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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화 외국인 투수 이브랜드는 그동안 국내에 머물며 응원을 해준 가족이 떠난 다음날인 25일 잠실 두산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3안타 2실점으로 호투하며 시즌 4승째를 따냈다. 잠실=조병관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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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는 예전 LA 다저스에서 에이스로 활약하던 시절 "어머니가 해주시는 밥이 큰 힘이 되고 있다"며 종종 고마움을 표시했다. 박찬호가 풀타임 메이저리거가 된 이후 그의 어머니는 1년중 반 이상 미국 LA로 건너가 아들의 뒷바라지를 했다. 당시 박찬호는 결혼을 하기 전이었다. 운동 선수에게 가족은 무척 큰 힘이 된다.
거꾸로 국내 프로야구에서는 외국인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의 박찬호와 같은 환경에 처한다. 언어와 음식 등 문화의 차이에서 오는 어려움 말고도 바다 먼 객지에서 혼자 지내야 하는 외로움은 해보지 않은 사람은 알지 못한다. 각 구단마다 외국인 선수는 2명이다. 보통 구단에서는 홈구장 근처 아파트에 숙소를 마련해 준다.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를 마치고 시즌이 시작될 즈음 그들은 반가운 얼굴을 만나게 된다. 바로 가족이다. 아내와 자녀들, 혹은 부모가 남편, 아빠, 아들을 응원하기 위해 한국땅을 밟는다. 물론 해당 구단이 가족의 체류 기간 동안 필요한 숙소와 편의를 제공해 준다. 가족이 도착하는 날 외국인 선수들의 얼굴빛은 체증이 가신 듯 확 달라진다.
가족과 관련해 큰 화제가 됐던 외국인 선수는 두산 더스틴 니퍼트다. 니퍼트가 국내 무대에 데뷔한 2011년 그의 가족이 한국을 찾은 것은 시즌 초였던 4월 중순이었다. 니퍼트가 등판하는 날이면 그의 어머니와 남동생, 아내, 아들과 딸 등 대가족이 잠실구장에 총출동해 응원에 나섰다. 가족의 힘을 받고 니퍼트는 일약 에이스로 떠올랐다. 그랬던 니퍼트는 그해 8월 가족과 이별했다. 남동생과 아들이 각각 고등학교와 유치원 입학 문제로 시즌 끝까지 한국에 있을 수 없었다. 니퍼트는 공항 출국장에서 손을 흔들며 '닭똥'같은 눈물을 흘렸다. 공교롭게도 니퍼트는 가족과 이별 직후 등판한 잠실 한화전에서 7이닝 5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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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11년 두산 니퍼트가 등판하던 날 잠실구장에 응원을 하러 나온 그의 아내 캐리와 아들 케이든, 딸 오브리의 모습. 스포츠조선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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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9년 KIA는 외국인 배팅볼 투수가 선수들의 타격 훈련을 도와 화제가 됐다. 도미니카공화국 야구대표팀 출신의 루이스 로페즈였다. 그는 다름아닌 당시 에이스로 활약하던 아킬리노 로페즈의 사촌형이었다. 로페즈는 그해 7월 한국땅을 밟은 사촌형과 한국시리즈가 끝날 때까지 함께 지냈다. KIA가 그의 광주 체류를 흔쾌히 허락했던 것은 팀훈련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로페즈가 함께 있기를 무척 원했기 때문이다. 그해 로페즈는 SK와의 한국시리즈에서 2승, 1세이브로 우승의 일등공신이 됐다.
외국인 선수에게 가족의 존재는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경기력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모양이다. 한화 외국인 투수인 이브랜드는 25일 잠실 두산전에서 6이닝 3안타 2실점의 호투로 26일만에 승리투수가 됐다. 이브랜드는 경기를 마친 뒤 "오늘 아버지와 남동생, 아내와 아들이 고향으로 돌아갔다. 경기전 마인드 컨트롤이 굉장히 힘들었는데, 최대한 투구에 집중해서 던지려고 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머나먼 타국에서 수개월간 함께 지냈던 가족이 큰 힘이 됐는데, 떠나게 돼 마음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랐다는 이야기다.
이브랜드의 아내와 아들은 시즌 초 입국했고, 아버지와 남동생은 지난 16일 한국을 찾았다. 이들은 그동안 대전구장 근처 숙소에 머물며 이브랜드를 뒷바라지하고 응원해 왔다. 이런 저런 이유로 가족은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한다. 한화는 이브랜드의 두 아들에게는 한복, 아내에게는 보석함을 출국 선물로 전달하며 정을 표했다. 그러나 가족이 떠나던 날 이브랜드는 한화의 서울 숙소에서 마음을 달래고 있었다고 한다. 하루가 지나 실전 마운드에 오를 때까지 이브랜드는 평정심을 잃지 않기 위해 무척이나 노력을 한 것이다.
보통 외국인 선수 가족들은 7~9월에 걸쳐 미국이나 도미니카공화국 등 고향으로 돌아간다. 이 시점, 특별히 부진하거나 잘 하는 용병이 있다면 가족의 근황과 관계가 있을지 모른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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