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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입장에선 스스로 발목 잡힌 꼴이다. 경계대상 1호로 꼽은 박병호 공포증으로 무너지고 있다.
하지만 넥센은 정말 편안하게 경기에 임했다. 뭐든지 '평소대로'를 외쳤다. 잠실 원정 때 합숙도 고민했지만, 하던대로 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선수단의 의견을 존중해 없던 일로 했다. 게다가 선수단 훈련은 여전히 '자율'이다. 지친 선수들은 자유롭게 출근해 아예 훈련을 생략하기도 한다. 2차전 땐 박병호 강정호 김민성 등은 아예 경기 전 훈련을 생략하고 가볍게 몸을 풀기만 했다. 모두 시즌 때 해왔던 것들, 처음 겪는 포스트시즌이라고 어색할 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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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열린 2차전서 두산은 1-0으로 앞서기 시작한 8회말 2사 2루 상황에서 박병호를 상대했다. 역시 이번에도 벤치의 선택은 1루를 채우는 것이었다. 고의4구를 위해 포수 양의지가 일어났고, 홍상삼에게 볼을 뺄 것을 주문했다. 그런데 홍상삼은 일어나 오른쪽으로 이동하는 양의지가 잡을 수 없는 곳으로 공을 던졌다. 그냥 편하게 볼을 빼면 되는데 피치아웃 상황에서 양의지가 원래 앉아있던 곳 위쪽으로 던져 백네트로 공을 보냈다.
2사 3루가 되자 두산 벤치의 사인은 다시 박병호와 승부하는 걸로 바뀌었다. 하지만 이번엔 원바운드로 들어간 포크볼이 폭투가 됐다. 양의지의 블로킹이나, 홍상삼의 코너워크가 모두 문제가 있었다.
박병호는 방망이 한 번 휘두르지 않고, 그냥 서서 주자 서건창이 홈으로 들어오게 했다. 넥센 입장에선 천금 같은 동점이었다.
연장 10회에도 '박병호 공포증'은 계속 됐다. 선두타자 박병호는 몸에 맞는 볼로 출루했다. 1사 후 김지수 타석, 투수 오현택은 수차례 1루 견제를 하면서 박병호를 신경쓰는 모습이었다.
넥센 벤치는 이를 역이용했다. 런앤힛 작전을 두 차례나 냈다. 모두 파울. 결국 오현택은 결정적인 견제 실책을 범해 박병호를 3루까지 보냈고, 김지수에게 끝내기 안타를 맞았다.
두산은 1,2차전 내내 '박병호 포비아'로 고전했다. 2차전에선 그 정도가 심했다. 사실 넥센이 선전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잃을 게 없다'는 것이다. 부담 없이 경기에 임하니 승운도 따르고 있다.
반면 두산은 부담감에 스스로 발목을 잡히고 있다. 김진욱 감독은 경기 후 "심리적 부담감이 작용한 것 같다. 이 부분을 안정시켜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미 시리즈 전부터 박병호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내며 한 수 접고 들어간 두산, 3차전에선 이 공포증에서 헤어나올 수 있을까.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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