 대역전패를 당한 뒤 나머지 경기도 모두 졌다. 언론에서는 어김 없이 '위기설'이 또 한번 흘러나왔다. 정신이 번쩍 들게한 '사건'이었다.
그 이후 첫 만남. 대망의 1위로 올라선 LG와 4위 수성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넥센. 21일 목동 경기에 이어 바로 다음주 초인 27, 28일에는 잠실에서 리턴 매치를 갖는다. 이 4연전 결과에 따라 양 팀의 최종 순위가 달라질 여지는 충분하다.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승부. 또 한번 세게 붙지 않을 수 없는 운명의 친구 사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