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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시즌은 마지막이다. 1년 동안 쏟은 모든 땀을 보상받는 시기다.
그런데 두산의 포스트 시즌 전술은 그렇지 않았다.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가 진화를 거듭하는 과정과 흡사했다.
그런데 플레이오프 1차전. 6이닝동안 4피안타 2실점으로 호투하던 노경은을 빼고 홍상삼을 전격 투입했다. 노경은의 투구수는 88개에 불과했다.
포스트 시즌 전 두산 김진욱 감독은 "홍상삼과 윤명준이 제 역할을 해야 우리가 강해진다. 그래야 우승까지 가능하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준플레이오프에서 부진했던 선수를 플레이오프 가장 중요한 1차전 승부처에서 내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홍상삼이 부활해야 중간계투의 약점을 메울 수 있다'는 가정 속에서 또 다시 믿었다. 결국 홍상삼은 3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결과적으로 두산은 중간계투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한 전환점을 마련함과 동시에 팀 사기 자체가 한껏 올라가는 시너지 효과까지 얻게 됐다.
최준석의 1루수 기용도 파격적이다. 최준석은 수비 범위가 매우 좁다. 때문에 괜찮은 포구능력을 가졌음에도 수비력 자체에는 약점이 있었다. 한마디로 공격력을 강화하려는 전술. 결국 득점이 많이 나지 않는 포스트 시즌에서 결정적인 한 방으로 두산 공격의 숨통을 틔게 만들었다.
한국시리즈 1차전의 손시헌 기용 역시 예상을 뛰어넘었다.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를 통해 김재호가 워낙 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베테랑의 힘을 믿었다. 대구에 유난히 강한 손시헌의 가치도 고려됐다. 결국 손시헌은 1차전에서 4타수 3안타의 맹타를 휘두르며 두산의 기선제압에 일등공신이 됐다.
손시헌이 살아나면서 두산은 더욱 다양한 옵션을 가지게 됐다. 이원석과 오재원이 빠졌지만, 김재호와 허경민으로 공백을 메웠다. 그들을 각각 2루와 3루에 배치했다. 부활한 손시헌이 유격수로서 중심을 잡아줬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팀 전술의 측면에서도 두산은 과감했다. 2승1패로 앞선 4차전. 경기에 패하면 삼성에게 주도권을 완전히 뺏기는 상황. 2-0으로 앞선 9회초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다. 1사 주자 2, 3루. 타석에는 타격감이 살아나고 있는 박한이. 두산은 '양날의 칼'과 같은 만루작전을 썼다. 박한이를 거르고 하위타선과 대결한다는 플랜.
하지만 동점에 대한 확률은 떨어지지만, 역전에 대한 확률은 올라간다는 부담이 있었다. 그러나 두산은 시리즈를 길게 치르면 치를수록 불리해진다는 점을 고려, 만루작전을 내세웠다.
결국 정재훈이 정 현을 우익수 희생플라이를 처리한 뒤, 윤명준이 진갑용을 유격수 땅볼로 돌려세우며 2대1로 승리했다.
이같은 작전은 무모해 보인다. 하지만 객관적인 전력에서 앞선 삼성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위험이었다. 그 과정에서 부족한 전력을 메우기 위해서 필요한 계획이 녹아들어가 있었다. 대담한 작전을 제대로 실행한 선수들. 과감한 작전을 쓴 코칭스태프 모두 대단했다. 두산은 마지막에 분루를 삼켰다. 4위팀으로서 어쩔 수 없는 체력저하기 가장 큰 이유였다. 하지만 포스트 시즌에서 보여준 두산의 대담한 작전과 전술은 너무나 강렬했다. 대구=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