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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보다 더 수준 높은 플레이를 보여줘야 한다. 책임은 코칭스태프에 있다."
히어로즈는 이번 준플레이오프에서 잦은 수비실책과 주루 플레이 실수로 매끄럽게 경기를 끌어가지 못했다. 정규시즌 팀 실책 8위 히어로즈는 가장 중요한 무대에서도 여전히 불안했다. 시즌 초반에만 해도 수비실책이 가장 적었던 히어로즈다. 그러나 페넌트레이스가 진행될수록 실책이 늘면서 발목을 잡더니, 준플레이오프까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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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포스트시즌 때 스몰볼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입장을 취했다. 히어로즈와 베어스, 양팀이 좀 더 선이 굵은 야구를 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번에 유독 1점차 승부가 많았는데, 양팀 감독이 너무 1점에 매달리는 것 같았다. 3~4점을 낼 수도 있는 상황, 특히 1회 대량득점을 할 수 있는데도 1점에 매달리는 모습이었다. 팬들이 원하는 야구를 해야 한다"고 했다.
피말리는 순위싸움이 이어졌던 시즌 막판 20경기와 포스트시즌 5경기. 중요한 시기에 팀에 기여할 수 있는 선수와 그렇지 못한 선수가 갈렸다. 이 대표는 "25경기를 치르면서 어느 선수가 정말 어려운 상황에서 자기 몫을 해줄 수 있고, 그 이상을 해줄 수 있는 지 알게 됐다. 우리 팬들도 느꼈을 것이다. 자기 몫을 못 해준 선수까지 칭찬받게 해줄 수는 없다. 코칭스태프가 고생을 많이 했는데, 내년에는 조금 더 준비된 모습을 기대하고 싶다"고 했다.
염경엽 감독에 대한 평가는 후했다. 이 대표는 "사령탑 첫 해에 기대에 맞게 잘 한 것 같다. 내년에는 좀 더 진화할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이 대표에게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을 점수로 평가해 달라고 했더니, "정규시즌은 70점, 포스트시즌은 60점은 주기 어려울 것 같다"며 웃었다. 이 대표는 "70점이라면 좀 인색한 게 아니냐고 하실 분이 있을 것 같다. 100점은 없고 90점이 우승이라면 3위 정도가 70점 정도다. 사실 염 감독에게 70점 정도를 기대했는데 해냈다. 내 기준으로는 굉장히 좋은 점수다. 정규시즌은 칭찬을 받아야 하지만 솔직히 포스트시즌은 좀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열심히 뛴 선수들에게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고 했다.
이 대표는 2년차 언더핸드스로 투수 한현희를 이번 준플레이오프 구단 MVP로 꼽았다. 그는 "준플레이오프에서 이겼다면 박병호가 MVP였을텐데, 졌기 때문에 투수쪽을 보게 된다. 내 마음 속의 MVP는 한현희다"고 했다.
2008년에 팀이 출범해 참 많은 난관을 이겨내고 6번째 시즌을 마쳤다. 그는 출범 첫 해인 2008년을 실수투성이었던 해, 2009년을 모욕과 굴욕의 해라고 회고했다. 2009년 히어로즈는 메인 스폰서가 계약을 파기하면서 심각한 재정위기를 겪었다. 이 대표는 이 시기를 "우리팀 뉴스는 대다수가 언제 망하느냐는 내용이었다. 야구단인데 매일 돈 얘기만 나왔다. 생존을 위해 몸부림을 쳤던 시기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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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비야구인 출신이지만 타 구단 고위층과 달리 코칭스태프와 상의를 거쳐 선수 트레이드를 주도하고, 신인선수를 직접 뽑는다. 그런데 그동안 히어로즈의 선택은 대부분 잘 맞아떨어져 전력상승으로 이어졌다.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타자로 성장한 박병호가 그랬고, 주전 3루수로 자리잡은 김민성이 그랬다. 야구인들은 이 대표의 해박한 야구지식에 놀라고, 선수를 보는 안목에 또 한번 놀란다.
이 대표는 "과학적으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어떤 선수를 보면 우리 팀에서 빛을 볼 수 있을 거라는 느낌이 온다. 당연히 통계와 기록 분석은 기본이고, 창의적인 데이터 해석이 필요하다. 이전에 공부했던 컨설팅의 툴이 도움이 되는 것 같고, 주인의식을 갖고 접근하는 것과 단순히 전문가 입장에서 다가가는 것과는 차이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5년의 준비기간을 거쳐 6년 만에 세상밖으로 나온 히어로즈. 내년 시즌에는 어떤 모습으로 한국 프로야구에 자극을 줄 지 궁금하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