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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훈 야구해설위원은 예능프로그램을 녹화하고 있었다. 그걸 지켜보고 있던 아내가 수신호를 보내왔다. 둘째 아들 이용하(성남고 포수)가 2014년 프로야구 신인 2차 지명을 받았다. 6라운드 전체 62순위로 넥센 히어로즈에 입단하게 됐다. 아내는 너무 기쁜 나머지 울음보가 터졌다. 거의 대성통곡 수준이었다. 잠시 녹화가 중단될 정도였다. 당황한 이병훈 해설위원까지 달려왔다. 눈물의 이유가 아들의 프로 지명 때문이었다는 걸 알고 방송 스태프와 출연진은 축하 박수를 쳐주었다.
이 야구인 2세들이 앞으로 냉혹한 프로의 세계에서 두각을 나타낼 지는 아직 모른다. 하지만 이들은 높은 경쟁률을 뚫었다. 이번 지명에는 총 720명이 지원했고, 프로에 지명된 선수는 105명이었다. 프로 취업률이 15%로 좁았다. 앞으로 있을 신고선수 영입 등을 감안하면 조금 더 높아질 수는 있다.
이 수석코치는 "아들이 아버지가 있는 팀으로 왔으면 서로 난처할 뻔했다. 아들도 아버지가 있는 팀을 피하고 싶어했고, 나도 왔으면 어색했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야구인 2세들이 야구를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야구인 아들은 보통의 아이들보다 먼저 야구를 가까운 곳에서 접하게 된다. 이 수석코치는 "야구를 쉽게 생각하고 금방 나태해진다. 그로 인해 성장하지 못하고 일찍 그만두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야구인 2세들은 좋은 유전자를 갖고 태어나지 않을까. 이 수석코치는 단호했다. "재능을 타고 난다고 보지 않는다. 야구를 빨리 접할 뿐이다. 똑같이 노력해줘야 한다. 그런데 오히려 남들보다 소홀히 야구를 대한다. 그러다 보니 토끼와 거북이 처럼 동료들에게 뒤떨어지게 된다."
임동휘의 아버지 임주택 한화 운영팀 매니저는 독특한 주장을 펼쳤다. 야구인 2세들이 모계 쪽 영향을 더 많이 받아 아버지 때의 운동 능력이 덜 전달된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임주택 매니저는 아들이 프로에서 자신 보다 좀더 강한 인상을 남겨주길 기대하고 있다. 그는 한화에서 12년을 뛰었지만 이렇다할 개인 타이틀을 가져본 게 없다. 그는 아들에게 "기쁨은 지명 당일 하루다. 전쟁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이제 야구장에 가보면 야구 잘 하는 사람이 넘쳐난다"고 충고했다. 임주택 매니저는 아들이 야구를 통해 말썽 한 번 안 부리고 올바르게 성장해준 것에 대해 고맙다고 했다. 임동휘는 넥센에 가고 싶어했다. 하지만 그의 앞에는 무한 경쟁이 기다리고 있다. 넥센 내야는 박병호 강정호 김민성 서건창 등 호화 멤버가 포진해 있다.
이병훈 해설위원은 입담꾼 답게 아들을 키우면서 매우 구체적이고 전략적으로 접근했다. 그는 아들 이용하에게 롯데 주전 포수 강민호 같은 선수가 돼라고 했다. 강민호는 지금은 국내 최고의 포수다. 하지만 프로 초년병 시절엔 수비력이 약했다. 그런데 노력으로 일취월장했다. 포수는 수비가 안 되면 주전으로 성장할 수 없다. 이병훈 해설위원은 "아들에게 야구를 오래 해라. 길게 가는 선수가 가장 위대한 선수라고 수차례 강조했다"고 말했다.
그는 중학교 때 외야수였던 아들을 포수로 전향시켰다. 포수로 바꾼 지 2년 만에 프로 지명을 받아냈다. 아버지는 국내야구의 전체 상황을 살폈을 때 아들이 포수를 하면 경쟁력이 있겠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아들이 중학교 3학년일 때 조심스럽게 포지션 변경을 얘기했다. 아들은 "아빠 미쳤다"고 했다. 아버지는 강력하게 요구했다. 아들은 야구 안 한다고 했다. 실제로 2개월 야구를 그만뒀다. 다행히 이해를 시켜서 이제는 포수 포지션에 푹 빠졌다.
이병훈 해설위원은 "아들이 지명 된 날 눈물을 흘리면서 아빠 고맙습니다고 하더라. 이제는 아빠가 어떤 마음으로 포수를 권유했는지 알겠다고 했다"면서 "나도 그때 아들에게 승부수를 띄웠다. 진통이 있었지만 포수를 하겠다고 해서 성남고를 보냈다. 정말 노력 많이 했다. 좋은 포수들 만나서 훈련하는 동영상 찍어서 아들에게 보내줬다. 또 방송사에 포수 수비하는 동영상을 편집해달고 부탁해서 CD로 만들어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들 이용하가 아버지를 훌쩍 뛰어 넘어 성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들이 아빠 정도 하면 성공한 선수라고 볼 수 없다. 나는 프로에 1차 지명을 받았다. 지금도 후회한다. 놀기를 좋아했다. 몸관리를 전혀 안 했다. 아들이 처음 야구를 시작했을 때 피는 못 속인다고 생각했다 정말 야구 잘 하는 구나. 이 녀석은 되겠다고 판단했다. 프로에서 큰 선수가 될 거라고 믿는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