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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시즌 두산의 행보를 보고 야구팬들은 '미라클두'라고 말한다. 두산의 트레이드 마크인 '허슬두'를 넘어선 극찬이다.
하지만 두산이 보여준 포스트 시즌의 야구는 매우 신선했다. 확률을 무시한 채 거침없는 팀 분위기로 앞만 보고 달리는 이미지. 두산의 포스트 시즌 모습이기 때문이다.
2000년대 들어 한국시리즈 우승을 위해서는 잘 단련된 선발과 2~3명의 필승계투조, 그리고 확실한 마무리가 필요충분조건으로 자리잡았다.
타격은 사이클이 있지만, 투수력은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시리즈 우승의 확률을 극대화할 수 있는 조건이기도 하다. SK가 그랬고 삼성이 그랬다.
그런데 포스트 시즌 직전 두산의 가장 큰 약점은 필승계투조 및 마무리였다. 확실한 마무리는 커녕 필승계투조도 안갯속이었다. 너무나 불안한 투수진이었다.
게다가 상대할 팀들은 모두 훌륭한 마무리 투수들이 있었다. 넥센 손승락, LG 봉중근, 삼성 오승환. 리그를 대표하는 마무리 투수였다.
그러나 두산은 예상 외의 선수들이 매번 튀어나오면서 그 약점을 메웠다. 홍상삼이 있었고, 윤명준이 나왔고, 변진수가 뒤를 받쳤다. 때문에 준플레이오프 두산의 평균 자책점은 2.50. 플레이오프에서 2.31을 기록했다. 부족한 부분은 역대급 수비력으로 만회했다. 절묘한 수비 시프트와 개개인의 수비능력으로 투수들을 도왔다. 특히 LG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나온 정수빈의 다이빙 캐치와 9회 임재철 민병헌의 홈 송구는 압권이었다. 게다가 숱한 위기를 강한 집중력과 응집력으로 수차례 넘어가는 모습은 정말 대단했다.
한국시리즈 2차전은 가장 대표적인 예. 삼성과 두산은 13회 연장 접전을 벌였다. 삼성은 차우찬 안지만 오승환 등을 투입, 총력전을 펼쳤다. 그리고 두 차례의 위기를 넘겼다. 그 후 오재일은 "이왕 이렇게 된 거 15회까지 가보자"고 했다. 두산 선수들은 격하게 호응했다. 결국 오승환을 넘어서, 확률상 10%도 안되는 승리를 거머쥐었다.
두산은 투타의 불균형이 심한 팀이다. 약한 투수력과 달리 타자들의 능력은 너무나 좋았다. 내외야를 걸쳐 주전 뿐만 아니라 백업진까지 질과 양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때문에 시즌 중 트레이드 얘기가 많았다. 넘치는 야수진과 부족한 투수력을 바꾸려는 시도였다. 하지만 번번이 불발됐다. 한화, NC 등 많은 팀들과 트레이드 논의가 있었지만, 조건이 맞지 않았다. 두산은 약한 투수력을 보완하는 대신, 자신의 최대강점인 넘치는 야수진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터득하기 시작했다.
고정된 '베스트 9' 대신, 선발진에 따라 '좌우놀이'로 타선을 변경했다. 최준석 오재일 등이 제 역할을 해줬다. 준플레이오프부터 치른 혈전 속에서 이원석 오재원 등이 전열에서 이탈했다. 그러나 손시헌과 허경민 김재호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그리고 공백은 없었다.
하지만 한국시리즈가 진행되면 될수록 두산은 힘들었다. 대부분 주전들이 체력적인 부담으로 인한 스윙 스피드가 현저하게 느려졌다. 결국 경기를 치를수록 감각이 살아난 삼성이 극적인 역전우승을 했다.
두산은 한국시리즈까지 고정된 라인업이 없었다. 그동안 우승공식이라 여기던 상식을 철저히 깨부술 기세였다. 하지만 결국 우승 한 발 앞에서 좌절했다. 그러나 두산은 잘 싸웠다. 대단한 '미라클두'다. 대구=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