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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도 몰랐다. 경기 시작 1시간 전에 통보받은 대통령의 시구. 그 현장에 함께한 주심은 어떤 기분이었을까.
심판실은 어땠을까. 이날 심판진이 대통령의 시구를 통보받은 건 경기 시작 1시간 전이다. 오더를 교환할 때쯤, 한국야구위원회(KBO) 직원이 '그 분이 오신다'고 말했다. 그리고 평소와는 다른 경기 전 동선에 대해 설명했다.
이날 시구 당시 분위기는 어땠을까. 물론 심판들과 비슷한 복장을 한 5명의 경호원들이 그라운드에 나가 근접 경호를 펼치긴 했지만, 삼엄한 경비 체제가 펼쳐지던 과거에 비하면 분위기는 많이 풀어졌다. 프로 원년엔 심판 복장 뿐만 아니라, 선수 유니폼까지 등장했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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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박근혜 대통령 뒤엔 나 팀장과 심판과 비슷한 복장을 한 경호원들 뿐이었다. 안전을 위해 평소와 달리 모든 선수단과 다른 심판위원들을 철수시켰기 때문이었다. 시구자와 포수, 타자 외에 다른 인물은 나 팀장과 경호원들 뿐이었다. 나 팀장은 "그래도 많이 부담되진 않았다. 편하게 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박 대통령은 글러브를 착용할 때 나 팀장의 도움을 받았다. 익숙하지 않은 탓에 나 팀장에게 "글러브 어떻게 껴요?"라고 물어봤다고. 나 팀장은 글러브 착용을 도우며 박 대통령의 왼 손목을 살짝 잡았다.
이 순간 포착된 사진은 포털사이트에서 화제가 됐다. 나 팀장은 "조심스럽게 했는데 사진이 좀 민망하게 나왔다. 손을 잡았다고 뭐라고 하는 사람도 있더라. 그래도 나름 신경 쓴 부분이었다. 다른 특별한 말씀은 없었다"고 했다.
대통령의 시구를 경험했던 선배들에게 들었던 에피소드는 없을까. 나 팀장은 "82년 프로 원년 개막전 시구 때 김광철 전 심판위원장께서 주심을 맡았다. 당시 플레이볼을 하는 동작에서 총을 쏘는 줄 알고 난리가 났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었다. 내가 그런 긴장되는 순간을 경험할 줄은 몰랐다"고 답했다.
어쨌든 시구는 시구, 경기는 경기였다. 나 팀장은 "대통령은 대통령이시고, 난 내가 할 일을 해야 했다. 금세 마음을 진정시키고 경기에 임했다"며 미소지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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