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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투사 헬멧도 만들 줄 알아요."
선수 시절 '헤라클레스'라는 별명과 함께 심정수의 트레이드 마크처럼 따라다닌 것이 '검투사 헬멧'이다.
심정수가 이 독특한 헬멧을 본격 선보인 것은 현대 시절이던 2003년 4월 6일 롯데전이 계기였다. 당시 심정수는 롯데 투수 박지철의 투구에 얼굴을 맞아 병원으로 실려간 뒤 25바늘을 꿰맸다.
배영섭은 지난 8일 잠실 LG전에서 LG 외국인 선발 리즈가 던진 공에 얼굴을 부위를 맞았다. 다행히 공이 배영섭의 헬멧 귀 보호용 덮개에 맞는 바람에 큰 부상을 면했다.
배영섭이 이날 생생한 모습으로 훈련에 참석한 것을 본 염 감독은 "헬멧 아니었으면 선수 생명에 치명타를 입을 뻔했다. 배영섭도 심정수처럼 강골 체질인가보다"라며 추억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당시 염 감독은 현대에서 은퇴한 뒤 운영팀 과장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2001년 6월에도 공에 얼굴을 맞아 광대뼈가 함몰되는 부상을 했던 심정수가 얼굴에 또 공을 맞자 염 감독은 가슴이 철렁했다.
황급히 현대 아산병원으로 데리고 간 염 감독은 웃지 못할 끔찍한 장면까지 목격했단다. 당시 심정수는 공에 맞은 충격으로 인해 이가 약간 깨졌을 뿐 얼굴뼈에 큰 이상은 없었다.
하지만 입안이 완전히 뭉개져서 의료진이 소독약을 부었는데 볼에 생긴 구멍을 통해 소독약이 밖으로 흘러나오더란다. 결국 25바늘을 꿰매야 했다.
심정수는 팔, 다리가 다친 것도 아니니 다음 경기부터 출전하겠다면서 고통을 꾹 참으며 부상 투혼을 보였다. 이에 염 감독은 크게 감동한 나머지 '철야작업'에 들어갔다.
심정수가 2001년 처음 얼굴에 공을 맞았을 때 잠깐 착용했던 '검투사 헬멧'과 비슷한 장비가 급하게 필요했다. 얼굴로 날아드는 타구에 대한 공포증을 덜어주기 위해서는 필수 장비였다.
특히 심정수가 곧바로 출전한다고 하는 바람에 주문 제작할 여유가 없었던 염 감독은 기발한 손재주를 발휘하게 된 것이다.
염 감독은 "당시 전기톱 같은 공구도 없었다. 그냥 줄과 사포를 급히 구해다가 다른 헬멧의 일부를 줄로 갈아서 잘라낸 뒤 나사로 연결해 붙이고 사포로 문지르고 온갖 쇼를 했다"면서 "밤을 꼬박 샌 끝에 그럴듯한 모양의 헬멧이 나왔다"고 회고했다.
염 감독은 청소년 시절 운동이 하기 싫어 가출했다가 구두닦이도 하는 등 '나쁜짓'만 빼놓고 안해본 일이 거의 없단다. 그렇게 일찍부터 산전수전 다 겪으면서 '장인의 기술'까지 터득한 모양이다.
염 감독은 "심정수가 그토록 강한 근성을 보여주지 않았더라면 검투사 헬멧 만들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지금도 나는 심정수같은 스타일의 선수가 좋다"고 말했다.
염 감독의 '검투사 헬멧'은 될성 부른 후배에 대한 애정표시였다.
목동=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