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PO] 부담감에 자멸한 김현수 vs 노련한 에이스 나이트

기사입력 2013-10-08 21:32


넥센과 두산의 2013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1차전이 8일 목동구장에서 열렸다. 6회초 1사 3루 두산 김현수가 유격수 땅볼로 물러나며 득점찬스를 놓치고 있다.
목동=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3.10.08/

프로야구, 두 말할 것 없이 '데이터의 게임'이다. 투수와 타자의 수많은 승부를 통해 누적된 데이터는 일정한 경향성을 띈다. 그래서 향후 승부를 예측하기 쉽게 만든다. 이런 데이터를 근거로 감독들은 다양한 작전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데이터'가 언제나 정답은 아니다. 함정이 있다. 예를 들어 특정 투수에게 5할의 타율을 보인 타자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3할 타자'를 일류로 치는데, 상대타율 5할은 엄청 높은 수치다. 과거 10차례의 승부 중 안타를 5번 쳤다는 뜻인데, 이는 반대로 5번 실패했다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앞으로 그 투수와 11번째 만났을 때 반드시 안타를 치리라는 보장은 없다.

또 한 가지. 특수한 경기 상황, 이를테면 포스트시즌과 같은 중압감이 큰 경기에서는 정규시즌에 누적된 데이터가 자칫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당일 선수들의 컨디션이나 큰 경기에 대한 부담감 등은 수치화할 수 없는 외부 변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장의 코칭스태프나 선수들이 늘 하는 말이 있다. "승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

이런 사례가 8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과 두산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그대로 나타났다. 이날 두산 벤치는 상대 선발이 나이트인 점을 감안해 4번 타자로 김현수를 투입했다. 당연한 선택이다. 김현수가 누군가. 정교함과 장타력을 두루 갖춘 두산 최고 타자다. 올시즌에도 발목 부상을 딛고서 타율 3할2리를 기록했다.

특히 김현수는 '나이트 킬러'다. 올해 11번 상대해 10번이나 안타를 쳤다. 10개의 안타 중에서 홈런이 1개에 2루타가 3개나 됐다. 상대타율이 무려 9할9리다. 천적도 이런 천적이 없다. 두산 김진욱 감독이 타선의 핵심인 4번에 김현수를 투입한 이유를 확실히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태풍 '다나스'의 영향으로 비가 내리는 가운데 넥센과 두산의 준PO 1차전이 8일 목동 야구장에서 펼쳐 졌다. 두산 김현수가 6회 1사 3루의 득점 찬스에서 내야 땅볼로 아웃이 된 후 고개를 숙인 채 덕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김현수의 가을야구 부진은 올해도 계속되고 있다.
목동=조병관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2013.10.08/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가 정반대 양상으로 나왔다. 김현수는 이날 나이트 앞에서 3타수 무안타로 철저히 무너졌다. 나이트의 주무기인 싱커를 공략하지 못하는 바람에 3번 모두 타구가 내야를 벗어나지 못했다. '천적관계'가 완전히 뒤집히면서 나이트가 오히려 김현수를 잡아먹은 것이다. 결과적으로 4번 김현수가 침묵한 탓에 두산 타선은 나이트를 상대로 6⅓이닝 동안 7안타 3볼넷으로 2점 밖에 뽑지 못했다.

우선 2회초 첫 승부부터 꼬였다. 선두타자로 나온 김현수는 볼카운트 1B1S에서 나이트의 대표 무기인 바깥쪽 싱커를 툭 받아쳤다. 그러나 임팩트 순간 밑으로 가라앉는 싱커의 특성 때문에 배트 밑부분에 맞아 투수 앞 땅볼에 그쳤다. 이어 3회초 2사후에 맞이한 두 번째 타석. 3B1S로 볼카운트가 타자에게 유리한 상황이다. 하지만 김현수는 역시 나이트의 싱커를 이겨내지 못하고 유격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압권은 6회초였다. 2-2로 맞선 두산이 모처럼 1사 3루의 득점 기회를 맞이했다. 타석에 나온 김현수가 가벼운 외야 플라이만 날려도 리드를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김현수는 성급했다. 앞선 두 번의 실패를 의식했는지 초구부터 적극적인 공격을 펼쳤다. 그러나 마음만 앞섰다. 나이트의 바깥쪽 싱커를 제대로 공략하지 못하는 바람에 타구는 유격수 앞으로 힘없이 굴러가고 말았다. 결국 3루주자 오재원은 움직이지도 못했고, 두산 역시 득점에 실패하고 말았다.


시즌 내내 나이트 앞에서 '강한 남자'였던 김현수는 이날만큼은 '고개숙인 남자'였다. 나이트에게 3타수 무안타로 고전하더니 9회초에는 선두타자로 나와 넥센 마무리 손승락을 상대로 2루수 땅볼로 물러났다. 결국 김현수는 이날 경기에서 아무런 활약도 펼치지 못한 채 4타수 무안타에 그치고 말았다.


목동=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