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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김선우 카드였을까. 여러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 확실한 건 이벤트적인 요소만을 고려한 선택은 절대 아니라는 점이다. 김선우의 구위를 믿었고, 또 LG 마운드의 여러 사정들이 김선우 카드를 만지작거리게 했다.
먼저 알아야할 것은 LG 선발진의 사정이다. 사실 두산과의 개막전 선발은 새 외국인 투수 코리 리오단이 유력했다. 일본 오키나와 실전과 연습경기에서 무난한 투구를 했다. 개막 전 구위, 컨디션 등을 종합해봤을 때 가장 믿을 만한 투수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김 감독은 조심스러웠다. 한국무대를 경험해봤던 투수라면 모를까, 난생 처음 한국에서의 실전 경기에 나서는 부담만도 엄청날텐데 열기가 뜨거울 두산과의 개막전이라고 한다면 리오단이 자칫 분위기에 압도당할 수 있다는 걱정을 했다. 조금 더 편한 환경에서 첫 선발투구를 하는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낫다는 생각이었다.
아무리 선발진 사정을 감안한다 해도, 만약 김선우의 구위가 1군 경기에서 통하지 못할 것이라면 이런 중대한 결정을 내릴 수 없었다. 가장 중요한 건 김선우의 몸상태와 구위가 기대 이상이라는 점이다. 김선우는 오키나와 캠프에서 "천천히, 차분히 준비하겠다"고 말했지만 강상수 투수코치는 "아주 순조롭게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면서 만족감을 드러냈다. 시범경기에서도 가능성을 내비쳤다. 직구 구속이 140km를 훌쩍 뛰어넘었고, 자로 잰 듯한 제구는 어디 가지 않았다. 2경기 5이닝을 소화하며 2실점했다. 1승도 챙겼다. 베테랑으로서의 경기 운영 능력도 보여줬다. 23일 잠실에서 열린 KIA와의 시범경기에서 1이닝을 소화했는데, 등판하자마자 무사 1, 2루의 위기를 허용했지만 뛰어난 위기관리능력으로 무실점 이닝을 만들며 김 감독을 흡족하게 했다. 또 하나, 두산 타자들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점도 플러스 요소가 됐다. 아무래도 투수가 타자들의 습관, 성향 등을 파악하며 던지면 조금 더 수월하게 경기를 풀어나갈 수 있다.
물론, 팬들에게 재미있는 야구를 보여주고 싶다는 김 감독의 바람도 반영된 결과다. 김 감독은 김선우가 친정팀과의 경기에, 그것도 개막전 선발로 나선다면 팬들에게는 프로야구 경기로서 최고의 스토리를 만들어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성적도 물론 중요하지만, 팬들에게 좋은 볼거리를 제공하며 성적까지 챙길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시나리오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선발을 굳이 공개하지 않아도 되는데, 팬들에게 좋은 선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 과감하게 미디어데이에서 선발을 발표했다.
개막전을 치른 후, 김선우가 정상적으로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할지는 아직 미정이다. LG는 두산과 2연전, SK와 3연전을 치른 후 휴식을 가지는 일정이다. 일단, 이 5경기에 모든 것을 쏟아부은 후 팀을 재정비 하겠다는 의도다. 김선우, 그리고 홈 개막전 류제국까지는 확정이다. 나머지 경기들 선발투수에 대해서는 조금 더 심사숙고해보겠다는게 코칭스태프의 생각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