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한 류현진, 2년차 징크스 없는 이유

기사입력 2014-04-01 06:40



시즌 2승은 불발됐다. 하지만 류현진의 영리한 피칭이 돋보인 경기였다. 이대로라면 '2년차 징크스'는 없다.

LA 다저스의 류현진이 미국 본토 개막전에 나섰다. 31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열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원정경기에 선발등판했다.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의 갑작스런 부상으로 인한 등판이었는데, 투구 내용은 최고였다.

7이닝 무실점, 투구수는 88개였다. 7이닝 동안 25명의 타자를 상대해 3안타 3볼넷을 내주고, 7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무실점을 기록했다. 경기 초반 잠시 흔들렸지만, 이내 안정을 되찾고 특유의 위기관리능력을 선보였다.

던지면서 감 잡는 류현진, 1회는 여전히 불안

류현진은 '1회 징크스'를 갖고 있다. 사실 선발투수 중엔 마운드에 오르면 감을 잡는데 시간이 걸리는 선수들이 있다. 이 경우, 다른 이닝에 비해 1회 고전하곤 한다. 류현진 역시 그랬다. 지난해 모든 이닝을 통틀어 1회 실점이 17점으로 가장 많았다.

류현진은 또한 2회와 3회, 6회에 각각 9실점했다. 투구수가 많아진 6회에 실점이 늘어나는 현상은 일반적이지만, 1~3회 초반 실점이 많은 건 일부 투수들에게만 나타나는 현상이다. 피안타율 역시 1회가 3할8리로 가장 높았다. 2회 2할5푼7리, 6회 2할5푼3리로 뒤를 이었다.

최정상급 투수로 가기 위해선 초반 부진은 반드시 극복해야 하는 과제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도 초반 제구가 잡히지 않아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류현진은 1회말 첫 타자 에베스 카브레라에게 7구까지 가는 승부 끝에 볼넷을 내줬다. 크리스 데놀피아에겐 우전안타를 맞았다. 바깥쪽 제구가 전혀 되지 않는 모습이었다.

무사 2,3루 위기. 류현진은 침착했다. 체이스 헤들리를 상대로 직구만 4개 던져 헛스윙 삼진을 유도했다. 변화구로 돌파구를 찾을 만도 했지만, 직구 컨트롤을 잡는 것만 신경 썼다.


4번 타자 제드 졸코를 상대로 볼 2개가 연달아 들어가자, 포수 A.J.엘리스가 마운드를 올라갔다. 이후 엘리스는 바깥쪽에 앉아 고의성 짙은 볼넷을 내줘 만루 작전을 펼쳤다.

제구를 잡은 류현진은 좌타자 욘더 알론소를 상대로 초구에 한복판으로 93마일(약 150㎞)짜리 직구를 던졌다. 알론소의 배트가 돌았지만, 공의 힘을 이겨내지 못하고 투수 앞 땅볼이 됐다. 류현진은 침착하게 홈으로 송구해 투수-포수-1루수로 이어지는 병살 플레이로 1회를 마쳤다.


31일(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열린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미국 본토 개막전에 선발등판한 류현진. ⓒAFPBBNews = News1
류현진은 2회에도 두 타자 연속 안타를 허용하며 무사 1,2루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감을 잡은 류현진은 8번 타자 포수 린 리베라부터 범타 행진을 시작했다. 2회부터 7회 1사까지 단 한 차례도 출루를 허용하지 않았다. 리베라와 9번 타자 투수 앤드류 캐시너를 가볍게 범타로 처리한 뒤, 다시 만난 카브레라를 삼진으로 요리했다.

사실 이날 초반 부진은 호주 개막전에서 입은 발톱 부상의 영향도 있었다. 아무리 작은 부상이라도 밸런스에 미세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평소보다 감을 잡는데 시간이 다소 걸릴 수 있었다. 그래도 성장을 위해선 1회 징크스는 극복해야 하는 과제다.

확 바뀐 볼배합, 체인지업 대신 슬라이더-커브

카브레라를 삼진으로 잡는 장면은 일품이었다. 1회 첫 삼진이 직구 제구를 잡는 과정에서 나왔다면, 두번째 삼진은 볼배합의 승리였다. 바깥쪽 높은 직구 3개를 연달아 보여준 뒤, 볼카운트 1B2S에서 몸쪽 낮게 떨어지는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을 유도했다.

완벽한 제구가 동반됐기에 가능한 삼진이었다. 바깥쪽 높게, 같은 코스로 공 3개를 던져 타자의 시선을 흔들어놨다. 이때 정반대 방향인 몸쪽 낮은 쪽으로 원바운드되는 슬라이더를 던져 헛스윙을 유도한 것이다.

타순이 한 바퀴 돌고난 뒤엔 볼배합이 완전히 바뀌었다. 직구와 주무기인 체인지업을 주로 던지던 류현진은 카브레라를 삼진으로 잡을 때부터 슬라이더와 커브를 적극적으로 구사하기 시작했다. 3회에는 커브를 4개나 던져 타자들을 현혹시켰다. 선두타자 데놀피아를 바깥쪽 커브로 3루수 앞 땅볼로 잡아낸 뒤, 헤들리는 체인지업으로 3루수 앞 땅볼을 유도했다. 졸코를 잡아낸 건 슬라이더였다.


31일(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열린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미국 본토 개막전에 선발등판한 류현진. ⓒAFPBBNews = News1
팔색조 피칭, 류현진에게 2년차 징크스는 없다

팔색조 피칭이 시작되자, 샌디에이고 타자들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4회 좌타자 알론소를 삼진으로 잡아낸 장면 역시 인상적이었다. 류현진은 좌완임에도 그동안 좌타자 상대로 약점을 보여왔다. 지난해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2할7푼)이 우타자(2할4푼5리) 보다 높았다.

체인지업이 결정구이기에 이런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 우타자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류현진의 서클체인지업은 메이저리그 최정상급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좌타자에겐 던질 공이 부족했다. 좌타자 바깥쪽으로 흘러 나가는 슬라이더나 타이밍을 뺏는 커브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체인지업이 아무리 좋아도 다른 구종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특히 올해는 성공적인 데뷔 시즌을 보낸 류현진에 대해 철저히 분석하고 나올 게 뻔하다. 2년차 징크스를 탈피하기 위해선 슬라이더와 커브의 업그레이드가 절실하다.

류현진은 5회와 6회 두개씩 삼진을 더해 이날 총 7개의 탈삼진을 기록했다. 5회 카브레라를 또다시 삼진으로 돌려 세울 때도 결정구는 슬라이더였다. 초구에 커브로 카운트를 잡은 뒤, 볼카운트 2B2S에서 몸쪽으로 파고 드는 슬라이더로 파울팁 삼진을 얻어냈다.

류현진이 던진 88개의 공 중 절반인 44개가 직구였다. 나머지 비율이 돋보인다. 평소 같았으면 체인지업이 슬라이더와 커브를 합친 것보다 많았겠지만, 이날은 달랐다. 체인지업 18개를 던지는 동안, 슬라이더 12개, 커브 14개를 구사했다.

직구(50%) 체인지업(20.5%) 슬라이더(13.6%) 커브(15.9%)로 황금비율을 자랑했다. 지난해엔 직구 54.2%, 체인지업 22.3%, 슬라이더 13.9%, 커브 9.5%였다. 특히 시범경기부터 적극적으로 테스트한 커브 비율이 확 늘어났다. 한국보다 실밥이 덜 도드라진 메이저리그 공인구에 적응하면서 실밥을 채는 슬라이더와 커브에 자신감을 갖게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류현진 이닝별 투구분석(31일 샌디에이고전)

구종=1=2=3=4=5=6=7=합계

직구=16=6=4=5=4=5=4=44

슬라이더=1=1=1=2=2=4=1=12

커브=1=0=4=3=3=3=0=14

체인지업=3=4=1=2=4=3=1=18

스트라이크=10=8=7=9=9=9=2=54

볼=11=3=3=3=4=6=4=34

계=21=11=10=12=13=15=6=88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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