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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서 아무 것도 아닌 선수였을 때, 아내가 골든글러브를 목표로 하자고 했었다. 그게 현실이 됐다."
손승락은 올시즌 46세이브로 세이브 1위를 차지하면서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 우뚝 섰다. 히어로즈의 창단 첫 포스트 시즌 진출도 이끌었다. 오승환이 일본 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즈에 진출하면서 손승락은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마무리 자리를 이어받을 1순위 후보로 꼽히고 있다.
곧바로 동갑내기 아내 김유성씨에 대한 얘기를 이어갔다. 손승락은 "아무 것도 아닌 선수였을 때 아내를 만났다. 자기 꿈이 컸는데 그걸 다 포기하고, 날 훌륭한 선수로 만들어주겠다고 했다"며 아내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했다.
시상식이 끝난 뒤 만난 손승락은 여전히 눈가가 촉촉했다. 그는 "똑같은 시상식이라고 생각했다. 울컥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내 얘길 꺼내다 보니 군대에서 2년, 수술로 보낸 1년, 힘들었던 기억이 스쳐갔다"고 말했다.
아내 김유성씨는 이화여대 언론대학원을 다니며 아나운서의 꿈을 키워왔다. 하지만 야구선수 아내의 삶 때문에 모든 꿈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손승락은 "아내에게 아나운서를 하면 내가 운동에 전념할 수 없을 것 같다고 했다. 공부하는 것도, 책 읽는 것도 좋아한 친구인데 정말 미안했다. 난 군대에서도 존재감이 없는 선수였다"고 했다.
군대에 있을 때 김씨는 "골든글러브를 목표로 삼자"며 무명선수에 불과했던 손승락이 희망을 갖도록 기운을 북돋아줬다. 손승락은 "아내는 된다고 계속 했는데 난 '과연 될까'라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결국 아내가 말한대로 전부 되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며 웃었다.
구원투수로서 받은 상이기에 더욱 뜻깊었다. 손승락은 "(오)승환이와 그런 얘기를 많이 했다. 투수들은 굉장히 많고 보직도 세분화돼 있다. 골든글러브도 선발, 중간, 마무리로 나누어 주면 안되냐는 얘길 했다"며 "제가 마무리로 이끌어가기 보다는 승환이 뒤를 따라간다 생각하겠다"고 했다.
이어 "마무리 투수는 1년차 땐 재미가 있다. 그 이후엔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느냐가 중요하다. 항상 노력하고 겸손한 선수가 되겠다. 몇 세이브가 아니라, 실력과 믿음으로 인정받는 투수가 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오전 손승락은 19년 전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던 정명원 전 두산 코치에게 전화를 받았다. 둘은 과거 넥센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인연이 있다. 정 코치는 "승락아, 너 받을 자격 된다"고 짧게 격려의 메시지를 남겼다.
손승락은 "잠결에 코치님 전화를 받아 꿈인 줄 알았는데 현실이 됐다. 코치님께 감사드린다. 바로 전화를 드려야겠다"며 발길을 옮겼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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